몇 년 전 공지영씨가 '도가니'를 연재할 때
어떤 내용인지 짐작을 했기에 짐짓 모른척 했더랬어요.
그리고 책으로 나왔을 때도 애써 외면했지요.
나이가 50이 다 되고 보니 힘들고 불편한 건 접하고 싶지가 않더군요.
영화가 되어 나왔단 말을 들었을 때도 안 볼 생각이었어요.
겁이 나더군요.
내 아이도 청각장애아이기 때문에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네요.
일반학교를 나와 이제 막 대학생이 된 아들.
장애가 있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가슴은 상처투성이입니다.
그래서 그런 이야기를 접하는 것이 꼭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것 같아서 싫었어요.
그러다가 문득 용기를 냈어요.
친한 친구 한 명 불러내어 "같이 봐 줄래?" 했더니 얼른 왔더군요.
어제 오후 4시쯤 시작하는걸 봤는데 2,30대 관객이 많더군요.
영화가 시작되고..시간이 흐를수록 객석은 무거운 적막속에 탄식소리가 흘렀습니다.
이건 슬픈게 아니고 가슴 밑바닥부터 올라오는 말할 수 없는 감정에 눈물이 저절로 흐르더군요.
영화가 끝나고 사람들이 나가는데 정말 조용하게, 숙연하게 나가더군요.
힘들었지만 정말 보길 잘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 사회 구석구석에 부당하고도 기막힌 일을 당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겠어요.
그걸 이렇게 끄집어내어 글을 써 준 작가에게도 고맙고, 영화를 만들어준 감독에게도 감사하고
연기해준 연기자까지도 고맙네요. 특히 악역 맡으신 분들....
힘들고 불편한 진실에 눈 질끈 감고 외면하는 것 보다는 대면해서 싸우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알지만
그래도 그렇게 사는 게 진짜 삶이구나....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