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커다란 곰돌이 인형 버리는 법

곰돌이 조회수 : 20,665
작성일 : 2011-10-04 20:14:12

 1.밖에다가 버리려 시도합니다.

 사람만한 곰돌이가 쓰레기장에 처연하게 앉아있는 모습 보면 굉장히 슬퍼집니다.
 나도 나중에 쓸모가 없이 살다 보면 저리 버려지겠지 싶은 동질감마저 듭니다.
 특히 천장 없는 쓰레기장에 앉아있는 곰돌이 위에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면 쩝니다.
 어쩔까 고민했는데 경비아저씨가 여기다 버리면 안된다고 해서 다시 집에 들고 옵니다.
 이미 곰에게 측은지심을 느낀 상태에서 게임은 끝난 겁니다. 이제부터 험난한 길이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아무래도 워낙 크다 보니까 그냥 인형같지 않고 '무언가'같거든요.
 이쯤 되면 곰돌이 인형 버리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소멸 혹은 유기가 되는 것입니다.;
 어떤 방법을 써서 버린다고 해도 딱히 뒷맛이 좋진 않을 것 같다는 것을 예감합니다.


 2.쓰레기봉투에 구겨넣을 준비를 합니다.

 대형 쓰레기봉투를 준비해서 곰을 넣습니다.
 머리부터 쑤셔넣자니 시체라도 유기하는 기분이 듭니다.
 거꾸로 비닐봉지에 들어간 곰돌이의 엉덩이를 발로 꾹꾹 밟아야 합니다.
 그래도 안되서 이번엔 엉덩이부터 넣어보면 이번엔 머리를 발로 밟아야 합니다.
 무언가 인격을 말살하거나 상대를 존중하지 않고 있단 기분이 들어서 딱히 좋진 않습니다.
 한때 귀여워했던 곰이거든요. 
 봉지가 터집니다. 포기.


 3.옷 수거함에 버리러 갑니다.
 
 옷 수거함에 버리러 갑니다 근데 다들 아시다시피;;
 옷 수거함의 수거구멍은 굉장히 작습니다. 곰돌이 머리는 대두라서 거기 잘 안 들어갑니다.
 발부터 쑤셔넣어봤다가 머리부터 쑤셔넣어 봅니다. 곰돌이 얼굴을 구멍에다 잘 맞춰 놓고
 야무지게 뒤통수를 푹푹 눌러야 합니다. 잘 안 잡히기 때문에 머리채를 휘감듯 야무지게 잡습니다. 
 무슨 곰돌이를 물속에 머리째 처박고서  야 죽어, 죽어, 하는 듯한 기분도 들고 
 도저히 안 들어갈 것 같아서 다시 집에 옵니다.

 
 4.해체?

 인터넷을 찾습니다. 어떤 집에선 배를 가르는군요;;; 배를 갈라 가죽(..)은 천 수거함에 넣고
 솜은 압축팩에 넣어 압축해서 종량제 봉투에 넣는답니다. 그게 싫다면 손발 떼서 다 분리한 후
 몸통 따로 머리 따로 해서 20리터짜리 두 개에다 곰돌이를 해체해서 넣을 수 있답니다.
 하지만 그걸 하는 순간 분명히 기분만은 곰돌이 해체가 아닌 다른 걸 해체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려 하다가 20리터짜리 봉투 하나에 곰돌이 머리가 덩그라니 들어가 있고 그 위에 곰돌이 발 네 개가
 나란히 묶여 들어가 있는 광경은 아무리 봐도 호러라서 또 포기;;;;;


 5.유기견 보호소로

 이불이나 쿠션 등이 필요하다는 유기견 보호소로 보냅니다. 보내기 위해서는 포장이 필요한데
 박스 안에 넣기 위해서 일단 곰돌이를 둘둘 맙니다. 무슨 염이나 멍석말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둘둘 말려진 곰돌이의 목 부분과 발 부분, 허리 부분을 단단히 묶습니다. 점점 염에 가까워집니다;;;;
 이 곰돌이인형과 함께 보냈던 5년간의 시간이 생각이 납니다. 이제 다른 누군가가 얘를 좋아하길 빕니다.
 염을 한 곰돌이를 관 같은 상자 안에 집어넣고 보호소로 보냈습니다. 정말 보내버린듯한 기분이 듭니다-_-

 왠지 대단한 위업을 달성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대형 곰돌이 버렸던 기억입니다;;;

IP : 59.9.xxx.175
1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1.10.4 8:26 PM (1.225.xxx.66)

    우리집에도 그만한 곰이 한마리 있습니다.
    100리터 봉투에도 절대 안들어갈거 같은..
    딸아이 남친이 사준건데 부디,제발 저 애들 커플이 안깨지길 바랍니다.
    저 곰돌이 처치가 무서워서라도 말입니다.

  • 2. 저기
    '11.10.4 8:28 PM (111.118.xxx.35)

    저만 이런 고민하는게 아니었네요... 나도 처치 곤란인 커다란 곰인형이 있는지라... 차 됫좌석에도 앉혔다가 트렁트에도 넣었다가 다시 집으로 가져와 세탁기로 한번 깨끗하게 목욕시켜준다음 식탁의자에 앉아있어요. 어떻게 버리죠? 그냥 쓰레기 봉투에 넣고 버리기에는 정말 원글님 심정과 똑같은 기분이 들것같아서 망설여져요. 님 진짜 유기견 보호소에 보내셨어요? 그런 방법이 ㅋㅋ

  • 이어서
    '11.10.4 8:30 PM (111.118.xxx.35)

    남편이 예전에 사다준거라 대놓고 버리지도 못하겠고 데리고있기는 거추장스럽고 아아!1 고민입니다..

  • 3. 쓸개코
    '11.10.4 8:36 PM (122.36.xxx.13)

    저두 그런 경험있구요.. 절대 잊혀지지 않아요.. 전 어린나이에 아무에게도 말 안하고 지금까지 부모님은 아무도 모르시지만.. 그때 그런기억들 지금 몇십년이 지나도 생생해요..
    꼭 그 남자아이에게 벌주세요.. 시간이 지날수록.. 순결이란것이 무엇인지 알아가면서.. 많이 괴로웠습니다... 정도가 심하진 않지만.. 딸아이에게 잘 인지 시켜주시고.. 아이가 정말 백지같이 잊어버렸음 좋겠네요.. 흠... 저두 딸이 있지만 만약에 울 딸에게 그랬다면 전 진짜 그자리에서 가만두지 않았을것 같아요..
    그 엄마가 저에게 그따위 전화를 한것도 도저히 납득이 안대구요.. 요즘보세요.. 얼마전에.. 술먹고 지나다가 어떤분의 중요부의 만졌다고 경찰서 끌고가는 분위긴데.. 그 엄마 진짜 한심하네요..
    아들이라고... 자기 아들 앞날은 걱정이 되면서 어디가가 그따위 전화를.. 그 엄마부터 정신교육 다시 받아야할것 같아요.. 너무 슬프네요..

  • 4. ㅋㅋ
    '11.10.4 8:38 PM (121.130.xxx.78)

    참으로 딱집히는 해답이 없네요.
    다 싫으시다니 금욕을 하시랄수도 없고
    그중에 내가 허용할만한 피임법을 찾아야겠지요.
    http://www.piim.or.kr/ 여기의 피임정보 살펴보세요.

  • 5. ...
    '11.10.4 8:43 PM (59.159.xxx.42)

    저도 커다란 곰인형.
    남편이랑 연애하던 시절에 제가 일일이 손바느질해서 만들었어요. 키가 140cm쯤이던가.
    저희 결혼하면서 시댁에 있던 그 곰돌이 업어오니 저희 어머님이 매우 기뻐하시더라는;; ㅋㅋ
    지금은 압축팩에 짜부라져서 자고 있네요-_-
    언젠가 저희 곰인형도 보내야할까요.
    괜히 좀 싱숭생숭해지네요 ^^;;

  • 6. ...
    '11.10.4 8:53 PM (221.158.xxx.231)

    정말 마음이... 그래도 원글님 잘하셨어요.. 거기서 잘 쓰임?받고 있을 것 같아요.. 워낙 크다보면 저도 원글님 같은 생각이 들 것 같아요..

  • 7. 웬지...
    '11.10.4 8:55 PM (125.177.xxx.148)

    이 글을 읽다 보니 괜히 싱숭 생숭 해지네요..
    비맞고 처연히 쓰레기장에 있는 곰돌이란 말에 괜히 슬퍼 집니다. ㅠㅠ

  • 8. ..
    '11.10.4 9:05 PM (114.201.xxx.80)

    사람 키만한 인형 있지요? 여자아이 인형이요.
    그거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꺼꾸로 넣어, 발이 봉투 위로 쑥 올라온 상태에서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었어요.
    밤에 쓰레기 버리러 갔다가 동네가 떠나갈 듯이 소리지르며 집에 들어온 기억이 있네요.

    지금도 무서워요.

  • 죄송
    '11.10.5 3:56 AM (124.63.xxx.31)

    님은 놀라셨을텐데 그 상황이 떠올라서 전 웃음이 났어요..ㅎㅎ 죄송해요;;

  • 9. ^^
    '11.10.4 9:15 PM (211.246.xxx.111)

    불펜에 올라온 글이랑 같은데 동일인이세요?

  • 10. ...
    '11.10.4 9:32 PM (121.160.xxx.212)

    가끔 거리에서 커다란 곰돌이 인형을 옆에 끼고 가는 젊은 남자들을 봅니다.
    속으로 생각하죠. "당신의 여자친구는 그런 인형을 좋아하지 않아요"
    가지고 있기에 부담스럽고, 때론 흠칫 놀랄수도 있으며, 버릴때는 더
    곤란한 인형을 여자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건 남자들의 착각이라는걸 그들은 모르는것 같죠?

  • 11. 7년전
    '11.10.4 11:03 PM (59.22.xxx.138)

    2번의 방법으로 남편이 연애할 때 사다준 곰인형을 버린 적이 있는 저로서는 정말 공감가는 글입니다.

    그 곰인형이 24평 아파트의 1평을 차지하고 마루에 앉아 있었어요.

  • 12. ,,,
    '11.10.4 11:14 PM (115.22.xxx.191)

    ㅠㅠ 저는 큰 곰인형 좋아하는데요......

    저희집엔 두개 있는데 하나는 강아지 갖고놀라고 줬어요.
    빵빵하던 곰이 어느새 홀쭉해져있네요 ㅋㅋㅋ 어찌나 물고뜯고 신나게 가지고 노는지.
    점점 부피가 줄어들어요. 솜이 솔솔 빠져나가서...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20922 이승만다큐, 독재자 찬양방송 아니라고?! 2 yjsdm 2011/10/05 2,188
20921 다른 댁들은 머리카락때문에 괴롭지 않으신가요? 22 스트레스트레.. 2011/10/05 4,916
20920 아이들..공부 6 엄마안하고싶.. 2011/10/05 3,087
20919 인테리어 업체 선정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3 ........ 2011/10/05 2,726
20918 벽걸이 tv 조언 좀 해주세요 2 ... 2011/10/05 2,510
20917 쇄골아래 가운데 부분이 콕콕쑤시고 통증이 있습니다 2 가을바람 2011/10/05 6,720
20916 그늘에서 말려야 돼나요? 2 인삼 2011/10/05 2,288
20915 시험 3교시 끝나는 종소리 들리네요. 9 학교앞집 2011/10/05 2,726
20914 죄송, 눈썹 화장 안한 사람보면 어떠세요 ? 14 .... 2011/10/05 5,513
20913 조두순이 목사가 아니라는데도 계속해서 반박자료들이 올라오네요 .. 2 호박덩쿨 2011/10/05 2,438
20912 결혼정보회사 가입해도 후회 안할까요? 8 ** 2011/10/05 4,396
20911 과일 보관할때..비닐봉지에 안 넣고, 그냥 보관하시나요? 8 과일보관 2011/10/05 3,312
20910 파운데이션이나 비비크림 사용후.... 12 화장법..... 2011/10/05 6,166
20909 롤스크린 제가 달까여? 사람 부를까여?^^;; 4 아이루77 2011/10/05 2,557
20908 광명이나 가까운 서울에 무우시루떡 하는 방앗간 아시나요? 엄마생신선물.. 2011/10/05 2,043
20907 김치찌개에 감자 넣으면 이상할까요? 10 김치찌개 2011/10/05 8,869
20906 이상하게 화장한 아가씨를 봤어요... 7 20대아가씨.. 2011/10/05 4,910
20905 이제 배우는것도 운동하기도 다 귀찮아요~ 1 저학년 맘 2011/10/05 2,745
20904 퇴직후 국민연금 내라고 전화가 왔는데, 13개월 더 붓고 수령하.. 6 진맘 2011/10/05 5,377
20903 이사청소해야되는데.. 3 저예요 2011/10/05 2,825
20902 분만, 출산에 대한 공포... 24 ..... 2011/10/05 3,783
20901 초3 과학..아이혼자 공부했더니...60점 9 아들아!! 2011/10/05 3,553
20900 직장상사가 "야"라고 부르네요! 10 희망 2011/10/05 4,022
20899 이혼하신 분들, 직장에는 어떻게 말씀 하시나요? 2 고민중 2011/10/05 2,901
20898 초등4남, 티비와 컴 시간 어느정도 되나요? 8 고민 2011/10/05 2,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