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저는 육아도 중고등학교때 조금 배우면 좋겠어요..

상록수 조회수 : 3,490
작성일 : 2011-09-30 17:15:54

뭐, 수능 필수과목까지는 좀 과한가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저는 기술 가정 시간에 매우 기본적인 육아- 신생아 다루는 법이라도 좀 가르쳤으면 싶네요.

이제 우리 아기가 120일 정도 되었어요.

휴...; 저는 세상에 태어나서 이렇게 과도한 육체, 정신적 노동을 겪어본 적이 없습니다...ㅠㅠ

애는 '객관적으로' 엄청난 짜증쟁이에 불평쟁이인 제가 봐도 순하고 편하게 키우는 아이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으윽 삭신이야...하고 제가 널브러져 있어도 울지도 않고

혼자 모빌보고 꺄륵 꺅 하고 웃고 있으니 말 다했죠.

밤에 울려고 폼 잡아도 토닥토닥 해 주면 끼잉~ 하고 다시 자고...

그래도 힘든건 어쩔 수 없다는...;;

아마 육체+정신노동이기때문이 아닐까 하네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왜 엄마는 내가 결혼하기 전에 육아가 이렇게 인간의 일생을 걸고 진행해야하는 고된 노동이라는걸 안가르치고

왜 애가 낳아놓으면 얼마나 이쁜가, 내 핏줄이 있어야 한다! 에 대해서만 외쳤는가...

아니, 엄마는 둘째치고...

왜 국가는 내게 기술 가정시간에 올바른 성생활 피임-(제가 20대 중반이라...; 구성애씨가 아우성 들고 나왔거든요..)

토끼기르기, 라디오 조립, 선반만들기, 뜨개질, 십자수 등은 바락바락 점수 매겨가며 가르치면서

하다못해 사과를 예쁘게 깎기조차 시험을 봤으면서...

(솔직히 누가 라디오를 집에서 만들어 씁니까..뜨개질이나 십자수 개인의 취미가 아닌 이상 평생 안하면 어떻고 지시장에서 사면 어떻습니까. 사과 그깟거 안먹거나 깎기 귀찮으면 그냥 쓱 씻어 껍질째 먹는들 누가 뭐랍니까.)

왜 거의가 왠만해선 피해갈 수 없을뿐더러....또 바람직하게 수행하지 못하면 엄청난 인생의 나락을 구경할 수도 있는..

나 하나 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와 민족에게 해를 끼치게 되는 아기 기르기에 대해서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나...

의문이드네요...

 

뭐 거창한 육아심리 그런건 둘째치고....

나름 인간이 수행해야하는 교육과정 수행하느라 멀쩡하게 4년제 대학에, 대학원까지 나왔어도

갓난아기를 보는 순간 머리가 휑하고....

어떻게 분유를 타야하는지....세워서 안아줘도 되는지 눕혀 안아줘야하는지...

얼마나 어떻게 몇번이나 먹여야하는지 임신하고서야 비로소 책을 찾고...

목욕시키려니 손이 부들부들....

배꼽 소독하려다 탯줄도 안떨어진 걸 보니 너무 겁이 나서 눈을 질끈...

애가 이렇게 자주 깨고 자주먹는거냐고 이렇게 자주 싸냐고 ! 깜짝 놀라고;;;

남편은 어슬렁어슬렁 거리다가 둘 다 처음인건 마찬가지인데 자기는 엄두가 안난다 잘 모른다 겁난다 하고..휴...

 

배운적이 없다나요...;하긴 저도 배운 적은 없군요...제가 알아서 찾아 공부한거지...

 

이거 좀 문제 있는거 아닐까요...

올바른 성생활 순결교육 피임 그런것보다도 솔직히 아기 하나 기르는게

얼마나 체력과 경제력과 인내력과 사랑 희생 주위의 도움이 필요한 일인지...

신생아 돌보는 매우 기본적인 상식만 학교에서 한 학기 정도 가르쳐도

솔직히 어릴때 이성간에 사고치는 애들 거의 없어질거라고 저는 생각해요...(수업을 잘 듣는다면;)

 

뭐 혹자는 누구나 아기를 기르는 건 아니지 않느냐 독신도 아무 지장 없다.

왜 내가 우리 애가 애 볼 일도 없는데 애 보는 법을 알아야하느냐 할 지는 모르지만

우리가 인간인 이상, 꼭 결혼과 육아에 뜻이 없다 하더라도

같은 종족이 어린 시절 어떤 모습을 하고 있고 나는 이런 모습이었고 우리 종족의 어린 개체는

이렇게 돌봐줘야한다...정도는 상식으로 알아둬야 할 일이 아닌가...저는 싶네요...

 

그런데 왜 이 중요한 걸 학교에서는 안가르칠까요..

저는 제 딸 크면 다 마음의 준비를 시켜주려구요 미리...

아 그럼 시집을...안가겠다고 하려나 ㅋㅋㅋㅋ

   

 

IP : 118.45.xxx.100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알면
    '11.9.30 5:25 PM (115.41.xxx.215)

    출산율 더 떨어질까봐 아닐까요?

  • 2. 달라지겠죠
    '11.9.30 5:28 PM (211.207.xxx.10)

    사회와 인간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위해서라도 육아과목 있었음 해요.
    게이부부도 입양하는 시대인데, 수학 좀 덜 배우고
    아이 심리나 아이 건강에 대해 아는 거 괜찮다고 여겨요.

  • 3. zㅡ
    '11.9.30 5:36 PM (61.253.xxx.48)

    맞아요 격하게 동감

  • 4. ..
    '11.9.30 5:39 PM (121.170.xxx.181)

    아 정말 동감해요.
    아이 어릴 때...혼자 외딴 섬에 떨어진 것처럼 얼마나 외롭던지요..
    극기 훈련이 이것보다 힘들까? 싶을 정도로...너무너무너무 힘든 시절이었어요.

    특히 처음이라 더 그랬던 것 같아요.. 어디서 배운적이 없으니... 아이가 울때 왜 우는지 몰라 식은땀을 흘려가며 책을 찾아 보고 이 방법 저 방법 다 써보고...그래도 안되면 정말 벽에 머리라도 박고 싶더군요.

    육아라는 과목이 있어서 배워 뒀더라면 그때처럼 어리버리 하지도 않고 훨씬 덜 힘들었겠죠..

  • 5.
    '11.9.30 5:40 PM (119.64.xxx.7)

    인문계 고등학교 2-3학년과정에 가정과학이라는 선택과목에 육아있어여 근데 이젠 국영수에밀려 가르치진않고있어요

  • 6. 깍쟁이
    '11.9.30 5:46 PM (125.146.xxx.72) - 삭제된댓글

    그러게 말이예요. 고등학교에서 쓸데없이 전문적인 건 배우고 막상 실생활에 필요한 건 전혀 가르치지 않죠. 교육이 잘 못 된 게 맞아요. 교양과 정서적인 것, 그리고 철학, 윤리를 좀 중점적으로 가르치면 좋겠어요. 나머지 어려운 내용은 대학가서...

  • 7. 완전공감
    '11.9.30 5:52 PM (119.194.xxx.106)

    왜 엄마는 내가 결혼하기 전에 육아가 이렇게 인간의 일생을 걸고 진행해야하는 고된 노동이라는걸 안가르치고 ....................

    저도 이부분 완전 공감해요 ㅠㅠ
    이제 둘째 세돌인데... 정말 그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잠깐 묵념... ㅠㅠ
    정신과에 쏟아부은 돈이 얼마이며... 남편이랑 제 무지랑 싸워가며 치열하게 살았는지--;
    제 인생을 휘까닥 뒤짚어놓은 ... 어마무시한 정신+ 육체노동...이라는데 다시 한번 공감하구요 ㅠㅠ
    어떤 식으로든 아이들에게 준비시켜 줄수있었으면 좋겠어요....
    육아가 제일 쉬웠어요~~~ 하는 타고난 모성애의 화신인분들도 분명 계시겠지만....
    저는 정말....... 바른 엄마 상이라는 것도 없었고... 그래서 더 많이 힘들었던거 같아요
    아이에 대해 걱정만 많고....

  • 8. ㅇㅇㅇ
    '11.9.30 5:58 PM (125.209.xxx.172)

    딴건 몰라도 피임은 확실하게 하겠네요.

    애 생긴다~ 정도면 TV에서 보는 미성년 임신 드라마/소설이나
    연예인 속도위반 하는 기사 보듯이 가볍게 생각하겠지만
    학교에서 육아 배우면 속도위반은 안하겠죠

  • 9. 소용없을거라 생각함
    '11.9.30 6:10 PM (122.153.xxx.162)

    저는 80학번 가정, 가사가 주당 5시간정도 되었고 예비고사 과목도 있던 시절에...

    가정책에 육아_몇개월에 이빨나고, 기고, 걷고 이런거 다 시험봤는데.....진짜 짜증나고 싫었어요.
    그 나이대에는 전혀 감도 없을뿐 아니라_그때는 형제도 많던 시절이라 어린 동생있고 이런애들 많았죠.

    성교육 이라는가 성윤리, 가정생활에 대한 남녀의 역할, 도덕성 이런걸 가르쳐야지
    육아 자체를 가르치는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10. 찬성요
    '11.9.30 6:33 PM (119.64.xxx.19)

    그냥 가까운 도서관에 가셔서 빌려 읽으세요.
    휘휙 잘 읽혀지는 책이지 소장할 정도의 책은 아닌것 같아요.

  • 11. 옳소!
    '11.9.30 9:01 PM (60.28.xxx.217)

    동감입니다!! 맞아요, 맞아...
    아무 생각없이 아기낳고, 혼비백산하면서 키우는 부모님들 얼마나 많습니까..
    아무리 학교에서 배워도 잊어버린다지만, 그래도 배운것과 안배운것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봅니다.

  • 12. 대단하심.
    '11.9.30 9:45 PM (115.137.xxx.133)

    제 맘에 있던 많은 말들을 이리도 쉽게 읽어내시다니!!!..

    님 대단하심 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9624 영수증 없으면 환불못하나요? 4 환불 2011/10/01 3,323
19623 양키캔들 어떤향이 좋은가요? 4 ,,,,, 2011/10/01 5,187
19622 인덱스펀드 1 궁금 2011/10/01 2,907
19621 집에 깔고 싶은 바닥재있으세요... 2 마눌 2011/10/01 3,010
19620 초4 논술 엄마표로는 안될까요? 어떤식으로는 하면 될까요? 4 호야 2011/10/01 3,905
19619 박원순의 1차 승리를 축하!! 28 맛있는행복 2011/10/01 3,974
19618 그지패밀리님~~~~ 논술교재 ㅠ.ㅠ.... 12 고3엄마 2011/10/01 3,708
19617 우리나라에서 집 줄여가기... 8 현명한선택 2011/09/30 4,987
19616 그대는 늙어봤나? 난 젊어봤다! 1 리민 2011/09/30 3,114
19615 지나간 레시피 사진이 오래된 건 안보이는 거 같은데 어떻게 해야.. 1 주부 2011/09/30 2,911
19614 하지 말아야 할까요? 3 인사 2011/09/30 2,674
19613 일반핸펀 사고 싶어요 16 아줌마 2011/09/30 3,686
19612 라면 맛있게 끊이는 비법이 있나요??? 10 라면 2011/09/30 4,184
19611 82 참 좋아요^^ 2 무명의 82.. 2011/09/30 2,832
19610 꼼수 오늘 올라올까요? 10 기다리다 지.. 2011/09/30 3,247
19609 내일 서울->강원도 애둘데리고 혼자운전.. 힘들까요?? 7 2011/09/30 3,071
19608 핸폰이 고장났어요...스마트폰으로 바꿀까요?? 5 스마트폰 2011/09/30 3,082
19607 컴 활용능력이 부족해서 3 옥소리 2011/09/30 2,630
19606 요즘은 스텐내솥 밥통이 안나오나봐요. 밥솥 2011/09/30 3,046
19605 온라인으로 스마트폰 구입해도 될까요? 3 핸폰 2011/09/30 2,791
19604 투개월 도대윤 김예림은 무슨 사이예요? 3 궁금 2011/09/30 6,044
19603 더글라스냐 글라스 락이냐 그게 문제로다.... 9 ... 2011/09/30 3,308
19602 내일 연대수시보는데요.. 3 수험생맘 2011/09/30 3,216
19601 이런 옷은 웬만하면 버리시죠....댓글달려고 스크롤 내렸는데;;.. 20 아, 장터안.. 2011/09/30 12,205
19600 좀 친해지면 남편 연봉도 보통 물어보나요? 15 아가짱 2011/09/30 5,5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