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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역대급 실적의 날

My Proust 조회수 : 3,660
작성일 : 2026-07-07 17:00:19

분기 매출 171조 원, 영업이익 89조 4천억 원 — 그것도 약 19조 원의 성과급 충당금을 이미 덜어낸 뒤의 숫자입니다. 실제 이익 창출력은 100조 원을 넘어섰고, 50%를 웃도는 영업이익률은 삼성전자의 펀더멘털이 그 어느 때보다 견고하다는 사실을 증명합니다. 이 회사는 자신의 실력을 오히려 낮춰 적어낸 셈입니다. 시장의 하루는 이 본질을 바꾸지 못합니다. 시장은 이 실적을 미리 사들이지도 않았습니다. 발표를 앞둔 두 주 동안 주가는 오히려 조정을 받았습니다. 레버리지의 청산과 글로벌 기술주의 동반 하락, 비용 구조에 대한 우려가 겹치며, 가격은 펀더멘털이 가속하는 방향과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시장은 미래를 앞당겨 산 것이 아니라, 눈앞의 현재조차 아직 값을 치르지 않았습니다.

 

시장의 불안은 사이클의 정점이 머지않았다는 피크아웃의 공포입니다. 지금의 호황을 과거의 사이클에 비추어 읽고 있습니다. 과거의 메모리 사이클이 짧았던 것은 포화된 시장 위에서 공급 경쟁만 반복되었기 때문이지만,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것은 HBM4에서 HBM7, HBM8로 이어지는, 업계 스스로 2040년까지 그려놓은 세대 전환의 여정입니다. 그 여정의 각 단계마다 하이브리드 본딩, 유리 인터포저, 냉각 기술이라는 새로운 공정의 관문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관문이 높을수록 넘을 수 있는 자는 적어지고, 공급은 수요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고객사의 수요 충족률이 절반에 그치는 오늘의 공급 부족은 일시적 병목이 아니라, 기술 난이도가 만들어내는 구조적 희소성입니다. 

 

오늘의 실적 이면에는 내일의 구조가 가려져서 자라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아픈 손가락 파운드리에 대형 고객들이 차례로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메모리 사이클이라는 하나의 엔진으로 날던 삼성전자가, 두 번째 엔진에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호남으로 확장되는 생산의 지도 역시, 수요를 따라가는 증설로 집행되는 한 위험이 아니라 준비입니다.

 

그렇다면 가격은 이 모든 것을 담고 있나요? 삼성전자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은 한 자릿수 — 이익이 폭발하는 기업에 시장이 매긴 값으로는 기이할 만큼 낮은 배수입니다. 이 낮음의 정체는 불신입니다. 시장은 지금의 이익이 곧 꺾일 것이라는 가정, 즉 사이클 디스카운트를 가격에 새겨 넣고 있습니다. 그러나 공정의 물리학이 만드는 구조적 희소성, 움직이는 표적, 시동을 거는 두 번째 엔진 파운드리는 그 가정을 흔듭니다. 발표 전에 미리 오르지도 않았고, 발표 후에는 차익실현되었으며, PER는 불신에 머물러 있는 주식. 시장이 틀린 것은 오늘의 가격이 아니라 내일에 대한 가정입니다. 저평가란 바로 그 가정과 현실 사이의 간극에 붙는 이름입니다.

 

기업의 가치는 시장의 감정이 아니라 실적과 기술, 그리고 미래를 지배할 경쟁력에서 비롯됩니다. 오늘의 급락은 거대한 상승 여정 속에서 잠시 나타난 거친 소음일 뿐입니다. 시간은 소음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시간은 결국 본질의 편에 설 것이며, 본질을 정확히 읽어낸 이들의 편에 설 것입니다.

IP : 121.134.xxx.136
1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싼주식
    '26.7.7 5:05 PM (118.219.xxx.162)

    제 아무리 실적대비 싸더라도 매수주체가 없으면 ㅜㅜ
    삼전하닉이 날개펴고 날아갈 때,
    코스피에 실적대비 싼 주식 널렸었어도
    투톱에 과한 쏠림으로 매수주체가 없어서 하락한 종목들 수두룩.

  • 2. 개미들만 사는데
    '26.7.7 5:06 PM (119.71.xxx.160)

    한계가 있죠.

  • 3. 그러니까
    '26.7.7 5:10 PM (125.184.xxx.40)

    그 불신을 왜 외국인들만 가질 까요? 그것도 근 몇달 가까이

  • 4. 설득과유동성
    '26.7.7 5:13 PM (117.111.xxx.254)

    설득의 논리는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이전에는 설득할 필요도 없이 그냥 주가가 닥치고 올랐죠.

    유동성이 워낙 강했으니까요.

    하지만 계속 논란과 이슈가 생기면서 그걸 자꾸 설득해야 한다는 건

    이제 하락을 잡아먹을 정도로 유동성이 강하지 못 하다는 겁니다.

    '이게 .....맞나? ' 라는 의구심이 계속 드는 거지요.

    예탁금이 140조에서 120조로 줄었고, 시장 거래대금도 감소하고 있습니다.

    개미들도 조금씩 지쳐가는 겁니다.

    120조면 엄청 많쟎아? 싶겠지만, 외국인들이 6월 한달에만 판 금액이 약 40조입니다.

    3개월이면 바닥날 돈이죠.

  • 5.
    '26.7.7 5:13 PM (1.249.xxx.96)

    반도체는 여전히 사이클 산업이 맞지 않나요?
    서남권에 설비증설을 하게 되면 10년동안 삼전만 500조가량 투자한다고 하면 매년 50조의 투자가 이뤄지는 거고 투자완료후에는 감가상각이 되겠죠.
    이제까지 삼전을 pbr기준으로 계산했는데 per로 계산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이상 사이클 산업이 아니라는 건데 태생의 한계가 있는 것은 여전히 유효해 보입니다.

  • 6.
    '26.7.7 5:15 PM (1.249.xxx.96)

    삼전의 가격 딜레마죠.
    종전대로 pbr기준으로 계산하면 비싸고
    Per로 계산하면 저렴하고

  • 7. 레버리지
    '26.7.7 5:18 PM (59.7.xxx.113) - 삭제된댓글

    거래량이 본주보다 과하게 많더군요. 레버리지 보유자들이 모두 항복할 때까지는 당분간 힘들 수 있다고 봅니다.

  • 8. My Proust
    '26.7.7 5:38 PM (118.235.xxx.118)

    과거 유동성이 넘칠 때는 ‘닥치고 올랐던’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숫자들 — 줄어드는 예탁금, 외국인의 매도 — 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유동성이 메마른 시기에 시장이 지독할 정도로 ‘확증’을 요구하는 것은, 주가가 영원히 못 올라서가 아니라 본질을 받아들이는 시차가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기억할 것은, 지난 일 년의 랠리를 만든 주체가 바로 지금 떠나고 있는 그 외국인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들은 이 집의 가치를 모르고 떠나는 것이 아니라, 확증을 기다리며 문 앞에 서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확증은 예정되어 있습니다 — 다음 분기, 그다음 분기의 실적 발표가 그것입니다. 수급은 본질의 종속변수입니다. 본질이 숫자로 완전히 박힐 때, 떠났던 수급은 가장 먼저 푯대를 바꾸어 돌아옵니다.

  • 9. My Proust
    '26.7.7 5:44 PM (118.235.xxx.118) - 삭제된댓글

    음님에게,

    좋은 지적이고, 감가상각은 실재하는 부담입니다. 다만 저는 그 부담의 성격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봅니다. HBM과 맞춤형 AI 반도체는 범용품을 찍어내는 장치 산업이 아니라, 고객사의 칩과 공동 설계되는 솔루션 산업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가 상각의 셈법을 바꿉니다 — 범용 시대의 증설은 수요를 ‘기대하며’ 지었기에 불황이 오면 상각비가 그대로 적자가 됐지만, 맞춤형 시대의 증설은 장기 공급계약이라는 가시성 위에서 지어지므로 상각을 흡수할 마진이 계약 단계에서 상당 부분 확보됩니다. 물론 이 논리의 수명은 계약의 수명과 같고, 수요가 꺾이면 함께 꺾인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래서 제 주장은 “사이클이 사라졌다”가 아니라 “사이클의 진폭과 주기가 달라졌다”입니다. PBR로 보면 비싸고 PER로 보면 싸다는 딜레마 정리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다만 그 간극이야말로 시장이 아직 어느 자로 잴지 정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고, 저는 산업의 성격 변화가 답을 정해줄 것이라 봅니다. 패러다임이 바뀌면, 자도 바뀌어야 하니까요.

  • 10. My Proust
    '26.7.7 5:48 PM (118.235.xxx.118)

    음님에게,

    좋은 지적이고, 감가상각은 실재하는 부담입니다. 다만 저는 그 부담의 성격이 과거와 달라졌다고 봅니다. HBM과 맞춤형 AI 반도체는 범용품을 찍어내는 장치 산업이 아니라, 고객사의 칩과 공동 설계되는 솔루션 산업에 가깝습니다. 이 차이가 상각의 셈법을 바꿉니다 — 범용 시대의 증설은 수요를 ‘기대하며’ 지었기에 불황이 오면 상각비가 그대로 적자가 됐지만, 맞춤형 시대의 증설은 장기 공급계약이라는 가시성 위에서 지어지므로 상각을 흡수할 마진이 계약 단계에서 상당 부분 확보됩니다. 물론 이 논리의 수명은 계약의 수명과 같고, 수요가 꺾이면 함께 꺾인다는 데 동의합니다. 그래서 제 주장은 “사이클이 사라졌다”가 아니라 “사이클의 진폭과 주기가 달라졌다”입니다. PBR로 보면 비싸고 PER로 보면 싸다는 딜레마 정리에는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 다만 그 간극이야말로 시장이 아직 어느 자로 잴지 정하지 못했다는 증거이고, 저는 산업의 성격 변화가 답을 정해줄 것이라 봅니다. 패러다임이 바뀌면, 자도 바뀌어야 하니까요.

  • 11. 외국인들 맘을
    '26.7.7 5:50 PM (119.71.xxx.160)

    어떻게 안다고 그래요?

    외국인들이 다 팔고 나서 다음분기 실적 좋으면 들어오려고 기다리고 있다고요?

    ㅎㅎㅎ

    외국인들이 원글님 보다 못한 줄 알아요?

  • 12. My Proust
    '26.7.7 6:00 PM (118.235.xxx.118)

    외국인의 마음은 저도 모르고, 아무도 모릅니다 — 그분들이 영영 떠났다는 것 역시 마음을 읽어야 알 수 있는 일이니, 비아냥대는 윗댓글도 추측을 하고 있는 셈이지요.

    제 추론은 심리가 아니라 구조에 기대고 있습니다. 자본에는 애정도 원한도 없고, 수익이 확인되는 곳으로 움직인다는 성질만 있습니다. 실적이 계속 찍히는데 자본이 영원히 외면한 사례를 저는 알지 못합니다. — 그건 다음 분기 실적과 수급이 판정해줄 것이고, 저는 그 판정을 기다릴 수 있는 쪽에 서 있습니다.

  • 13. Aaa
    '26.7.7 6:10 PM (118.235.xxx.68)

    이렇게 수준높은 지성을 지니신 분이
    초딩이나 할법한 비아냥에도 점잖게 대응을 해주시네요
    이분은 정말 찐이시다!!!
    필력이 이성과 감성을 두루 지니신.....

  • 14. 랠리만든주체
    '26.7.7 6:12 PM (117.111.xxx.254)

    과거 유동성이 넘칠 때는 ‘닥치고 올랐던’ 것이 맞습니다. 그리고 말씀하신 숫자들 — 줄어드는 예탁금, 외국인의 매도 — 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유동성이 메마른 시기에 시장이 지독할 정도로 ‘확증’을 요구하는 것은, 주가가 영원히 못 올라서가 아니라 본질을 받아들이는 시차가 길어졌기 때문입니다. 기억할 것은, 지난 일 년의 랠리를 만든 주체가 바로 지금 떠나고 있는 그 외국인이었다는 사실입니다
    ===================================================

    랠리를 만든 주체는 외국인이 아니라

    개인과 ETF 수급이에요. 특히 올해에는 외국인은 꾸준히 팔기 시작했는데

    ETF로 수급이 엄청나게 몰리면서 500조까지 돌파하고 그게 삼전, 하닉을

    밀어올렸죠.

  • 15.
    '26.7.7 7:12 PM (211.246.xxx.89)

    그럼 원글님은 적정주가가 얼마라고 생각하세요?
    좋은 회사 맞긴한데 저는 주가가 실적과 항상 상응하는게 아니라고 생각하고 미래 이익을 미리 반영했다고 생각하는데 주가가 이렇게 떨어지는게 말이 언된다고 생각하시니 여쭤봅니다.

  • 16. My Proust
    '26.7.7 7:36 PM (118.235.xxx.224)

    정중한 질문 감사합니다. 정직하게 답하면, 적정주가를 하나의 숫자로 말하는 건 분석이 아니라 예언이 된다고 생각해서, 숫자 대신 제 셈법을 보여드리겠습니다. 적정가치는 결국 ‘이익 × 배수’인데, 저와 님의 차이는 회사 평가가 아니라 이 두 변수의 가정 차이입니다. 님처럼 올해 이익이 사이클의 정점이라고 가정하면, 지금의 한 자릿수 선행 PER은 정당하고 오늘의 하락도 합리적입니다 — 그 관점은 내적으로 일관됩니다. 반대로 저처럼 공급 부족의 구조상 이익이 수년간 유지·성장한다고 가정하면, 같은 한 자릿수 배수는 저평가가 됩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짚고 싶습니다. “미래 이익을 미리 반영했다”는 말이 성립하려면 시장이 미래만큼 높은 배수를 부여했어야 하는데, 지금 삼성전자의 선행 배수는 글로벌 동종 기업 대비 낮은 한 자릿수입니다. 이건 미래를 선반영한 가격이 아니라, 미래를 선차감한 가격입니다 — 시장은 지금 이익이 곧 사라진다고 가정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니 진짜 쟁점은 “주가가 미래를 반영했느냐”가 아니라 “어떤 미래를 반영했느냐”입니다. 님은 시장의 가정에 서 계시고, 저는 그 가정에 반대편을 들었습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앞으로의 분기 실적들이 판정해줄 것입니다.
    저는 제 가정을 신념이 아니라 가설로 다루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 가정이 틀렸음을 알려줄 신호들 — 수요 충족률의 회복, 증설의 집행 속도 — 도 정해두었습니다. 이런 신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시장이 지금 가격에 반영한 미래 역시 수정될거라고 봅니다.

  • 17.
    '26.7.7 8:41 PM (115.139.xxx.169)

    좋은 인사이트 감사합니다.
    잘 읽어보았습니다.

  • 18. 감사합니다.
    '26.7.7 9:25 PM (42.25.xxx.126)

    좋은글 올려 주셔서 고맙습니다!

  • 19. easy34
    '26.7.7 11:46 PM (183.96.xxx.132)

    감사합니다.proust님.
    근거에 기반한 신념. 부럽습니다.
    앞으로도 좋은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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