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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②-재심 변호사의 모순

맑은햇살 조회수 : 632
작성일 : 2026-07-02 11:15:09

https://www.facebook.com/share/p/14n5nMkFPvw/

박준영 변호사의 글을 매일 한편씩 올리려고 합니다.

 

<재심 변호사의 모순 –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 ②〉

 

여러 재심 사건을 수행하며 저는 누구보다 검찰 수사를 강하게 비판해 왔습니다. 그런 제가 검사를 '유능한 인력'으로 상정하고 그들의 사회적 역할을 역설하는 것이 많은 분들에게 낯설거나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음을 잘 압니다. 저를 지지해 주시는 분들께 어떻게 비쳐질지 마음이 무겁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저는 이 이야기를 멈출 수 없습니다. 공적 영역에서 실력 있고 성실한 전문가가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수천 건의 국선 변호와 재심 사건을 거친 20년 형사 변호의 경험으로 뼈저리게 체감했기 때문입니다. 비난과 오해를 사더라도, 이 문제만큼은 결코 외면할 수 없습니다.

 

잠을 못자면 입안이 헐고 관자놀이가 화끈거립니다. 마른기침이 멎지 않는 새벽에도 기록에서 눈을 떼지 못합니다. 혹여 놓친 것은 없는지, 하나라도 더 찾으려 애쓰는 그 집요한 시간이 결국 억울함을 풀 실마리를 만들어 왔습니다. 다음 달이면 억울한 무기수 한 분이 재심을 통해 무죄를 받게 됩니다. 의미 있는 재심 결과가 연이어 나올 겁니다. 저는 '사람'이 '정성'을 다해 하는 일의 경이로운 의미를, 그리고 그런 정성을 쏟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일이 사법절차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절감합니다.

 

사건의 향방은 기록을 얼마나 깊이 파고드는지, 증거를 얼마나 꼼꼼히 살피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보고 또 보고, 다시 보고 나서야 비로소 고개를 내미는 진실이 있습니다. 실력 있고 성실한 검사들이 밤을 새워 기록에 매달려 주길 바라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조직 전체가 '악마화'되고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과연 그들에게 열의와 자부심이 생겨날 수 있을지 저는 솔직히 의문이 듭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적 영역에 종사하는 이들의 직업적 자부심과 윤리적 기준을 북돋우는 것입니다. 수사와 공소는 결국 사람이 하는 일입니다. 사람이 흔들리면 절차는 거칠어지고 결론은 성급해지기 마련입니다. 반면 자신의 일을 전문가로서의 책무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기록 앞에서 한 번 더 멈추고, 증거 앞에서 한 번 더 확인하며, 권한을 행사할 때 한 번 더 절제합니다.

 

2,000여 명의 검사 중 우리가 우려하는 이른바 '권력형 검사'는 과연 몇 명이나 되겠습니까. 그럼에도 사회에 그 이미지가 강하게 각인된 것은 극단적인 사례들이 남긴 상처가 너무도 컸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묵묵히 기록을 파헤치고 법정에서 공소를 유지하는, '직업인'으로서의 검사들이 분명 존재합니다. 성폭력, 가정폭력, 아동학대처럼 피해자가 상처 입기 쉬운 사건에서 진술 과정과 보호 조치를 세심히 챙기며 2차 피해를 막으려 애쓰는 검사들을 저는 현장에서 보아 왔습니다.

 

경찰 수사의 빈틈이나 위법 소지를 짚어내고, 무리한 결론을 견제하며 "이 정도로는 기소하기 어렵다", "보완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검사들도 있습니다. 이런 역할은 제도와 기관의 명칭이 무엇이든 형사사법 시스템 안에서 반드시 필요하며, 저는 이런 검사들이 우리 사법 서비스의 일상적인 품질을 떠받쳐 왔다고 믿습니다.

 

곧 대규모 검사 인사가 있다고 합니다. 인사가 잦은 구조 속에서 얼마나 많은 사건이 다시 캐비닛으로 들어갔다가 새 담당자에 의해 처음부터 검토될지 걱정이 앞섭니다. 수사의 효율성과 신속성은 하루하루가 고통인 피해자에게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피의자에게도 무엇보다 절실한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공론장에서 논의해야 할 현실적인 과제는 더 많습니다. 음성이 손쉽게 텍스트로 변환되는 시대에, 조사자의 주관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현행 '조서 제도'를 어떻게 혁신할지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급변하는 시대에 걸맞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충분한 논의를 하고 있는지 자문해 봐야 합니다.

 

사법 개혁의 논의가 '누구를 배제할 것인가', '어느 직역을 무력화할 것인가'에만 매몰된다면, 우리는 결국 또 다른 모순과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IP : 211.234.xxx.1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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