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버리는 한국의 대규모 반도체 투자 발표를 두고 AI 시장 거품의 정점이자 붕괴의 신호라고 주장하지만, 그의 논리는 지나치게 단순하다. 거대한 투자가 발표되었다는 사실만으로 산업의 종말을 선언할 수 있다면, 인터넷, 스마트폰, 클라우드 산업 역시 초기에 모두 거품으로 치부되었어야 한다.
현재 AI 인프라에 가장 많은 돈을 쓰고 있는 기업들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구글 같은 세계 최상위 기술기업들이다. 메타는 AI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AI 클라우드 사업까지 검토하며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반도체 투자를 "끝의 시작"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버리가 바라는 서사일 것이다.
버리의 발언은 그의 유명한 성공 사례 때문에 과도한 권위를 부여받는다. 버리는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했지만, 이후에도 수많은 약세 전망을 내놓았고 시장 흐름과 맞지 않았다. 한 번의 역사적 성공이 모든 미래 예측의 정확성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공매도 투자자들은 한 번의 큰 하락에 베팅한다. "빅쇼트론자"는 시장이 계속 오르는 동안 여러 차례 약세를 전망하다가 틀릴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에게 중요한 것은 모든 예측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큰 하락이 한 번 왔을 때 이를 통해 충분한 수익을 거두는 것이다.
버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과소평가하는 우를 범한다. 그는 과거의 데이터와 수학적 밸류에이션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AI나 스마트폰 혁명처럼 인류의 생산성 자체를 한 단계 점프시키는 구조적 변화가 유입될 때 이를 단순한 투기성 거품으로 치부해 버리는 실수를 반복한다.
반도체 산업은 미래 수요를 예상해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산업이다. 공장을 짓고 양산하기까지 수년이 걸리기 때문에, 수요가 눈앞에 나타난 뒤 투자하면 이미 늦다. 데이터센터와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는 오히려 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측면이 있다.
분명한건, 한국이 공장을 늘리지 않으면 누군가 — 중국이나 미국이 —그 공장을 지을 것이라는 점이다. 중국이 짓기 전에 우리가 지어야 한다. 한국이 투자하지 않으면, 그 시장은 다른 나라가 차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