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죄송한 건 죄송하지만 아닌 건 아니다]

일독권함 조회수 : 1,057
작성일 : 2026-06-10 09:11:54

정욱도 부장판사 특별기고.

이번 지선에서 강북구 선거관리위원장직을 겸직했다.

 

[죄송한 건 죄송하지만 아닌 건 아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을 일이다. 4년에 한 번, 만반의 준비를 거쳐 치르는 전국 단위 선거다. 거기서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중단되는 나라가 도대체 나라인가. 참정권을 침해당한 시민들의 황당함과 분노가 이해되고 남는다. 천재지변 때문이라면 또 모른다. 조금 더 신중했다면 예측할 수 있었고 조금 더 기민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일, 명백한 선거관리위원회의 실책이다. 일원으로서 한없이 죄송한 심정이다.

 

선관위가 일을 제대로 못한 게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지난 몇년 선거사무에서 보인 난맥상, 석연찮은 인사, 흐트러진 직무 기강, 부족한 해명과 체감되지 않는 시정 노력으로 쌓인 불신이 이 대형 실책을 더더욱 용납할 수 없게 만든 듯하다. 독립 헌법기관이라는 지위와 사법부와의 특수관계에서 비롯된 안이함, 책임의식 부족이 깔려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해체 수준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주장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부정선거론 확산의 호기로 삼으려는 일각의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 부정선거론은 선관위를 조직적 투표결과 왜곡의 주범 내지 공범으로 단정한다. 그런데 선관위가 이렇게 무능해서야 어떻게 법망과 수많은 참관인의 눈을 피해 체계적으로 거대한 부정을 저지를 수 있겠는가. 중복투표를 기획하고 투표용지를 바꿔치는 범죄, 꼬리라도 밟히는 날엔 필연코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부정을 저지르자면 적어도 투표자와 투표용지 수를 제대로 예측, 대비하여 멀쩡한 투표처럼 가장하기라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특정 성향 유권자의 투표를 막겠다고 투표용지를 안 주는 짓의 ‘가성비’는 어떤가.

 

실제 선거사무를 경험하거나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은 안다. 투표에서 개표와 집계, 공표에 이르는 전 과정이 얼마나 철저히 설계됐는지 말이다. 대규모 부정의 소지가 끼어들 틈이 눈곱만큼이라도 있는지 말이다. 모든 절차가 법에 따라 일반에서 공모되거나 정당이 선정한 참관인에게 완벽히 공개된다. 투표참관인을 비롯한 투표소의 십여 명은 부정선거 카르텔 조직원이 아니다. 개표장의 수십 명 개표참관인에게 ‘밀실 개표’란 뚱딴지같은 소리다. 부정선거를 의심하는 누구라도 마음먹으면 몸소 실체를 확인할 수 있다. 의심의 실체를 들여다보려고도 않으면서 의심을 확대재생산하고 그에 편승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정말 알고 싶어서 의심하는 것인가. 아니면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이유가 따로 있는 것인가.

 

당초 극소수의 주장으로 여겨졌던 부정선거론은 이제 적지 않은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된 듯하다. 필자의 장인께서 참석하시는 대구 출신 사회지도층 모임에서도 부정선거론이 대세인가 보다. 선관위에서 30여년 근무한 한 사무국장도 장모님으로부터 자네는 그러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단다. 이번 개표 현장에서도 우편투표로 접수된 투표용지에 접은 자국이 안 나타났다며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한참 투표용지를 확인한 뒤 말없이 떠난 정당 선정 참관인이 있었다. 의심은 검증을 통해 해소되기도 하지만 때로 검증과 무관한 신념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의심하는 이들 역시 주권자인 국민이다. 그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선관위는 의심의 비합리성만을 들어 안주할 것이 아니라 의심을 불식하려 노력을 다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진상은 남김없이 규명돼야 한다. 잘못이 확인된다면 책임도 뒤따라야 한다. 이번 사태로 인한 참정권 침해의 수습, 신뢰 위기의 해결에 정치권과 관계기관이 힘을 모아야 한다. 선거사무에 관여한 한 사람으로서 다른 관계자들과 함께 사죄드린다.

 

다만 이번 사태가 모든 부정선거 주장까지 정당화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 시민의 정당한 분노가 왜곡되거나 다른 목적에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 죄송한 건 죄송하지만 아닌 건 아니다.

IP : 211.234.xxx.12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6.6.10 9:28 AM (1.232.xxx.112)

    내 생각도 그렇네요.
    아닌 건 아니죠.
    부정선거 틀에 꿰어맞추려고 온갖 것 다 갖다 붙이고 있으니

  • 2. 불가능은없다
    '26.6.10 9:33 AM (125.129.xxx.43)

    그렇다고 쳐요. 부실선거일지언정 부정선거는 아니라고.

    근데, 이재명은 이 와중에 왜 자꾸 전자투표 얘기를 하나요? 검표가 어려운 방식으로 전환하고자 하는 저의가 있는지 불안하고 의심스럽죠. 그래서 더 부정선거의 뜻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거예요.

  • 3. 그니까요
    '26.6.10 9:43 AM (118.235.xxx.14) - 삭제된댓글

    부정선거 믿는 정신병자들 얘기에 왜 이렇게 진지하게 대응해줘야되는지 모르겠네요. 폭도들 진압 안 합니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16712 11시 정준희의 논  ㅡ '계엄문건' 파문 속 특검의 첫 기소.. 3 같이봅시다 .. 2026/06/10 699
1816711 이재명이 진짜 시러요...... 49 d 2026/06/10 4,395
1816710 화장실 배수구에 모기가 올라와요 6 모모 2026/06/10 1,600
1816709 알바 지원했는데(당근)바로 마감이 되었어요. 5 첫도전 2026/06/10 1,639
1816708 스벅 카드환불 조건없이 환불이 아니였어요 쩝 9 스벅불매 2026/06/10 1,669
1816707 토사구팽이로구나 3 아이고 2026/06/10 1,673
1816706 미 중부사령부 "이란 보복 공습 완료" 1 ... 2026/06/10 1,808
1816705 이런것도 체한 증상이었나봐요 2 내참 2026/06/10 1,094
1816704 걍 이재명도 계엄 때려라 23 2026/06/10 1,735
1816703 고등 수강 신청에 대하여~1부. 16 2026/06/10 910
1816702 폐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위해 조금만 시간 부탁드립니다 9 팝핀 2026/06/10 1,357
1816701 이재명 대통령은 해명하세요 26 ㅇㅇ 2026/06/10 2,961
1816700 뉴이재명 13 슬픔이 2026/06/10 980
1816699 옆집에서 불이 났는데.... 4 아...정말.. 2026/06/10 3,117
1816698 토론토 6월 여행 3 여행가자 2026/06/10 915
1816697 성심당버스투어후기 3 버스투어 2026/06/10 2,483
1816696 문까만 하면.... 12 ........ 2026/06/10 877
1816695 계란값 너무 비싸요 18 ... 2026/06/10 2,660
1816694 스벅환불 매장가면 되나요? 2 2026/06/10 724
1816693 이게 부정선거라구요? 7 ... 2026/06/10 975
1816692 진정으로 부동산을 잡으려면 4 부동산 2026/06/10 1,167
1816691 '참교육'…공개 3일 만에 넷플릭스 비영어권 정상 14 넷플 2026/06/10 2,722
1816690 다음 대통령은 5세훈 될꺼 같아요. 49 ... 2026/06/10 3,360
1816689 정인이양부 출소한다는데 7 ... 2026/06/10 1,316
1816688 일 잘한다는데 생활 좀 나아지셨어요? 24 궁금 2026/06/10 1,8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