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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냄비

연두 조회수 : 664
작성일 : 2026-05-20 10:59:06

 

나는 시어머님의 막내며느리다

 

​어머님의 막내아들은 서른아홉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아 어머님을 힘들게 했다

 

​큰소리 한번 내는 법 없이 성품이 순한 어머니는

그저 아들이 결혼하기를 바랄 따름이었다

 

​어느 해 봄에 드디어 주환이가 며느리감을

데리고 왔다 그게 나였다 ㅎ

 

나는 아들만 셋인 어머님의 옷장과 서랍에

좋은 것이라고는 하나도 없어 정말 놀랐다

 

​어머님은 좋은 것이 하나도 없었다 좋은 것이라고

꺼내서 보여 주시는 건 정말 오래된 것이었다

 

​진짜 반지도 하나 없으신 거예요? 물었더니

있다며 보여주시는 것도 너무 오래되어

 

​닳고 닳은 반지  

어머님은 진짜 좋은 게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어머님은 신혼인 나에게 자꾸 어머님의

꽃냄비를 가져 가라고 하셨다 

어머님은 쓰지않은

새 냄비세트가 있었다 

 

​아들 중 누군가가 사은품으로

받은 걸 집에 갖다 드렸는데 

유리로 된 냄비는 사이즈별로

세 개였고 꽃이 그려져 있었다 

 

​살림도 제대로 할 줄 모르고

요리도 할 줄 아는게 없어 냄비가 여러개 필요하지

않아서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도 갈때마다 그 냄비를

가져가라 하셔서 몇번이나 거절하다가 받아왔다

 

​받아와서 쓰지 않고 두었는데 어머니댁에 다니면서

보니 그 꽃냄비는 어머님이 가진 물건 중에 가장

좋은 것이었다 

 

​아무것도 좋은 걸 가진게 없는 어머님은

그 중에서 가장 좋은 그 냄비를 나에게 주고 싶어하셨다

 

​그 마음을 나중에 알았다

 

그때 엄마가 돌아가셔서 나는 엄마가 없었다

 

​어머님 품이 넓어 어머님께 가서 기대어 있었다

 

​성품이 온순하고 선량하셨다 엄마없는 시간을

어머님께 기대서 왔다 

 

​다니다가 예쁜게 있으면

엄마께 사다드렸는데 예쁜게 보이면 시어머님께

사다드렸다 아들들이 입다가 안 입는 낡은 티셔츠를

입으시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시는 어머님께

예쁜 블라우스를 사다 드렸다

 

뭐든지 좋은게 있으면 엄마에게 가지고 갔듯이

어머님께 가지고 갔다

 

 

어머님이 계셔서 외롭지 않게 여기까지

왔다 

 

 

IP : 220.119.xxx.23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6.5.20 11:02 AM (58.29.xxx.4)

    세상에... 꽃처럼 이쁜 이야기네요

  • 2. ...
    '26.5.20 11:02 AM (220.118.xxx.98)

    저도 아들셋의 막내와 결혼했는데
    제 시어머니와 참 다른 좋은 시어머니를 만나셨네요.
    아들부심이 발끝부터 머리까지 가득이셔서
    며느리를 아들 받드는 몸종으로 보시는 분이거든요.

  • 3. ,,,,,,,
    '26.5.20 11:02 AM (211.250.xxx.195)

    ㅠㅠ

    필력도 좋으시고
    어머니도 좋으시고 원글님도 좋고

    비오는 아침
    저도 울리시네요

  • 4. 감사
    '26.5.20 11:02 AM (118.221.xxx.69)

    비오는 아침, 돈과 정치얘기 읽다가 님 글을 읽으니 휴식하는 느낌이네요
    어머님께서 막내며느님을 꽃처럼 아끼셨던 것 같습니다

  • 5. 아름다워요
    '26.5.20 11:02 AM (220.85.xxx.165)

    어머님도 원글님도 좋은 분.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셔서 참 아름답습니다.

  • 6. 귀하다
    '26.5.20 11:07 AM (221.160.xxx.24)

    이 얼마만에 포근하고 사랑넘치는 글인지.... ㅎㅎㅎㅎ

  • 7. ..
    '26.5.20 11:09 AM (39.7.xxx.161)

    온순함과 선량함이 이렇게나 큰 효능을 가진 거였군요. 시어머님과 연두님, 그리고 막내아들 모두 좋은 사람.

  • 8. ...
    '26.5.20 11:21 AM (58.120.xxx.143)

    아름다운 글이네요. 덕이 많은 분

  • 9. 음..
    '26.5.20 12:14 PM (121.200.xxx.6)

    어느 섬,
    초록들 사이 빨간 지붕의 그림같은 집 한채,
    햇살 눈부시고 꽃들 가득 핀 정원,
    나무 그늘에 벤치도 있고 돗자리도 깔리고
    그런 풍경속 가족들을 상상해요.
    무덤덤하면서도 그런 잔잔한 따스함이 느껴지는데 행복하네요.
    그냥 현실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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