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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연두 조회수 : 913
작성일 : 2026-04-17 16:48:16

남편은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가난하고 농사짓는 집이었는데 책임을 다하는 좋은 부모님이셨다

 

​좋은 건 장에 내다 팔아야 해서 못 먹고

 

못난 것들로 어머니가 요리해 주셨다

 

여름에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를 삶아주시고

 

​밀가루 반죽해 찐빵도 쪄 주셨지만 아이 넷을 키우고 시부모도 모시고

 

농사도 짓고 품팔러도 나가시는 어머니라 자주 얻어 먹지는 못했다

 

 소 먹이러 산에 가면 배가 고파 산열매를

 

이것도 따먹고 저것도 따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겨울에는 더 먹을 게 없었는데 엄마는

 

큰 솥에 물을 넣고 양파를 한솥 삶아 주셨다

 

삶은 양파는 달아서 건더기도 먹고 양파물도 떠다 마셨다

 

 

​중학교때 외지에서 선생님이 오셔서 남편이 사는 마을에서 자취를 하셨다

 

​일요일에 선생님 댁에 가서 일을 거들었는데

 

일을 마치자 선생님이 밥을 차려 주셨다

 

 

그날 중학생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진짜 맛있는 걸 먹었다

 

천상의 맛이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하늘에서 내려온 맛인 것 같았다

 

​꼭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부끄러워

 

이 음식이 무엇인지 도저히 물어볼 수 없었다

 

 

 

그래서 중학생은 그 천상의 음식을 그 날 단하루 먹었고

평생 잊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에 가고 군대에 가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서른도 넘은 어느 날

 

회사의 식당에서 그는 그 음식을 만났다

 

 

중학생이 먹었던 천상의 맛

 

살면서 꼭 다시 한번은 다시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

 

​부끄러워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그 음식은

 

 

 

 

그러니까 그 음식이 뭔데

 

 

 겨울밤 결혼하고 같이 이불덮고 자면서 남편이 하나씩 들려주던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

 

 

 그 음식은 말이야

 

 

 

 

 <마요네즈>였어

 

 

엄마가 해주시는 양파물이 달고 달았던 시골소년의 입안에 퍼졌을

 

마요네즈의 고소함이라니

 

 

 

 

평생 잊지 못했는데 서른이 넘어서야 회사 식당에서 

 

그는 마요네즈를 다시 만났고 그것이 마요네즈인 것을 알게 되었다

 

막상 살면서 마요네즈가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았다며

 

 

 이 이야기는 끝

 

 

IP : 221.152.xxx.14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6.4.17 5:07 PM (58.121.xxx.113)

    수필같은 글을 읽고 있자니 이제 그 소년은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반쪽을 만나 편안하고 행복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보니 가난은 별거 아니더라구요. 내가 받았던 사랑이 별거더라구요.

  • 2. 쓸개코
    '26.4.17 5:53 PM (175.194.xxx.121)

    그 마요네즈가 얼마나 황홀한 맛이었을지 ㅎ
    누구나 남편분의 마요네즈처럼 추억을 이끌어주는 음식이 있죠.
    저는 초등학교 4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참 활달하고 신식이랄까.. 재밌는 분이었어요.
    늘 아이들과 점심을 함께 하셨는데
    선생님 반찬통에 새로운 것이 있었어요. 제게 먹어보라고 권하시길래 한조각 먹었는데
    어찌나 황홀하게 맛있던지..
    그 황홀했던 음식은 달걀물에 부친 살로우만 햄이었어요. 스팸도 아니고 살로우만 햄 ㅎ
    한번 맛을 봤으니 또 먹고 싶잖아요?
    눈치 좀 보다가 과감하게 두쪽을 먹었습니다. ㅎ

  • 3. 저는
    '26.4.17 7:38 PM (222.109.xxx.61)

    뜬금없이 삶은 양파에 끌리네요 ㅎㅎ 건강식일듯

  • 4. ..
    '26.4.17 8:22 PM (1.252.xxx.67)

    쓸개코님 용감한 어린이였네요 귀엽..ㅎㅎ
    울 아들 초딩때 얼마나 변죽이 좋은 녀석이었던지 선생님들 쉬는 시간에 계시는 곳에 지나가다가 선생님들이 방과후 치킨을 시켜드시고 있었는데
    선생님 맛있겠네요 해서 얻어먹었다는 얘기가 생각납니다

  • 5. 쓸개코
    '26.4.17 8:35 PM (175.194.xxx.121)

    1.252님 아드님 ㅎㅎㅎ 어디가서도 귀염받고 얻는게 많을듯요.
    울 엄마는 살로우만 햄을 안 사주셨어요. 그래도 후랑크 소세지는 볶아주셨죠. 칼집 넣어서 ㅎ

  • 6. ..
    '26.4.17 10:40 PM (183.105.xxx.52)

    어렸을때 옆방에 세들어 살던집 언니들이 생양파를 간식으로 먹었던기억이..양파볶음이 도시락반찬이었었죠.얼마전 어머님이 요새 햇양파나와서 쪄먹으니 정말맛있다고하시더라고요. 삶은양파랑 ㅈ비슷한느낌일까요.... 마요네즈처음먹어보고 멀미맛난다고생각했어요 . 뭔가 이국적이고 다른나라 음식같은데 먹으면 머리아픈 ㅎㅎ. 티비에서 마요네즈광고 나올때 같이먹는 채소가 너무 맛있어보여서 궁금했는데 사촌동생이 자기가먹어봤다면서 토할뻔했다고 했어요 . 그것은 샐러리 ㅋ.지금도 흔한 채소는 아닌데 ..
    중학교때 가정시간에 훈연법으로 만든 음식중에 베이컨이있었는데 베이컨을 본학생이없었어요 . 가정선생님이 우리반 제일부잣집친구한테 사오라그래서 (백화점에서 팔았나봐요) 반마다 다니면서 보여줬었어요 . 마말레이드도나오는데 그게뭔지 다들 몰랐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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