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소년

연두 조회수 : 897
작성일 : 2026-04-17 16:48:16

남편은 시골에서 나고 자랐다

 

​가난하고 농사짓는 집이었는데 책임을 다하는 좋은 부모님이셨다

 

​좋은 건 장에 내다 팔아야 해서 못 먹고

 

못난 것들로 어머니가 요리해 주셨다

 

여름에는 감자 고구마 옥수수를 삶아주시고

 

​밀가루 반죽해 찐빵도 쪄 주셨지만 아이 넷을 키우고 시부모도 모시고

 

농사도 짓고 품팔러도 나가시는 어머니라 자주 얻어 먹지는 못했다

 

 소 먹이러 산에 가면 배가 고파 산열매를

 

이것도 따먹고 저것도 따먹어도 배가 부르지 않았다

 

겨울에는 더 먹을 게 없었는데 엄마는

 

큰 솥에 물을 넣고 양파를 한솥 삶아 주셨다

 

삶은 양파는 달아서 건더기도 먹고 양파물도 떠다 마셨다

 

 

​중학교때 외지에서 선생님이 오셔서 남편이 사는 마을에서 자취를 하셨다

 

​일요일에 선생님 댁에 가서 일을 거들었는데

 

일을 마치자 선생님이 밥을 차려 주셨다

 

 

그날 중학생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는 진짜 맛있는 걸 먹었다

 

천상의 맛이었다 입안에서 사르르 녹았다

 

​하늘에서 내려온 맛인 것 같았다

 

​꼭 다시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부끄러워

 

이 음식이 무엇인지 도저히 물어볼 수 없었다

 

 

 

그래서 중학생은 그 천상의 음식을 그 날 단하루 먹었고

평생 잊지 못한 채 어른이 되었다

 

 

고등학교에 가고 대학에 가고 군대에 가고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을 하고 서른도 넘은 어느 날

 

회사의 식당에서 그는 그 음식을 만났다

 

 

중학생이 먹었던 천상의 맛

 

살면서 꼭 다시 한번은 다시 먹어보고 싶었던 음식

 

​부끄러워 차마 물어보지 못했던 그 음식은

 

 

 

 

그러니까 그 음식이 뭔데

 

 

 겨울밤 결혼하고 같이 이불덮고 자면서 남편이 하나씩 들려주던

 

자신의 어린 시절 이야기

 

 

 그 음식은 말이야

 

 

 

 

 <마요네즈>였어

 

 

엄마가 해주시는 양파물이 달고 달았던 시골소년의 입안에 퍼졌을

 

마요네즈의 고소함이라니

 

 

 

 

평생 잊지 못했는데 서른이 넘어서야 회사 식당에서 

 

그는 마요네즈를 다시 만났고 그것이 마요네즈인 것을 알게 되었다

 

막상 살면서 마요네즈가 들어간 음식을 좋아하게 되지는 않았다며

 

 

 이 이야기는 끝

 

 

IP : 221.152.xxx.143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6.4.17 5:07 PM (58.121.xxx.113)

    수필같은 글을 읽고 있자니 이제 그 소년은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반쪽을 만나 편안하고 행복할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아보니 가난은 별거 아니더라구요. 내가 받았던 사랑이 별거더라구요.

  • 2. 쓸개코
    '26.4.17 5:53 PM (175.194.xxx.121)

    그 마요네즈가 얼마나 황홀한 맛이었을지 ㅎ
    누구나 남편분의 마요네즈처럼 추억을 이끌어주는 음식이 있죠.
    저는 초등학교 4학년때 담임선생님이 참 활달하고 신식이랄까.. 재밌는 분이었어요.
    늘 아이들과 점심을 함께 하셨는데
    선생님 반찬통에 새로운 것이 있었어요. 제게 먹어보라고 권하시길래 한조각 먹었는데
    어찌나 황홀하게 맛있던지..
    그 황홀했던 음식은 달걀물에 부친 살로우만 햄이었어요. 스팸도 아니고 살로우만 햄 ㅎ
    한번 맛을 봤으니 또 먹고 싶잖아요?
    눈치 좀 보다가 과감하게 두쪽을 먹었습니다. ㅎ

  • 3. 저는
    '26.4.17 7:38 PM (222.109.xxx.61)

    뜬금없이 삶은 양파에 끌리네요 ㅎㅎ 건강식일듯

  • 4. ..
    '26.4.17 8:22 PM (1.252.xxx.67)

    쓸개코님 용감한 어린이였네요 귀엽..ㅎㅎ
    울 아들 초딩때 얼마나 변죽이 좋은 녀석이었던지 선생님들 쉬는 시간에 계시는 곳에 지나가다가 선생님들이 방과후 치킨을 시켜드시고 있었는데
    선생님 맛있겠네요 해서 얻어먹었다는 얘기가 생각납니다

  • 5. 쓸개코
    '26.4.17 8:35 PM (175.194.xxx.121)

    1.252님 아드님 ㅎㅎㅎ 어디가서도 귀염받고 얻는게 많을듯요.
    울 엄마는 살로우만 햄을 안 사주셨어요. 그래도 후랑크 소세지는 볶아주셨죠. 칼집 넣어서 ㅎ

  • 6. ..
    '26.4.17 10:40 PM (183.105.xxx.52)

    어렸을때 옆방에 세들어 살던집 언니들이 생양파를 간식으로 먹었던기억이..양파볶음이 도시락반찬이었었죠.얼마전 어머님이 요새 햇양파나와서 쪄먹으니 정말맛있다고하시더라고요. 삶은양파랑 ㅈ비슷한느낌일까요.... 마요네즈처음먹어보고 멀미맛난다고생각했어요 . 뭔가 이국적이고 다른나라 음식같은데 먹으면 머리아픈 ㅎㅎ. 티비에서 마요네즈광고 나올때 같이먹는 채소가 너무 맛있어보여서 궁금했는데 사촌동생이 자기가먹어봤다면서 토할뻔했다고 했어요 . 그것은 샐러리 ㅋ.지금도 흔한 채소는 아닌데 ..
    중학교때 가정시간에 훈연법으로 만든 음식중에 베이컨이있었는데 베이컨을 본학생이없었어요 . 가정선생님이 우리반 제일부잣집친구한테 사오라그래서 (백화점에서 팔았나봐요) 반마다 다니면서 보여줬었어요 . 마말레이드도나오는데 그게뭔지 다들 몰랐었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803437 윤석열 변호인 윤갑근, 국힘 충북지사 본경선 진출…김영환과 결선.. 3 가관이다 2026/04/18 1,424
1803436 까르띠에 팬더 골라주세요 13 띠로리 2026/04/18 1,636
1803435 AI 와 인간의 다른점 (망설임) 6 AIAI 2026/04/18 2,233
1803434 빵칼 후기 8 ㅇㅇ 2026/04/18 2,633
1803433 미국주식을 해보고 싶어요 33 주린이 2026/04/18 5,056
1803432 실내건조세제랑 일반세제랑 다른게 무얼까요? 1 베란다건조 2026/04/18 893
1803431 동포 '취업·주거지원법' 발의 국내 中 국적 동포 13 ..... 2026/04/18 1,389
1803430 반도체주들은 약 보합 이네요 6 ㅇㅇ 2026/04/18 2,722
1803429 미국에 6개월 이상 체류하게 되었는데 영어공부법 알려주세요. 26 ... 2026/04/18 2,925
1803428 햄에 들어가는 아질산염 신경쓰시나요? 6 아질산나트륨.. 2026/04/18 3,067
1803427 지수 오빠, 구속 위기 속 와이프 폭로 61 보정떡칠 2026/04/18 31,765
1803426 트럼프랑 이란은 말이 계속 차이가 있네요 2 ㅇㅇ 2026/04/18 1,363
1803425 IMF 한국 경제성장률 1.9% 물가상승률 2.5% 8 ..... 2026/04/18 1,535
1803424 [불멸의 신성가족] 2부 - 박은정 국회의원, 한인섭 형법학자.. 2 ../.. 2026/04/18 1,207
1803423 “공정 따지다가 중국에 다 먹혔다”…EU, 기업 합병규제 대폭완.. 3 ㅇㅇ 2026/04/18 2,870
1803422 모고 표점 잘 아시는분? 9 ㅇㅇㅇ 2026/04/18 1,003
1803421 동치미 레시피글 삭제하셨나봐요ㅠ 5 ㅇㅇ 2026/04/18 2,175
1803420 ‘초강력 AI 해커’ 충격파 확산… 각국 경제수장들 “은행 시스.. 5 ㅇㅇ 2026/04/18 3,000
1803419 일론머스크 인류 첫 조만장자 예정 4 안무섭나 2026/04/18 2,428
1803418 한반도를 대결의 전장으로 만들고, 트럼프 수탈정책의 선봉에 설 .. 9 미셸스틸지명.. 2026/04/18 2,521
1803417 대군부인 재미있어요 16 아앙 2026/04/18 5,200
1803416 나혼산 박경혜 땜에 오랜만에 재밌네요 ㅋㅋ 19 우히히 2026/04/18 11,980
1803415 초등학교 동남아여행 비용 289만원... 와 14 .ㅇㅇㅇ 2026/04/18 5,579
1803414 잠 많은 유전자.. 6 ㅣㅣㅣ 2026/04/18 2,716
1803413 김남길 노래 넘 잘하고 멋있어요 10 ... 2026/04/17 2,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