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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날리는 벚꽃 속에서 내 스무살이 생각났다.

퇴직백수 조회수 : 2,103
작성일 : 2026-04-05 16:25:10

1986년의 봄. 

나는 재수끝에 대학생이 되었다. 

겨울의 묵은 옷들을 벗고 상큼한 색의 외투로 갈아입고 신입생이 되었다.

아직은 친구도 없고 수업시작 전 그저 혼자 교정을 거닐다가 시간이 많이 남아 학생회관 2층 매점 창가자리를 잡고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었다.

첫번째로 핀 목련이 너무 아름다왔던 봄날 .. 나는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다.

이곳에서 4년동안 나는 누구보다 멋진 연애도 하고 열심히 공부해서 사회에 나갈 꿈을 꾸었다.

훨훨 자유롭게 살고싶어서 가슴이 콩닥콩닥 거리는걸 느꼈었다.

 

그런데 그날 그 아침에 한무리의 학생들이 구호를 외치면서 학생회관 밑으로 집결했다. 

독재타도 농민해방 노동자세상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자세한건 기억하지 못하겠다.

하여간 이것조차 대학의 낭만 같아서 열심히 창밖을 들여다 보고있었다. 

그런데 40년이 지난 지금도 잊히지 않는 한 장면이 있다.

그들이 그렇게 한 2~30분 떠들고 떠난 자리가 신문지와 유인물로 엉망이 되어있었던 것이다.

FM의 대명사였던 나는 그들이 좀 이해가 안되었었다. 아니 자기자리에 있던거 들고가면 될것을 왜 저렇게 엉망으로 만들고 가나.. 대학생이 왜저러지? 이해가 안되었었다.

그런데 잠시 후 늘상 있는 일인양 그 자리를 치우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나이드신 청소하시는 아저씨 아주머니셨다.

나는 정말 너무 당황스러웠다.

뭐지? 가난한 노동자의 편에 서겠다던 대학생들이 싼똥을 지금 누가 치우고 있는거야?

말만 저렇게 하지 깊은 내면에는 우월한 의식이 자리잡고 있는건 아닐까?

안그래도 우리집도 운동권 언니때문에 온집안이 엄청 힘들어하고 있었던때여서 그런지 난 도무지 저 모습이 좋게 보여지지 않았었다.

그때 나는 아무것도 모른채 한쪽만 보았던 것이 맞다. 

그들의 희생과 아픔을 하나도 몰랐다. 

인생에는 답이 없는 순간이 참 많더라.. 하지만 내가 본 그 순간은 그냥 내 기억에 오래 오래 남게 되었다.

나의 대학생활은  그날 아침에 내가 꿈꾸던 그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4년의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간들이었던건 맞는것 같다.

그때의 내속에는 늘 몽글몽글 사랑이 피어오르고 있었고 내눈은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필터가 씌워져 있었기에 그 시절만큼 사랑으로 가득찼던 시간은 없는것 같다.  자식을 낳아서 키울때도 행복하고 사랑으로 가득찼다고 느꼈지만 색깔이 다른 시간들인것 같다.

핑크색과 병아리색으로 구분된달까...ㅎㅎ

지금의 내 생활이 너무 회색같아서 용기를 내 밖으로 나가봤다.

아.. 세상은 어느새 벚꽃이 점령한것 같이 보였다. 

나이에 상관없이 나에게도 잊지않고 찾아와주는 봄이 너무너무 고맙다. 

 

 

 

 

IP : 58.121.xxx.113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6.4.5 4:32 PM (211.218.xxx.115)

    대학 시절 생각해보면 운동권 친구들이 대신 싸워준 덕분에 조금이라도 세상이 바뀐것 같아 부채의식도 있긴 합니다. 운동권 전력 때문에 취업 불이익 받아서 메이저 직장 자리 잡지 못한 친구들도 있거든요.
    한편,박완서 작가 소설을 보면 운동권에 대한 우월의식을 빗댄 소설도 있죠.

    원글님 운동권 언니는 어떻게 세상을 살아오셨을지 궁금해지네요.

  • 2. ??????
    '26.4.5 5:56 PM (118.36.xxx.122) - 삭제된댓글

    86년도에 대학내에 청소노동자가 쓰레기를 치웠다구요?
    화장실이나 겨우 청소했으면 다행이던 시절 아닌가요?
    그당시 대학다녔지만 저런 유인물 복도에 쌓여있는 물건들 학생들 아니고는 아무도 안치웠어요
    소설쓰신거 같너요

  • 3. ....
    '26.4.5 6:48 PM (218.51.xxx.95)

    웬 소설 타령인가요?
    저도 운동권 선배들의 이중인격이라고 해야 하나
    따로 노는 모습을 보고 완전 실망했었어요.
    학생회장까지 했던 인간이 공금 횡령해서
    이미지 팍팍 구겼을 때
    정말 세상에 믿을 놈 없구나 회의가 들었었어요.
    카리스마 짱인 사람이었는데..

    생각해보니 시위한답시고 학교 곳곳
    엄청 지저분하게 만들었네요.
    그거 다 누가 치웠을지..

  • 4. 운동권 덕분에
    '26.4.5 7:46 PM (223.39.xxx.227)

    얻어진 민주주의는 못느끼고
    그들의 이중성에 분노한다는 분들은
    큰그림은 안보고싶고
    비난은 하고싶고 ㅋㅋㅋ

  • 5. ....
    '26.4.5 8:09 PM (218.51.xxx.95)

    223.39님 제가 운동권 전체를 비난했나요?
    정의로운 척은 다 하더니
    뒤로는 구린 짓하던 인간이 어이 없었던 거죠.
    결과가 좋으면 과정은 어때도 좋다는 건가요?

  • 6. ..
    '26.4.5 8:33 PM (58.121.xxx.113)

    어떤 생각으로 소설이라고 말씀 하시는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보는 세상이 전부는 아니겠지요. 20살 어린눈으로 바라본 세상이고 그때의 생각일 뿐이죠.

  • 7. 미국타도
    '26.4.6 10:17 AM (218.51.xxx.191)

    미국타도를 외치면서도
    콜라를 마시던 모습은요?
    저도 시위하던 친구들 사이를 지나며
    뭔지모를 부채감에 눈물을 흘렸지만
    아이러니한 모습들을 목격할 땐
    뭐지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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