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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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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모 이야기

작성일 : 2026-02-11 08:33:42

나랑 나이차이 10살차이나는 우리 이모

큰 딸이었던 우리엄마하고는 서른살 넘게 차이가 났었어요..

외갓집에 여름방학이고 겨울방학에 내려가면

결혼 안한 이모가 조카인 나를 데리고 여기저기 구경도 시켜주고

코바늘 뜨기, 대바늘 뜨기도 알려주고, 들판에서 나물캐며 나물 이름도 알려주고

좋은 시 있으며 읽어주고 조카처럼, 동생처럼 ,딸처럼 저와 지냈었어요

그러다 동네분 소개로 맞선을 보고 결혼을 했어요

멀리 지방으로 결혼을 해서 떠난지라 명절에만 잠시 보곤 햇는데

.....

벌써 6년이 흘렀네요.. 돌아가셨어요.

 

누우면 기침이 많이 난다고, 잠을 통 못잔다고

동네 병원에 갔다가 흉부X선 한장 찍었는데 암 같다고 큰 병원으로 가라고 진료의뢰서를 받았다죠.

그때 이모가 환갑되기 하루 전 날이었어요

제게 전화를 해서 가족들하고 환갑기념 식사를 이틀 뒤 토요일에 하기로 했는데 

큰 병원 .. 월요일에 가도 되겠지?

제가 의뢰서 받은거 우선 가보라고 병원 꼭 가라고 하고 했는데

그 다음날 엄마가 전화가 왔어요

지방 대학병원에 갔는데 사진이랑 의뢰서 보더니 입원하라고 했데요

그리고 그날(금요일) 이런저런 검사 다하고나서 바로 폐암 4기 진단 받았어요

수술할 수 없는 부위, 수술할 수 없는 크기, 예후가 안 좋은...

 

그리고 이모는 충청도 어느 도시에서 서울대 혜화로 본인이 운전해 다니며 항암을 받았어요

빌어먹을 이모부는 단 한번도 이모랑 병원을 동행하지 않았고

서울대 병원 가깝게 살고 이모가 언니같았던 제가 늘 병원에 동행했어요

 

처음에 이모는 용감하고 당당해 보였어요

항암하면서 표적치료 하면서 주치의에게 자기 증상 이야기 하고 설명듣고

궁금한거 물어보고... 겁 안나 보였어요. 그런데 무서웠겠죠?

한달마다 병원에 가서 보는 이모는 조금씩 작아졌어요.

부축하지 않으면 잘 서지도 못하기도 했어요..

 

어느날, 이제 항암은 안한다고 표적치료도 안한다고..

딸내 집에 들어갔다고 소식들 들었고

그리고 석달뒤 병원에 다시 입원했고 임종이 얼마 안남았다고 엄마가 병원으로 가자고 했어요.

 

병원에 가니 이모는 거의 임종직전이었어요.

몸무게도 30 조금 넘어보이고 눈빛만 나를 알아봤어요.

아.. 이게 마지막일수도 있겠다..

이모 몸을 물수건으로 닦아주고 입에 물에적신 거즈 물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엄청 울었어요.

 

그리고 하루 뒤 돌아가셨어요

딸, 아들, 이모부 모두 자리를 비운시간 혼자 갔어요

(가족들이 사는동안 이모를 많이 힘들게 했어요.. )

 

장례치루는 중간

엄마랑 다른 이모들이 장례식장이 씻는게 불편하니 이모집에 가서 잠시 씻고오자고해서

이모없는 이모집을 처음으로 가게 되었어요

 

이모옷이 거의 없는 옷장(그사이 본인이 옷정리를 다했다고)

리빙박스에 여름옷, 가을옷, 겨울옷, 보험서류, 라벨링 해놓은거

냉장고에 몇년전 고춧가루, 몇년 볶은깨, 찹쌀가루, 멥쌀가루

씽크대에 양념통에 소금, 후추가루, 다시다....  

본인이 없어도 누구도 와서 살수있게 정리된 집

심지어 이모 휴대폰에도 사진 다 지우고 영정사진 한장 남겨놓았더래요

클이어 화일에 보험든거, 증서, 통장, 비번 다 정리하고

이모는 그렇게 떠났어요

 

어른들은 

독한다... 라고 했고

부인 잃은 이모부는

이러니 내가 정을 줄수가 없지 않겠어요?... 라고 했고

엄마 잃은 사촌동생은

언니.. 나  엄청 모진가봐.. 그렇게 눈물은 안나네.. 라고 했고

울엄마, 나, 남은 이모들만 눈이 짓무르게 울고 또 울었어요

 

그때는 이모가 참 억울하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제 조금있으면 이모 나이가 되니 나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내가 내 병세를 정확히 알고 준비하고 단정하게 떠나는 이별..

사고처럼 황망하지도 않고, 몇년을 아프지도 않고..

 

요즘 이모생각이 많이 나네요.

내 동생 꿈에 나와서 "여기 남자들은 참 친절해.." 라고 했다던데

거기서는 즐겁기를...

 

IP : 121.166.xxx.49
1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6.2.11 8:35 AM (1.239.xxx.246)

    같은 자매인데 두분 건강이 아주 다르네요

    원글님 어머님은 원글님을 45세 전후해서 낳으셨다는거고
    동생 투병당시 90세 넘어도 잘 살아계셨던거고요

    좋은 분,
    좋은 곳에서 편안하실거에요

  • 2. ......
    '26.2.11 8:45 AM (180.69.xxx.211)

    저도 언젠가 세상 떠날때가 된다면
    원글님 이모님처럼..
    제 삶을 차분하게 마무리하고 떠나고 싶다는 바램이 있습니다.

    원글님글처럼
    이모님이 그곳에서 친절한 존재들과 즐거우시기를 기원합니다.

  • 3. 담담
    '26.2.11 8:46 AM (124.53.xxx.50)

    이모가 하늘 나라에서는 행복하길 바랍니다

  • 4. ㅇㅇ
    '26.2.11 8:47 AM (175.199.xxx.97)

    뭐하러 저런 정리 를 했는지
    남편작자는 정같은소리하네

  • 5. 50대
    '26.2.11 8:48 AM (14.44.xxx.94)

    사는 동안 얼마나 외로웠을까
    남편 남편 성정 닮은 자식들까지 ㆍ
    그래도 마지막 순간에 따뜻한 원글님같은 조카가 있어서 덜 힘드셨겠어요

  • 6. 이모님 좋은곳
    '26.2.11 9:01 AM (118.235.xxx.54)

    가셨을겁니다. 이모부 원망할 필요도 없고요
    원래 한분 돌아가시면 상대편 가족들 좋은말 하는거 못봤어요
    님이 모르는 사정이 았겠죠 부부는 조카가 몰라요

  • 7.
    '26.2.11 9:46 AM (116.37.xxx.79)

    코끝이 찡하네요
    한편의 수필같은 이모님과의 추억
    동생분의 꿈이 이모님의 현실이기를
    바래요

  • 8. 나무
    '26.2.11 9:50 AM (147.6.xxx.21)

    차분하게 쓰신 글이 한번에 읽히면서도 가슴 아리고 따뜻하고 그러네요..

    이모님 참 외로우셨겠다 싶으면서도 참 좋은 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깔끔하게 정리하고 가시는 것도 참 본받을만 하네요... 명복을 빕니다...

  • 9.
    '26.2.11 9:54 AM (125.132.xxx.142)

    엄마 잃은 딸이 제정신일까요
    제 친구는 엄마 장례식장에서 웃고 다니고
    이모들만 울부짖던데 전 모두 이해가던데요

  • 10. ..
    '26.2.11 10:15 AM (58.228.xxx.152) - 삭제된댓글

    엄마 잃은 딸이라ᆢ
    부모 잃은 자식이 다 같은 마음은 아니더라구요
    양가 부모 네번의 상을 치르고 보니ᆢ
    형제들이 같은 부모를 경험하지 않는다는 말이 맞아요
    자식들 마음에 다 다른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저도 10살쯤 차이나는 이모가 있는데 그 이모도 나이차이 많은 울엄마와 참 각별했어요 엄마는 지금 안 계시지만ᆢ
    글을 참 잘 쓰시네요 문학작품 읽은 것 같은 여운이 있어요
    가끔 이런 수필이나 단편 같은 글 올라오던데 이런 글 좋아요잘 읽었어요

  • 11. ...
    '26.2.11 10:16 AM (1.235.xxx.154)

    서로 맞춰사는건데 한사람만 일방적이었네요
    끝까지 남탓
    이러니 정 줄수없다
    지독하다 그런 말한사람도
    자기반성은 없네요
    삼가 명복을 빕니다

  • 12. 명절만
    '26.2.11 10:34 AM (118.235.xxx.240)

    보던 조카가 뭘안다고 이런글 쓰나요?

  • 13. ..
    '26.2.11 10:47 AM (61.254.xxx.210) - 삭제된댓글

    명절에만 보던 분이 하실말일지요2222
    말 한마디로 사람의 속을 다 알수는 없죠
    당일은 그렇게 건조하게 말할수는 있어도
    사는내내 순간순간 돌아가신 엄마가 아내가 생각나
    자다가도 불쑥 생각나 소리치며 울지도 모릅니다.
    저또한 장례내내 담담하고 냉소적인 모습이었지만
    비만 오면 차를 몰고 여기저기 쏘다니며 울부짖었어요 몇년을요
    남편도 애들도 아무도 몰라요

  • 14. ㅌㅂㅇ
    '26.2.11 10:53 AM (182.215.xxx.32)

    이모부 욕나오네요

  • 15.
    '26.2.11 12:06 PM (118.235.xxx.238)

    이런거 어이없음 . 아버지 돌아가시고 고모랑 고모자식들이
    우리 엄마 욕하던거 생각나네요. 지들이 뭘 안다고
    생전 챙기지도 않던 인간들이 돌아가시고 동네방네
    우리 엄마랑 자식들 욕하던 인간 생각남. 원글님도 원글님 부모나 챙기세요

  • 16. 난님
    '26.2.11 2:02 PM (118.47.xxx.240)

    원글님 글 읽어보면 다정다감하고 돌아가실때를 대비해 병중이면서도
    깔끔하게 살던 흔적지우기와 사후의 일처리도 다 하셨다 하잖아요.
    조카가 이모 성정을 모르겠어요?
    매몰찬 이모부와 조카에 감정이입하신거 같은데 워워.

  • 17. Mm
    '26.2.11 2:11 PM (223.38.xxx.137)

    글 보면 딸이 자기집에 모시고
    마지막까지 돌본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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