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이유 없이 이혼을 하는 게 좋을 지, 너무 오래 방치된 것 같은 제 삶을 좀 정리하고 다시 살아보자는 마음이 요즘 굴뚝같습니다. 다른 이의 조언을 들을 수 있을 지 한번 글을 써봅니다. 혹시 동생 언니라고 생각하고 조언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연애 3년 후 결혼 17년차 총 20년차이네요. 중학생 아이 1명이 있고, 남편은 외국인이고 국제 결혼해서 지금은 외국에 거주중입니다. 재정적으로 도와주는 건 하나도 없지만 시댁가족도 너무 좋습니다.
남편도 결격사유는 없습니다. 술,담배 전혀 안하고, 맞벌이 때는 남편이 집안일도 많이 했고 (일적으로 시간 짧게 근무) 지금은 제가 일을 쉬고 있어도 서로 집안일 나누지 않고 알아서 본인도 부지런히 하는 편이고 아이를 잘 돌보고 아이를 위해서는 뭐든지 해주려 합니다. 아이도 아빠를 너무 좋아합니다.
아이 임신 후 성관계 없었네요, 제가 성욕이 높은 편이 아니라 맞벌이로 출산휴가 후에 바로 복직이라 힘들어서 성관계 없는게 아무렇지도 않았고 서로 이 토픽에 대해서는 긴 시간 동안 한마디도 안했고 - 회피를 한건지 서로 50대가 넘어가니 이 부분이 이혼사유는 아니라고는 생각합니다.
그럼 이혼하고 싶은 이유는 그 흔한 성격 차이 성향 차이입니다.
연애할 때는 별 생각이 없었던 남편의 성격 (기본적으로 예민하고 걱정이 많고 과민반응) 이 저와 반대인 편인데, 이 다른 성향이 아이 낳고 난 이후에 더 서로 극을 달리는 것 같아 서로 룸메이트처럼 한 5년을 산 것 같습니다. 계속 이야기하면 크게 싸우게 될테니 어느 정도 이야기하다 서로 입을 다물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싸움은 길게 가지 않아도, 제 마음은 아예 이야기를 말자는 수동적인 태도가 되었습니다. 왜 이야기를 꺼내어 서로 다투나, 서로 성향 다른 거 수도 없이 이야기하면 오해안하겠다고 하고 계속 반복되는 이런 관계에서 결국 제가 택한게 그럼 나는 너에게 마음을 주지 않겠어 깊은 대화는 이제 없어라는 상태가 되니 이런 수동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부분이 제 마음을 갉아먹는 것 같아요. 이런 것도 이유가 되어도 되나요? 홍진경 이혼 소식을 들었을 때 그 부부 사정은 몰라도 저도 이혼하면 남편과 지금처럼 아니 지금보다 더 잘 이야기를 나누지만 서로 부부로서는 작별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제가 타인의 인정이나 사랑을 갈구하지는 않아도 이런 수동적인 태도로 살고 있다는 것이 그것도 부부간 이런 상태로 이렇게 오래 지내고 있으니 이게 제 마음에 스트레스입니다. 아이 어릴 때는 서로 부부상담이라도 받자고 했다가 크게 드러나는 갈등은 또 없으니 결국 이러고 사네요. 서로 할 말만 하고 (뭐 사야 하는지, 서로 일정은 어떻게 되는지, 아이 관련 이야기만 하면서) 정말 룸메이트 처럼 산게 3년 그 이상인 것 같아요. 제가 일이 바빠서 출장도 많아서 해외 이주로 결정이 어긋나 한 반년을 같이 못 살았는데 그 때도 너무 편하고 좋더라구요. 아이를 보기 위해서 같이 못 살았던 시기에만 제가 계속 휴가를 내어 방문했습니다. 지금은 제가 직장을 쉬고 있고 겨울이라 날씨가 안 좋아 집에 있는게 더 울적해서 그런 거 일수도 있는데 저는 앞으로 30년 이렇게 산다고 하면 살 수야 이겠죠. 못 살 건 뭐가 있겠습니까? 아플 수도 있고 더 빨리 죽을 수도 있고, 딱히 결혼생활에 환상이나 다른 대안을 찾는 건 아닌데, 저는 그래도 혼자 사는 게 더 담담하게 잘 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같이 말을 안하는 삶을 살더라도 남편 없는 곳에서 내 삶을 꾸리는 게 더 좋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이는 정말 보고 싶겠지만 곧 3-4년 있으면 대학교 갈 나이의 아이는 이제 아이의 삶을 살텐데, 나는 한국에 돌아가서 일을 찾아서 일하면서 내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너무 큽니다.
반면에 이혼이 두려운 이유도 하찮습니다. 20여년차가 되어가니 재산 반반 나누면 (제가 경제적 기여도가 높았음) 큰 재산도 없구요. 그렇지만 나누면 지금 사는 수준의 집이 아닌 작은 오피스텔에서나 살 수 있겠죠. 사랑하는 아이와 같이 살 수도 있겠지만 아이가 외국에서 자라는게 좋으니 나는 한국에 돌아가서 혼자 살고 아이를 어쩌다 한번씩 보면서 사는게 그렇게나 내가 원하는 삶인가 그건 또 아닌 것 같은데 이미 오래전에 식은 내 마음 어떻게 해야해?라는 마음이 듭니다. 남편이 무슨 결격사유로라도 이혼을 희망하면 기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정말 이 사람이 밉거나 싫은 것보다 정말 이렇게 큰 이유 없이도 마음이 너무 식었는데 다시 노력할 에너지도 이미 완전히 바닥에 바닥이라 시작하고 싶지 않아요. 불륜이나 도박 음주 사기 같은 것이 없으면 무조건 계속 같이 살아야 하나요. 오랜만에 들어와 키워드로 이혼을 검색해보고 있다가 대나무숲처럼 한번 글을 남겨봅니다. 이럴 때 졸혼, 별거가 답인가요? 글을 너무 두서없이 적어서 써야 할 지 나중에 부끄러움에 삭제해야 할 지 고민일텐데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이 있다면 감사드립니다... 제가 마음 공부할 수 있는 다른 대안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셔도 좋구요 뭐든지 다 감사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