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20년 넘게 친하게 지낸 노부부가 있어요.
남편쪽 아내쪽 두 분다 각자 세 자녀를 낳고 살다 이혼하고 중년에 다시 만나 재혼한 가정이에요.
아이들도 다 장성해서 부모님 알아서 잘 사는 거 응원하고요. 딸들 아들들 다 전국에 흩어져 살지만 때때로 모이고 소식 자주 전하고 그만하면 돈독한 편이에요 직장 후배 이웃 친구인 저하고도 자식들이 연락하고 지낼 정도고 가족들 대소사 있으면 저도 모이는 편이니까요.
그런데 지난해 말부터 이댁 어머님이 폐렴으로 힘들어하세요. 노인들 폐렴 위험할 수 있잖아요. 그게 벌써 몇 주가 지났고 입퇴원을 반복했는데 자녀들이 아무도 안 오네요. 너무 안타까워서 그 중 제일 연락 잘 되는 막내따님한테 문자했더니 돌아가시면 오려고 휴가 모으고 있다네요. 이 집은 그나마 화목한 미국가정이라고 생각했는데 임종이란 개념은 정말 없나봐요. 오늘도 할머니 갖다드릴 닭죽을 만들다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생 진짜 랜덤하네요. 이 어머님은 딸 셋을 혼자 힘으로 정성껏 키웠는데 마지막에 죽 끓여주는 사람이 남편 직장 까마득한 후배 한국여자일 거라는 걸 꿈에라도 알았을까요. 나의 마지막 죽을 쒀주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