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식탁이 순전히 제 취향의 반찬으로 채워진 건 사실이에요.
오징어무국, 곱창김과 달래간장, 브로컬리달걀샐러드, 꽈리고추새우볶음.
남편은 해산물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아마 어제 손이 가는 반찬이 없었을 거에요.
아니나 다를까 평소 먹는 양의 절반만 먹더니, 빵을 찾는 거에요.
늘 그런 식이거든요. 말로는 반찬 투정 안해도 조금 먹고 빵이나 과자로 배채우는 거.
나이가 40 중반이니 건강 관리도 열심히 해야하는데, 그런 거에는 관심없고 늘 본인 입맛 맞춰서만
먹으려고 하는 게 어제는 유독 짜증이 나더라구요. 그래서 좀 째려봐주고 말도 안 걸고 조용히 식사를 마쳤어요. 그랬더니 "너무 무서워." 라고 하더군요. 식사 후 원래는 남편과 종알종알 말도 잘하는데 어제는 그냥 말할 기분도 안나서 조용히 티비만 봤더니 대뜸 볼을 쓰다듬으며 "어쩜 이렇게 예쁠까" 이러는 거에요.
그 순간 저항없이 빵 터졌어요. 내 기분을 풀어주려고 생각해 낸 대사가 저거라니 생각하니 너무 웃긴거에요. 저 대사는 그냥 "예쁘다" 를 넘어서 "너무 예뻐 못 견디겠다" 뭐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 거잖아요.
본인의 생존을 위해 칭찬의 수위를 오버해서 올린 게 너무 어이가 없는 거였죠.
아- 그런데 이게 단순히 생존을 위한 처절한 노력의 결과라는 걸 알아도 예쁘다고 하니 한 순간 마음이 스르르 풀리더군요. 이 남자 나를 너무 잘 아는데? 기분이 좋으면서도 뭔가 당한 것 같은 그런 순간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