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앞두고 '호남 이전론'에 진통
與 호남 일각선 "윤석열 내란 끝내는 길"
같은 與 내부서도 "정치적 주장" 반발
국가전략사업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올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이전' 요구에 휩싸이면서 진통을 겪는 모양새다. 호남권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윤석열 내란을 끝내는 길은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의 전북 이전"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안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전북 완주·진안·무주)은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당 전북특별자치도당 산하에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 전북 이전 특별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특위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에 참여하는 삼성전자의 팹(fabrication·반도체 생산설비)을 전북으로 옮겨오기 위한 포석 차원이다.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팹과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을 유치해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는 국가전략사업이다. 최대 투자 규모는 10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미 인허가가 완료됐고, 부지 내 토지 소유자들에게 보상 절차까지 진행되고 있는 사안이다. 일부는 첫 삽을 뜬 현장도 있다.
그런데도 안 의원은 전날에는 "윤석열 내란을 끝내는 길은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의 전북 이전"이라고 원안 추진을 막아 세웠다. "단순한 공장 유치가 아니라, 윤석열이 폐기한 새만금의 미래를 복원하고, 송전탑 갈등을 끝내는 일"이라며 "용인 반도체의 전북 이전은 '수도권 중심 성장'에서 '지방 주도 성장'으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며, 전북이 입은 내란의 상처를 치유하는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는 주장이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호남 이전론은 지난달 26일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발언으로 촉발됐다. 클러스터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사용하게 될 전기량을 해당 지역에서 감당할 수 있겠냐는 취지였다. 김 장관은 "용인에 SK, 삼성전자가 쓸 전기량이 원전 15개 수준"이라며 "꼭 거기에 있어야 할지, 지금이라도 지역, 전기 많은 쪽으로 옮겨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했었다.
이후 안 의원을 비롯한 호남권 민주당 의원들은 "전북의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전국 최고 수준"이라는 등 주장을 앞세우며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호남 이전론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에 대해 야권뿐만 아니라 같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박이 나온다. 민주당 용인 지역 국회의원(이언주, 이상식, 손명수, 부승찬)들은 "이미 기업 투자와 국가 정책이 맞물려 실행 단계에 들어선 사업"이라면서 이전론을 "정치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화성을)는 페이스북에서 "반도체는 '정치'로 짓는 게 아니라 '과학'으로 짓는 것"이라며 "안호영 의원이 '윤석열 내란을 끝내는 길은 용인 반도체 삼성전자의 전북 이전'이라는 글을 올렸다. 정치적 수사라고 해도, 반도체 클러스터 이전 문제를 어떻게 내란과 엮을 수 있나. 산업 정책을 논하는 자리에 내란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순간, 이 논의는 이미 정치적으로 변질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삼성전자는 수원-기흥-화성-평택을 잇는 경부고속도로축에, SK하이닉스는 이천-청주-용인을 잇는 중부고속도로 축에 자리 잡고 있다. 수천개 협력사가 실시간으로 부품을 조달하기 위해 기업들이 수십 년간 쌓아온 생태계"라며 "시장이, 기업이, 기술이 이미 경기 남부를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으로 선택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기 있는 곳으로 가라'는 논리의 허구"라며 "역설적으로, 만약 정말 에너지 비용과 송전망이 문제라면 태양광의 호남이 아니라 원전이 밀집한 울산·경주로 가야 맞는데도 기업들이 용인을 택한 건 결국 '인력'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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