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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백수의 소소한 행복

퇴직백수 조회수 : 6,535
작성일 : 2026-01-04 13:39:51

내가 살고있는 작은 빌라의 거실창으로 햇살이 인심좋게 들어오고 있다.

나는 몇개월 후에 60이 되고 34년을 직장생활 했지만 햇빛 들어오는 집에 살아본 기억이 별로 없다.

어릴때 우리집은 잘 살았고 그시절 아이들이 쓰지 못하던 외제 학용품에 마론인형 이쁜이 인형을 소유할수 있었고 바나나도 자주 먹을수 있는 집이었다.

스무살 넘어서 만난 내 동창은 내게 말했었다. 마법의 성에 사는 공주 같았다고... 그때 내가 입고 다니던 옷은 명동의 김민제아동복이라는 한벌에 어른 옷보다 비싼 부잣집 아이들만 입던 그런 옷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참 공주같이 예쁜 옷들이었다.

중간에 어그러져서 어느순간 살던 집을 팔고 전세집으로 이사 한 후부터 지금까지 나는 아파트 한번 못살아봤다.

그 태산같던 엄마아빠가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돈벌게 되면 집부터 사고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길을 지나다니다가도 이집은 얼마나 할까 그런게 그렇게 궁금했었다.

이십대때부터 경매관련 공부도 혼자 해보고... 물론 한푼도 없었지만 언젠가 돈벌면 나도 이런식으로 돈을 벌어야지 생각했었다. 직장을 다니고 결혼을 하게 되었을때 나는 큰 욕심도 없었다. 그냥 열심히 돈모으고 사치하지 않고 집을 사야지 하는 생각만 했었다.  그때부터 나는 돈을 정말 가성비있게 썼다.  

열심히 돈 모아서 결혼을 했다. 착한 남자였다. 하지만 본인의 역량을 잘 모르는 사람이었다.

계속해서 사업을 하고 망하고 그게 그사람의 직업이었다. 결혼하자마자 몇억의 빚이 내앞으로 생겨버렸다.

반지하에서 시작한 결혼생활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질 않았고 내 인생은 오로지 내 아들 ... 그 희망밖엔 없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동료들, 후배들과의 격차가 끝없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엄마 아빠 여동생까지 차례로 유명을 달리했다.  그 끔찍한 고통속에서 나를 위로해준건 조용히 다가와 안아주는 아들과 책뿐이었다.

내가 읽었던 책은 대단한 문학책이 아니라 부동산 관련 책이었다. 온집안이 부동산책으로 한가득이었고 중고로 내다 팔고도 집안에 꽉 찰 정도였다.

그냥 그 책을 읽으면서 나도 이렇게 될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만이 나를 위로해주는것 같았다. 실제로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내나이 50이 넘었을때 나의 재산을 정리해보고는 주저앉아 엉엉 울고싶었다.

이것저것 다 해보니 순자산이 -2700만원이었다. 

어느날 결심을 했다. 이대로 살다가는 나는 내자식에게 가난을 물려줄뿐 아니라 절망도 같이 물려줄수 있겠구나 싶어서 카카오뱅크를 열어 퇴직금을 담보한 대출을 받았다. 그리고 경매로 아주 작고 오래된 빌라 두개를 낙찰받았다. 월세라도 받아볼 요량이었다. 인테리어 비용도 없어 주말이면 셀프로 페인트칠에 실리콘 세세한 인테리어를 유튜브로 공부하며 해치웠다. 월세도 어느정도 받을수 있었다. 

그 이후로 나는 살던 조그만 빌라를 다시 셀프 인테리어로 고친 후 전세를 주고 월세집으로 이사 갔다. 

지금 고생하지 않으면 안되겠다 싶어 그 전세금을 가지고 다시 빌라를 샀다. 

또다시 밤새워 셀프인테리어... 지긋지긋하게 했었다.

월세로 나는 이제 편안하게 살고 싶었지만 그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 결국은 월세가 아니라 시세차익이 답인듯.... 

낡은 빌라다 보니 하나둘씩 재개발이 진행되었다. 현재 두개 정도 관리처분이 끝나 입주를 앞두고 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투자한건 아니지만 어쨌든 부동산이 나의 빚도 어느정도 갚아주고 내 아픈마음도 씻어주었다. 

그동안 월세로 세번쯤 옮겨다니면서 설움도 겪었다. 많이...

나이 많은 사람이 월세를 구하니 집을 보여주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처음당해보는 모욕감이었다.

내 인생 왜이렇게 후지게 되어버린거지? 열심히 공부해서 좋은 대학도 나온 내가.... 이게 뭐지?

그래도 그나마 내게는 여러채의 집이 있어 마지막 자존감은 지킬수 있었던것 같다.

각설하고.... 

이 집은 이사오기 전 집이 너무 너무 추웠었기에(40년도 넘은 상가주택) 겨울에 딱 입돌아가기 직전까지 갔었던 경험덕에 지금은 만족하며 살고있다.

비록 작은 빌라이지만 더이상 월세는 싫어서 대출받아 사버린 집이고 대출금이 월세의 반도 안되니 가성비 좋고.. 무엇보다 내맘대로 셀프 인테리어를 했다. 볼때마다 만족하고 있다. 남들은 그 나이에 왜그렇게 고생하냐고 할수도 있겠지만 난 행복한걸.

집이 여러채 있으니 할일도 정말 많지만 그조차 희망없던 예전에 비하면 감사하고

추운집에서 고생해본 경험이 있어서 지금 이집은 믿어지지 않게 따뜻하고 행복하다.

행복? 별거 아니다. 내가 가지면 된다. 남이 주는거 아니고 내가 여기저기 널려있는 행복을 느끼고 가지면 되는거다. 

남과 비교해서 행복한게 아니라 예전의 내자신과 비교해서 행복하면 되는거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안하고 산다. 거의 한달째 집밖을 안나간다.

넘  좋다. 나는 행운아다.

IP : 58.121.xxx.113
2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00
    '26.1.4 1:52 PM (14.40.xxx.74)

    소소하지 않아요 따뜻하고 안전한 내 공간을 남의 도움없이 만들어 내셨내요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스스로 길을 만들어 내신 님 인생에 존경과 경의를 보냅니다

  • 2.
    '26.1.4 1:55 PM (14.36.xxx.31)

    김민재 아동복! 반갑네요~
    저도 엄마가 거기서 옷을 두어번 사주셨더랬어요
    지금 좋고 행운이면 위너세요
    잘 살아 오신 발자취같아요

  • 3. 좋은글
    '26.1.4 1:57 PM (175.192.xxx.157)

    참 좋은 글을 만났네요
    따뜻해짐

  • 4. 하이탑
    '26.1.4 2:00 PM (1.235.xxx.173)

    조은 글, 소소한 행복 저도 느껴보고 싶네요

  • 5. 원글님
    '26.1.4 2:02 PM (106.102.xxx.186)

    멋진분!~~
    오늘도 여기저기 널린 행복을 느껴 볼께요

  • 6.
    '26.1.4 2:13 PM (1.244.xxx.215)

    멋진 글 따스한 글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따뜻한 공간에서
    늘 행복하시길요~~♡♡

  • 7. ..
    '26.1.4 2:18 PM (182.220.xxx.5)

    늘 건강하시고 행복 하시길요...

  • 8. 안녕
    '26.1.4 2:19 PM (211.187.xxx.7)

    글 속에 따뜻한 행복이 보여서 기분좋게 읽었어요 앞으로도 만사형통 하시고 행복한 매일 누리시길 빌게요

  • 9. ...
    '26.1.4 2:32 PM (220.88.xxx.71)

    지금의 삶을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님이 위너입니다.
    저도 지금이 가장 행복합니다.
    이제 건강하자구요!!

  • 10.
    '26.1.4 2:47 PM (124.49.xxx.188)

    글이.넘. 좋네요ㅡ.

  • 11.
    '26.1.4 2:48 PM (124.49.xxx.188)

    82에 오는 이유입니다 이런글이

  • 12. 아ᆢ어머나
    '26.1.4 3:02 PM (223.39.xxx.140)

    글 쓰는 재주도 있어서 굿 해피해피~~^^
    현재 행복하다는 게 젤중요할듯
    같이 커피마시고 얘기나누고 싶어요 우후~~
    그아동복이름ᆢ아직 있을까 싶다는ᆢ^^

  • 13. 50
    '26.1.4 3:06 PM (140.248.xxx.4)

    원글님 50과 지금의 제가 너무나 같은 처지네요....
    김민재아동복 인터쿠르. 마르세.....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신데다 남편도 도움 1도 안되고 빚도 그렇고............
    저도 10년 뒤엔 따뜻한 햇살 받으면서 커피한잔하는 여유가 있으면 좋겠어요....... 원글님의 평화로움이 제게도 머물길....

  • 14. 퇴직 예정자
    '26.1.4 3:10 PM (183.102.xxx.123)

    많이 공감이 가는 글입니다

    저는 집에서 수도꼭지만 틀면 나오는
    온수에도 감사한 마음이 드는 사람입니다
    우리 어린 시절을 생각하면 온수 조차 사치스럽습니다
    환갑 전 후의 나이에
    따뜻한 물 나오고 우풍(?)없는 집에 사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합니다 ^^

  • 15. 어머
    '26.1.4 3:12 PM (118.220.xxx.61)

    다주택자 부자시네요.
    글재주도 있으시고
    내면도 부자세요.
    그동안 수고하셨고
    셀프인테리어 얘기도 해주세요.
    글이 머릿속에 쏙쏙 들어옵니다^^.
    항상 행복하시고 건강하세요.

  • 16. ㅡㅡ
    '26.1.4 3:18 PM (39.7.xxx.28)

    옛날82가 이랬지

  • 17. 0-0
    '26.1.4 3:21 PM (220.121.xxx.25)

    원글님 따뜻한 글 감사해요.
    더 행복한 일들만 가득하시길 바래요

  • 18. 행복감은
    '26.1.4 3:25 PM (183.97.xxx.120)

    스스로 느끼면 되는 것 같아요
    진솔한 글이 주는 기분좋은 느낌도 좋고요

  • 19. 좋다.부럽다
    '26.1.4 4:30 PM (115.41.xxx.13)

    아껴가며 읽었습니다.
    따뜻한 집에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는 삶
    너무 부럽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20. ㅎㅎㅎ
    '26.1.4 4:32 PM (211.206.xxx.191)

    행복.
    별거 아니다.
    내가 가지면 된다.
    님 짱 멋져요.
    한 달째 집 밖을 안 나가셨다니 부럽습니다.
    행복은 이미 가진 분이니 건강하세요.

  • 21. 월세
    '26.1.4 5:08 PM (124.53.xxx.50) - 삭제된댓글

    월세받는 그빌라들 재개발되서 새아파트에서 좋은뷰보면서 더 행복하세요

  • 22. 사춘기
    '26.1.4 6:44 PM (93.165.xxx.170)

    이런 글 너무 소중하고 좋습니다 덧글 달고 싶어서 일부러 로그인했어요. 아름다운 인생을 함께 나눠주셔서 감사드려요 저도 언젠가는 제 인생 한다락 이 곳에 함께 할수 있게 잘 살아봐야겠다 생각이 듭니다.

  • 23. ㅇㅇ
    '26.1.4 7:05 PM (222.108.xxx.29)

    원글에도 댓글들에도 다 틀리셔서 씁니다
    김민재 아니고
    김민제입니다

  • 24. 그래도
    '26.1.4 10:27 PM (117.111.xxx.100)

    엄마편인 아들이 있네요.
    큰집.아니라도 내가 편히 쉴 수 있는 곳이면 돼요.
    열심히 살아오신 원글님을.칭찬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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