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 이브

... 조회수 : 1,501
작성일 : 2025-12-26 14:58:19

24일에 남편과 차이코프스키 발레 호두까기인형을 봤어요.

좌석은 두번째 등급의 좋은 자리로 통로쪽이었는데

남편이 통로, 저 제 옆으로 노부부가 앉았구요.
저희 뒷편으로 모녀가 있었는데 그 엄마가 요즘 말하는 관크
아니 관크를 넘어섰어요.

1부 막이 올라가자마자 사건이 시작되었는데 

쟤는 쟤보다 다리가 더 높이 올라간다,
쟤봐라 다리가 귀에 붙는다,

아이고~ 꼬마애들 귀엽다 저거 쟤들 엄마가 보면 얼마나 이쁠까, 
저거저거 눈이 저렇게 쌓였는데 어떻게 치울라고 그래,
(대포 소리 나니까) 아이고 깜짝이야에 관객들이 웃기도 하고
야~ 이거이거 발레가 서커스 저리가라다,
오른쪽에서 두번째 있는 애가 그 옆에 애보다 50센치는 더 높게 뛴다.

저기저기 쥐새끼 좀 봐바 아이고 잔망, 쟤 좀 봐바,

저렇게 다리 찢을라면 몇년이나 걸릴까,
등등.... 수없는 말 말 말... 
목소리가 작은 것도 아니예요.

이건 뭐 공연장에서 듣도보도 못한 상황이 벌어지는거예요

주변에서 사람들이 신호를 보내도 아랑곳 하지 않는데

딸이 엄마한테 조용히 하면서 보라고 하더라구요

굉장히 공손해요

엄마, 이런데서는 그냥 소리 안내고 보는거예요
지금 아무도 말하는 사람 없잖아요

그런데 그 엄마는 거기에 대고 
왜 내가 느끼는걸 말을 못해 리액션을 하면서 봐야 재미있지
그니까 그 딸이 엄마 지금은 그냥 아무말 하지 말고 보세요
다른 분들이 엄마를 신경쓰고 계시잖아요 
딸이 너무 착하고 공손해요.

그 딸 아니었으면 스태프한테 이야기 해서 그 엄마 조용히 시키던가

거의 내보내야 할 상황이었는데

딸이 엄마한테 너무 공손하게 말리는 걸 주변에서 모두 들어 그랬는지

저도 누구도 인터미션 시간에 컴플레인 하지 않았어요.

그 딸이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러고 2막이 시작되었는데 다행히 주무시더라구요

간간히 들리는 긴 호흡 소리로 알았어요.

디베르망에서 말해야할 것들이 얼마나 많았을텐데 정말 다행이었어요. 
그러고 마지막 부분에 깨서는 또 시작 ㅎㅎㅎㅎㅎ

엄마가 나이도 젊어 보였어요 딸은 고등학생이나 되었을 것 같더라구요.


연주회를 종종 다니는데 겨울이면 움직이며 바스락거리는 패딩(옷) 소리,

휴대폰 소리, 기침 소리, 물건 떨어뜨리는 소리 등등은 있었어도
이건 뭐 ㅎㅎㅎㅎㅎ
돌아오는 길에 남편에게, 몰입이 안되서 다시 보고 싶다 말하니

자긴 너무 잊지 못할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대요.

너무 순수한 아주머니의 첫 발레 감상을 온몸으로 느꼈다네요.
이런 호두까기인형은 다신 못 봐. 
앞으로 호두까기인형 이야기 나오면 그 엄마가 생각날 것 같아요.

IP : 61.32.xxx.245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ㅋㅋㅋㅋ
    '25.12.26 3:01 PM (118.235.xxx.183)

    그런 사람들만의 매력(?)이 있죠
    날것의 감상평

  • 2. ㅎㅎ
    '25.12.26 3:16 PM (118.235.xxx.70)

    남편분의 관점이 글을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게 만드네요. 상상돼서 재미있었습니다. 원글님^^

  • 3. ...
    '25.12.26 3:17 PM (118.235.xxx.66)

    두 분이 아주 너그럽게 관대한 분이시네요.

  • 4. ...
    '25.12.26 3:51 PM (61.32.xxx.245) - 삭제된댓글

    남편의 또 한마디 - 이런 호두까기인형은 다신 못 봐

    무례했다기 보다 감탄을 말로 밖에 표현할 줄 몰랐던 엄마였어요.
    처음 만나는 너무 신기하고 감탄이 쏟아지는 세계 ^^

  • 5. ditto
    '25.12.26 4:05 PM (114.202.xxx.60)

    오-멋진 남편 분을 두셨어요 저도 매사에 그렇게 살고 싶은 게 제 인생 모토 입니다 어려운 일이죠 여러 모로 삶의 여유가 있어야 가능하니까요~

  • 6. ..
    '25.12.26 4:15 PM (106.101.xxx.129)

    두분다 너그러우신 부부네요.
    님의 마음의 불만을 그 따님 마음 생각해서 표시 내지 않으셨다는거, 참 좋은 분이세요.ㅎㅎ

  • 7. ..
    '25.12.26 4:44 PM (211.234.xxx.5)

    와...진짜 어떡해요

  • 8. ...
    '25.12.26 5:24 PM (118.235.xxx.148)

    진짜 극혐 부류
    자기집 안방도 아니고 타인 생각은 1도 안하는 부류
    남들 다 돈쓰고 시간내어 보러온 공연 그 아줌마 목소리 들으려고 온게 아닌데 저같음 한마디했어요 따끔하고 간결하게 말해야 알아듣는척이라도 하더라구요

  • 9. ..
    '25.12.26 5:37 PM (211.234.xxx.63)

    ㅋㅋㅋㅋㅋ 넘 웃기네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84194 요즘 대학 등급 9 무식 2025/12/26 2,094
1784193 "사모가 썼다"…'김병기 배우자 업추비 유용'.. 8 이래도버티냐.. 2025/12/26 2,507
1784192 지금 무슨 노래 듣고있나요? 7 ㅇㅇ 2025/12/26 554
1784191 제가 조금 고급? 취향인데요 8 프로취미러 2025/12/26 3,415
1784190 국물떡볶이 다시다 종류는 6 다시다 2025/12/26 1,293
1784189 대홍수, 논란속 6일째 1위 8 ........ 2025/12/26 1,835
1784188 82 로그인이 왜 이렇게 빨리풀리나요? 3 2025/12/26 405
1784187 내년에는 집값이 더 오른다네요(기관별 전망치) 39 서울사람 2025/12/26 3,540
1784186 자백의 대가 봤는데 김선영 배우로 스핀오프 있으면 좋겠네요. 16 .. 2025/12/26 3,821
1784185 청소 깔끔하게 되는 전기포트 추천해주세요!! 2 언니들 2025/12/26 318
1784184 삼전팔고 미국우주항공 갈아탔는데.. 5 ... 2025/12/26 3,669
1784183 직장새내기 패딩은 어디서 살까요 6 ㅇㅇㅇ 2025/12/26 1,262
1784182 날씨가 추워서 전철 5 오늘은 2025/12/26 2,014
1784181 남을 함부로 안타까워 하는 마음=열등감 25 ㅇㅇ 2025/12/26 5,093
1784180 학교 선택이요 2 아줌마 2025/12/26 878
1784179 남편이 만원씩 받아가요 7 ㅡㅡㅡㅡ 2025/12/26 3,141
1784178 통증 10 ..... 2025/12/26 1,025
1784177 얘기 할 때 옆사람 툭툭 치는 사람 16 매너 2025/12/26 2,388
1784176 저도 애들 있어서 좋아요 7 그냥 2025/12/26 1,676
1784175 방광염에 여성호르몬제가 도움되죠? 8 ... 2025/12/26 1,022
1784174 나경원 "통일교 시설 간 적은 있지만…한학자, 먼발치에.. 12 나베아웃 2025/12/26 2,108
1784173 젊은애들은 나이든 엄마의 어떤점을 가장 싫어할까? 18 2025/12/26 3,777
1784172 직장생활 가장 힘든점음 4 ㅗㅎㅎㅎ 2025/12/26 1,635
1784171 나이 50이 넘었는데 아직도 친정아버지가 용돈을 주세요 10 감사합니다 .. 2025/12/26 3,810
1784170 주식 번거 자랑하고 싶어요 37 근질근질 2025/12/26 6,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