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아이는 양극성 정동장애 즉 조울증을 좀 앓았어요
고2때 우울증으로 시작했다가 고3때는 조증이 시작되었고
고1랑 2학년 1학기까지 성적이 1.8~2.0 정도 되는 성적이었는데
병을 이기는 건 불가능했죠.
저는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는 아이 방 밖에서 지금이라도 퇴학을 원하면 자퇴하자고 이야기 하고
(고2때)
고3되서는 우울이 잠잠해서 음 괜찮아졌나? 생각을 했고 아이가 밝게 학원을 가서 저는 조증인 줄도 몰랐었어요.
그러다 성적을 다 거짓으로 제게 보여줬다는 걸,
심지어 수능 성적표도 얼마나 똑같이 만들어서 보여줬는지
그 성적을 보고 지원을 다 했지 뭐에요.
애 성적은 6등급 정도였는데 ㅋ (정시러였음 의미도 없지만)
대학 다 떨어지고 재수를 시작하면서 제가 아이가 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
병원을 가자고 했어요
병원 가서 조울증 진단 받고 그래도 애가 또 씩씩하게 학원을 다니길래
아 이제 학원을 가는 구나 하면서 고등학교때도 매일 싸 줬던 샌드위치, 일반밥 도시락을 매일 쌌어요
(애가 학교밥을 싫어했고 학원밥도 싫다해서)
그런데 학원을 거의 안 다니고 그냥 날마다 어딘가를 돌아다녔던거에요.
당연히 성적은 또 바닥.
삼수때는 제가 무척 아팠어요. 그래서 아이에게 원서를 내라는 말도 못 하고 (그럴 만큼 위중한 상황)
아이도 원서 쓸 생각도 없고 뭐 그러다가 사수를 시작했죠
애가 사수를 하니 그제서야 자기 이야기를 조금씩 하더라고요
자기가 어땠는지 어떻게 아팠고 어떤 짓을 하고 다녔는지 근데 그게 그때는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다고.
뭐 그렇게 사수를 저랑 즐겁게 했어요
저는 애가 전문대라도 가길 바래서 사수까지는 생각도 안 했는데
어쩌다 보니 성적이 인서울 끄트머리 아니면 지거국 성적으로 나왔고
그래서 어딘가의 지거국으로 입학을 했어요
그래서 매주 아이가 서울로 집으로 오고 종종 제가 아이 데리러 퇴근과 동시에 가서 데려오고
그렇게 한학기를 보냈는데 여름에 보니 수능을 또 준비하는 거에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수능을 또 볼꺼냐고
난 너의 성적이 학교가 어떻든 전혀 상관 없다고
근데 아이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자기는 서울 사람인데 매번 다른 곳으로 공부하러 가 있는게
학교안은 괜찮은데 학교밖에서 서울로 가려고 타는 버스등에서 내가 왜 여기 있지 싶은 생각이 든다는거에요
그래서 오늘 또 수능 보러 갔어요
얘가 주소를 옮겨서 어쩔 수 없이 집근처도 아니고, 저는 직장에 있고 아이는 혼자 처음 가 보는 다른 도시 고등학교로요
근데 애 조울증이 좀 나아지는 거 같아요.
원래 얘가 한겨울에도 얇은 티에 남들 눈에 너무 띄니깐 얇은 경량패딩 하나 입거나 들고 다닐 정도로
추위를 전혀 못 느꼈는데 올해는 10월 확 추워졌을 때부터 춥대요.
좀 날씨가 어떤지 알겠다는 거에요.
사실 저는 이것만으로도 너무 좋고 조울증약을 평생 먹더라도 이렇게 조금씩 사람다운 모습을 보이는게 좋은데 아이가 수능보고 혹시나 서울 대학 갈 수 있는 성적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사실 직장인데 저 어쩌다 보니 일이 없어서 잠깐 딴 짓 좀 해 봤어요.
모두 잘 원 하는 걸 이루길. 무운을 빌어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