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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팬션했던 집에 이사 왔어요

삶은 여행 조회수 : 6,519
작성일 : 2025-11-05 07:38:39

2년쯤전에 대대적인 집정리를 하고나니 집이 가벼워진 느낌이 들면서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더라구요

불필요한 짐이 뭔지도 모르고 습관처럼 지고 살았던 제가 한심하다는 걸 깨달은 건 엄청난 일이었어요

그후로 독립해 사는 애들 집에 가서도 정리해주는 게 낙이었고, 나에게 쌓아놓고 살게 가르쳤던 친정에 부모님 아프셔서 한달 돌봐드리러 가서도 한트럭 치워 버리며 이러다 지구 전체를 다 치워버릴 기세로 살았어요

암튼, 한 2년은 정리에 미친 사람처럼 살았던거 같아요

그게 너무 재밌어서 멈출수가 없었어요

그렇지만 유전자에 새겨진 쌓아놓고 사는 습성은 완전히 버리지 못해 어느 새 또 하나 둘 나도 모르는 사이 쌓이고 있다는 걸 깨닫기도 했지요

어느날 지인이 팬션 하다 그만두고 해외로 가게 됐는데 집이 안팔려 비게 됐대요

저보고 저렴하게 임대해 줄테니 들어가 살겠냐고 물었는데 가서 보니 너무 시원하게 뻥뚫린 환경과 관리 잘 된 모습에 반해서 그날 계약해 버렸어요

집에 돌아오니 남편은 어째 의논 한마디 없이 계약했냐고 나무라고 저역시 그날부터 고민이 시작되더라구요

교통 최고로 편한 신도시에 누구나 좋아하는 동네 내 집에서 살다가 갑자기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시골 깡촌에 들어가 살 생각을 하다니 그때 귀신이 씌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구요

남편에겐 두집 살림해도 괜찮으니 가기 싫으면 집에 남으라고 했더니 그건 아니랍니다ㅎ

그후로 짐을 하나 둘씩 미리 가져다 나르며 큰 물건만 이사짐센터 부를 생각으로 여러날에 걸쳐 이사하고 있어요

살던 집은 천천히 임대 줄 생각이라 여유가 있고 팬션했던 집이라 기본은 세팅돼 있어요

어제 처음으로 새집에서 하루밤 자고 아침에 동네 한바퀴 산책하고 왔는데 너무 좋네요

몇년전 짐을 털어내고 이번에 또 털어내니 진짜 지구 어디에든 부담없이 떠날수 있겠단 생각이 들어요

여기서 팬션이 팔릴때까지 살다 또 어디 경치 좋은데 가서 몇년 살고, 살고 싶은 다른 나라가 있으면 거기서 또 살아보고..

짐이 없다는게 정말 이렇게 자유롭게 하는 일인줄 미처 몰랐네요

나중에 전원주택 지어서 살 생각이었는데 부모님 연로하셔서 한분만 남게되면 부모님 댁에 들어가 살다 마저 돌아가시면 그때 생각해도 되겠다 싶어요

부모님댁에 들어가 살겠다는 생각도 짐이 없으니 가볍게 받아들일수 있는거드라구요

전원주택 지어 살려던 땅은 그대로 있는데 거기에 작은 창고 하나 지어서 사계절 옷과 트렁크 같은 짐들은 거기다 보관할 생각이예요

내 짐이 다른 사람들에게 짐이 되면 또 안되니까요

남들은 돈주고 살라고 해도 못살겠다는 첩첩산중 외딴 집에서 자고 일어났는데 저는 너무 황홀한 아침이어서 신선이 된듯한 기분입니다

근데 너무 추웠어요

이건 살면서 대책을 마련해야겠어요

모두 Good morning이예요^^

 

IP : 118.235.xxx.94
2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25.11.5 7:42 AM (223.38.xxx.147)

    글로 읽기만해도 저조차 홀가분하고 행복해지네요~
    저도 해외거주자인데 올해 큰집을 정리하고
    짐정리 싹해서 타운하우스로 옮겼어요.
    어찌나 개운하고 좋은지 ㅎㅎ
    절친부부랑 넷이서 다른곳 한달살기 해보기로
    했는데 정말 기대되요.
    나이먹을수록 짐을 줄이는게 마음의짐도 줄이는길 같아요.
    새집에서 원글님도 행복하시길 빌어요.

  • 2. ㅁㅁ
    '25.11.5 7:44 AM (112.187.xxx.63)

    이렇게 추진력있는분 부러움
    멋지심

  • 3. 어머나
    '25.11.5 7:46 AM (182.219.xxx.206)

    실천력 짱이시네요.
    님글을 읽다가 문득 교자상 버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저는 시골로 이주했는데 여기 공간이 있다보니 자꾸 짐이 늘어나네요. 반성합니다.
    원글님도 좋은 하루되세요.

  • 4. mindy
    '25.11.5 7:46 AM (115.21.xxx.53)

    생각은 늘 있는데 실천을 못하고 있는 제 자신 반성하게 하는 글이네요~ ㅎ
    새로운 환경에서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 5. 어떤날
    '25.11.5 7:48 AM (116.43.xxx.47)

    당장 냉장고 속,베란다만 생각해도 한숨이 나오네요.
    그나저나 그곳 새벽 공기가 어떨지..심히 부럽습니다.

  • 6. ....
    '25.11.5 7:52 AM (211.234.xxx.22)

    좋은 아침입니다^^
    짐 버리기 기준이나 요령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저 정말 버리기가 필요한데 두서가 없어서 엄두가 안나더라구요
    특히 옷+자잘한 물건 다들 언젠가 쓰겠지 하는 것들이에요ㅠㅠ

  • 7. 새벽공기
    '25.11.5 8:01 AM (118.235.xxx.94)

    지~인~짜 좋아요ㅎㅎ
    강아지랑 같이 산책 했는데 강아지도 어떨떨해 하네요
    필요한 짐만 가지고 나왔더니 자연스레 남은 짐들은 정리할 물건이 되더라구요
    예전 같으면 다 가지고 와서 다시 차곡차곡 정리하고 또 이사할때 짊어지고 가고..그랬을텐데 이번엔 필요한것만 챙겨오고 나머진 미련없이 싹 다 정리
    생각없이 산 대형 tv랑 냉장고 식탁 침대 정도가 이삿짐센터에서 옮겨줄 짐이고 내용물들은 승용차로 몇번 나르니 끝났어요
    내가 죽으면 자식들이 엄마가 이런걸 못버리고 갖고 있었나하며 슬퍼할거 같은 것들은 싹 다 버렸어요
    이제 산 날이 훨 많으니 죽을 날도 대비해야죠^^

  • 8. 축하해용
    '25.11.5 8:04 AM (221.140.xxx.8)

    좋을 것 같아요 아 부라워라~!

    근데 이사후 남편분의 반응은 어떨까요? 궁금 ㅎㅎ

  • 9. ^^
    '25.11.5 8:04 AM (211.234.xxx.128)

    전에 82에 비우기 1회차부터 계속 글 쓰던
    분인가요?
    가끔 그 분 생각이 나서요

  • 10. 좋은글에
    '25.11.5 8:16 AM (211.49.xxx.125)

    전 왜?
    보증금 반환이 걱정될까요

  • 11. 댑싸리
    '25.11.5 8:27 AM (218.238.xxx.47)

    축하드려요~
    강아지가 천국을 만났네요 ㅎㅎㅎㅎ
    얼마나 신날까요.
    난방텐트 하나 사세요~ 전기장판 틀고 난방텐트 있으면 겨울 날 만합니다~

  • 12.
    '25.11.5 8:42 AM (112.161.xxx.54)

    저도 팬션하던집 임대 들어가고 싶네요
    집구할때 팬션하던집 몇개봤는데
    다들 주인이 뒷집이나 쪽방 뒷방에 사는
    조건이었어서 포기했어요
    2년전 파주 전원주택으로 이사왔는데
    150평 꽃밭이 작네요
    아파트살때는 1층정원 다섯평 놀이터 꽃들
    관리해서 150평이 너무 큰가? 했는데 더이상
    심을곳이 없어 다 퍼주고 있네요

    그런데 겨울 지내봐야 알아요
    겨울은 너무 추워요

  • 13. 겨울
    '25.11.5 8:49 AM (112.184.xxx.42)

    보일러 관리, 물관리가 관건이지요

  • 14. 부럽네요
    '25.11.5 8:53 AM (124.53.xxx.50)

    부럽네요

    종종 후기 올려주세요

  • 15.
    '25.11.5 8:59 AM (222.154.xxx.194)

    어떤삶을 살아야 남편동의도 없이 그런계약을 하고 두집살림할거다 하고 큰소리치며 실천할수있는
    용기와 패기가 생길까요? 부럽네요~

  • 16. 나나
    '25.11.5 9:21 AM (223.237.xxx.135)

    정리 노하우 풀어주실 수 있나요?
    전 사정상 대형 주택에 살다 아파트로 가야해요.
    정리머리가 1도 없어서 너무 부담이 됩니다. ㅠㅠ
    이이셋 짐도 너무 많고요~
    그리고 어머니 쓰시던 물건들도 있어요. 그리워서 못버리겠더라구요.

  • 17. 나나
    '25.11.5 9:26 AM (223.237.xxx.135)

    큰 것부터 버려야할지, (큰책상, 5단책장들,초등침대 소가구들)
    책꽂이 책부터 내보내야 책상, 책장 정리할 수 있을텐데요.
    잡동사니 부터 버려야 할까요?
    집에 수공예 물품도 너무 많고요.
    옷들도… 다 벌려놓고 수습이 안되어요.

  • 18. 나나
    '25.11.5 9:34 AM (49.207.xxx.17)

    어렵게 구한 책들을 아이들이 읽지도 않았는데, 정리하려니 너무 아까워요.
    정리 노하우 부탁드려요~

  • 19. 추진력
    '25.11.5 9:46 AM (211.114.xxx.107) - 삭제된댓글

    엄청 나시네요. 저도 한적한 곳에서

  • 20. 내 이웃들도
    '25.11.5 9:55 AM (118.235.xxx.94)

    내 가족이라 셍각하면 그들한테 주는것도 아깝지 않아요
    살면서 좋은 일 별로 못했는데 내가 필요없어진 물건으로 베풀수 있으면 이거야말로 꿩먹고알먹고
    남들도 관심 없는거면 버려야 할 물건 내가 짊어지고 있는거구요
    아까워 하는 마음이 없어야 돈도 들어와요
    아낄수록 가난해지는 거 같애요 살아보니
    쉽지 않겠지만 물건에 대한 집착도 내려놓는 법을 배워야 하는거 같애요

    남편도 제 결정이 틀린적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지 불평은 하지만 곧 적응합니다ㅎ
    남편이 오랜시간 실직 상태였는데 한번도 뭐라한적 없어요
    그까이꺼 내가 먹여 살리면 되지.라고 당연히 생각했어요
    반대였을때도 마찬가지
    둘다 자유만 구속하지 않는다면 뭐라도 허용하는 사이

  • 21. 나나
    '25.11.5 2:14 PM (171.76.xxx.83)

    멋진 마음이세요!
    저도 배울께요^^

    간소한 살림으로
    저도 어디든 이동해서 지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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