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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호의에 대하여.. 나도이런 호의를 베풀수 있을까

정치글 아님 조회수 : 2,443
작성일 : 2025-10-31 15:33:47

최근에 제가 죽다 살아난적이 있었어요. 

50대 중반 평생 처음으로 아나필락시스를 겪고 건널목에서 다행히 신호대기중 쓰러졌어요 (건너다 쓰러졌으면 ㅠㅠ)

 

행인 1 (남자분) 쓰러진 저를 화단까지 (아마도 어깨동무같은걸 한거 같음) 데려다 뉘어놓음. 

- 만약 이분이 아니었으면 제가 중간에 잠깐 깨서 다시 뒤로 쓰러졌는데 그때 뒤에 잔 가지? 작은 나무?? 그런데 쓰러져서 뇌진탕이나 뇌의 손상을 피할수 있었는데 만약 길에 그대로 있다가 그랬으면 ㅠㅠ (119에서 나중에 와서 제 머리를 만져보심. 쓰러지다가 머리는 안다쳤는지).

내가 중간에 잠깐 깨고 옆에 초6 아들이 있으니까 가심. 

 

행인 2 (여자분) 다시 쓰러져서 자고 있으니 (잔건지 기절한건지) 지나가시다가 괜찮으세요? 막 물어보시더니 119를 불러주심. 내 상황과 위치 설명하심. 

나는 잠깐 다시 정신이 들어서 괜찮다고 집에 갈거라고 함. (같이 있던 아이가 남편에게 전화해서 금방 올수 잇는 시간)

그분은 안된다고 응급실 가셔야 한다고. 여러번 말려주심. 나는 다 깼다고 생각해서 뭐 그냥 집에 가고 싶었는데 그분이 하도 강력하게 말려주셔서 그냥 가만히 있음. 자다 깨다 한두번 더 함.  

옆에 다른 행인 3 여자분이랑 대화하시는데 행인 2 여자분이 경찰시험 준비하신다고 함. 

행인 3 여자분이 어쩐지 상황판단을 잘하신다고 하심. 행인 3 여자분은 가셨고 행인 2 여자분은 119 올때까지 나를 지켜줬음. 

나는 느꼈음. 이렇게 정의감이 넘치시는 분이 경찰에 꼭 합격하시면 좋겠다고. 

 

문형배님이 호의를 베풀면 나도 호의를 받을수 있다고 한 세바시 인터뷰를 보니까 내가 받았던 호의가 생각나서 적었습니다.

 

약 30년전에 밤 9시는 넘은거 같은데 은행 캐시로비에 들어가서 돈을 빼는데 바로 옆에서 어떤 여자분이 ATM 앞에 서 있는데 글쎄 어떤 남자가 그 여자분 목을 감싸고 여자는 소리도 못지르고 있는걸 봤어요. 저는 무서워서 얼른 나와서 은행 바로 앞에 있는 공중전화에 들어가서 112에 신고를 했어요. 

신고를 하고 무서워서(그놈이 봤을까봐) 얼른 집으로 빠른 걸음으로 걸어서 오는데 그때 진짜 신기한게 핸드폰도 없을때인데 경찰이 어떻게 나를 알아서 진짜 제가 골목 2번 꺾어서 집으로 오는 중 직선거리로 약 500미터는 넘는 길을 오고 있었는데 저를 뒤쫒아 와서는 (그 당시 공중전화부스는 대학가라 사람들도 조금 있는 상황) 조금 전에 신고하셨죠? 그러면서 제 신상을 물어가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도 너무 신기해요. 절대 저를 알수 없는 거리와 시간인데.. 물론 약 5분내이긴 하지만.

 

그 외에도 출근길에 사람 술먹고 길바닥에 쓰러져있으면 119에 신고, 누가 지하철에서 싸우면 112에 신고, 버스타고 가는데 대로에 쓰레기가 떨어져잇으면 사고날 위험있어서 또 신고. 이런 신고는 많이 해봤지만 저처럼 죽을수도 있는 사람을 도와준적은 없었던거 같아요. 

의사가 제 입술이 완전 검푸른 색이엇다고. 오늘 죽을수도 있었다고. 119 타고 올만하다고..

 

그날 저를 살려주신 두분 모두 너무 감사했고 저도 그런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IP : 210.97.xxx.228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25.10.31 3:38 PM (118.235.xxx.81)

    누구 잘 도와주는데 정말 선한 에너지는 다른 누군가가 또 저에게 베풀어주는 느낌이에요.

  • 2. ㅇㅇ
    '25.10.31 3:40 PM (223.39.xxx.209)

    저는 계모 한테 학대 받는 아이 경찰에 신고한 적 있어요 디행히 그 아이 친모 품에 가게 되었고요
    경찰서 들락거리는 것 정도의 번거로움 수차례 해도 거뜬히 할 터. 나이들수록 더 오지랖이 되어가요

  • 3. ㅇㅇ
    '25.10.31 3:42 PM (223.39.xxx.209)

    제가 도움받은 적은 법원삼거리에서 신호위반하고 제 차 들이받고 도망간 놈.
    어떤 아재가 좇아가 뺑소니 300미터 내 잡아다주고 옆에서 신고며 마무리까지 끝까지 같이해줌
    너무 고맙다하니 자기도 비슷 . 경험 있는데
    아무도 목격자가 없어 너무 고생했었다고
    홀연히 사라지심. 너무 고마웠어요

  • 4. ..
    '25.10.31 3:44 PM (220.117.xxx.170) - 삭제된댓글

    예전에 82에도 올렸는데..
    밤9시에 술에 취한듯 보이는 젊은 아가씨가 상가 계단에 누워? 있어서 택시태워 보내야겠다 싶어 말을 걸었는데 킥보드에 치여서 움직이질 못하고 있는 거더라구요.
    가해자들은 택시 잡으러 갔다고 하고..
    119, 112 각각 신고하고 가해자가 택시 잡았다고 태울려고 하길래 절대 안된다고 아가씨 꼭 붙들고 있었어요.
    다행히 112가 빨리 와줘서 가해자들도 잡고 119 오는거 보고 태워서 보냈어요.
    그날 82에서 칭찬 많이 들었더랬죠. ㅎㅎ

  • 5. 맞아요
    '25.10.31 3:45 PM (222.236.xxx.171)

    선함은 돌고 도는 게 맞아요.
    설사 내가 도움을 못 받더라도 내 가족이나 지인 중에 받을 수 있고 일파만파 퍼져 더 나은 세상을 만들 거든요.
    각박한 세상이라 해도 좋은 사람이 더 많아요.

  • 6.
    '25.10.31 3:49 PM (121.167.xxx.120)

    2주전쯤 아침 먹고 걷기 나갔다가 취해서 쓰러진 60대 남자분 112에 신고 했어요 알았다고 출동할테니 놔두고 가시라고 했어요
    쓰러진 분이 길이 아닌 나무 밑 풀숲에 쓰러져서 오면 금방 못 찿을것 같아 순찰차 올때까지 기다렸다 위치 가르쳐주고 왔어요

  • 7. 원글님
    '25.10.31 3:50 PM (110.70.xxx.8)

    지금은 괜찮으신가요. 친정부모님 도와드리고 지쳐 집에 가다 이 글을 읽고 정신이 번쩍 듭니다. 모르는 사람도 돕는데 내 부모 도우면서 힘들다 했구나 싶어서요.고맙습니다.

  • 8. 원글
    '25.10.31 4:03 PM (210.97.xxx.228)

    네 괜찮아요. 응급실 가서 수액 맞고 쌩쌩해져가지고 나왔네요. 수액이 얼마나 효과가 직빵인지 그날 새벽 4시까지 잠이 안와서 그거때문에 고생했네요.. 에너지를 막 너무 생기게 해주더라구요.. ㅠㅠ

  • 9. 원글
    '25.10.31 4:04 PM (210.97.xxx.228)

    역시 82님들 호의 많이 베푸시네요.
    호의라는 말 참 잘 안쓰게 되는데 고급 단어를 일상어로 만들어주신 문형배 판사님께도 감사를...

  • 10.
    '25.10.31 7:52 PM (116.120.xxx.222)

    오늘 읽은 글중에서 제일 보석같은 글이네요
    세상은 원글님같은 분들의 호의와 친절로 돌아가는것 같아요 비정하고 이기적인 사람들만 있으면 아비규환이겠죠
    저도 앞으로 살면서 누군가에게 작은 친절이라도 베풀수있는 사람이 되고싶어요

  • 11. 동네에
    '25.10.31 7:57 PM (118.235.xxx.131)

    술먹고 길가에서 자는 아저씨 신고하니
    경찰들이 왔는데 자기들 동료였어요. 즉 경찰관 아저씨가 술드시고 길에 주무시고 있었…..ㅎㅎ

  • 12. ...
    '25.10.31 9:20 PM (71.184.xxx.52)

    항상 생각해요.
    나는 타인의 친절에 힘입어 살아간다고.
    그리고 다른 어떤 이들에게는 나 또한 그 타인이 될 수 있다고


    위의 118님 너무 웃겨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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