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 있는 호텔 레스토랑.
오후 2시부터 11시까지 식사 시간 빼면 총 8시간을 서서 주방보조겸 홀서빙역할이었네요. 처음 가본 곳이었고, 제일 처음 한 일이 린넨으로 와인잔 닦기였어요. 깊은 와인잔 닦기도 참 쉽지 않았고, 다음 날 손가락이 거칠어질 정도로 많고 여러 종류의 컵들을 닦고 왔어요.
얇은 와인잔 닦다가 하나 깨뜨리니 다음부터는 조심하게 되어 더 사고치지는 않았는데 서서 일하는 것이 그렇게 힘들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된 시간이었네요. 발바닥과 다리가 부서질 것 같으니 컨디션이 나빠지기 시작했고 워낙 손놀림이 빠르지는도 않는데, 그 이유때문에 더 느려지기게 되더라구요.
같이 일했던 젊은 직원들이 대단해 보였죠.
주변에 시계가 없어서 시간을 알 수 없어서 답답한 마음도 있었는데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저녁 먹고 오라더군요. 저녁을 정말 많이 먹었어요. 꽃빵과 같이 먹는 고추잡채를 푸짐하게 두 번 갖다 먹었죠. 그렇게 앉아 있을 수 있기에 정말 소중했던 저녁 시간.. 너무 아쉽게도 금방 지나버리더군요.ㅠ
처음에 반겨주었던 젊은 남자직원. 울 딸 나이 비슷한 넘. 점점 저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이더라구요. 막판 자기 퇴근시간 되어 갈 때 되니 시간없다며 빨리 얘기하라고 윽박지르던 놈. 퇴근하고 집에 오면서 "재수없어" 란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구요.
특히나 힘들었던 것이 큰 접시들과 높은 잔들 모아놓은 아주 넓은 트레이 나르는 일이었는데.. 제 나이 71년생이라고 알바생 인적사항 기록하기도 했는데 그 일을 몇번이고 시키더라구요. 나르면서 쏟지 않길 계속 기도하고 팔힘이 빠지지 않길 정말 바랬죠. 그나마 팔뚝에 있는 알통과 기도덕분에 실수는 없었어요. 그 일이 무리가 되었는지 담날 겨드랑이 날개죽지가 땡기고 아프더라구요.
다음 날 새벽에 출근하는 남편이 마누라 어떤지 보러 왔을 때, "여보 나 거기 다시는 안가. 발바닥에 불 나는 줄 알았어. 싸가지 없는 새끼 다시 안봐" 라고 하니 우리 마누라 어제 고생했네 수고 했어 그러며 입술에 쪽 뽀뽀해주며 다시 가지 말라고, 안가도 된다 원래 서서 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말해주고 나가더라구요.
다시는 그 넘 볼 일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참 사람 마음이... 시간이 좀 지나니까 변하더라구요. 이제 일을 익혔으니 다음에 가면 더 잘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그 생각을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남편은 펄쩍 뛰네요. 안됀다고!! 워낙 제가 일하는 거 싫어하는 남편입니다. 그 덕분에 경력없는 여자가 되어버렸지만요.ㅠ 이제부터라도 뭐라도 해서 경력 좀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남편이란 사람 반대가 이만저만이 아니네요.
그래도 이틀 일했어요. 두번째에는 그 호텔 다른 곳에서요. 그래야 시간당 알바수당이 조금 더 높아지거든요. 시간은 새벽부터 오후까지. 그곳에서는 싸가지 없는 직원은 안만났네요. 힘들죠? 밥, 반찬 맛있었어요? 물어주는 남자 직원이 있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모르겠어서 반응을 안보였는데, 밥 맛있었다 얘기하니 아 신난다 라는 이쁜 반응 보이더라구요. 전보담은 덜 피곤했구요. 밥도 많이 먹었는데 또 일하고 나니 집에 와서 피곤하기도 하지만 배가 많이 고파 남편이 장어구이 사줬어요. 우리 마누라 수고 많았다고. 정말 맛있게 많이 많이 먹었네요. 시장이 반찬이란 말도 실감하는 순간이었고요.
다음 번을 위해 기능성 깔창을 살 예정이예요. 그리고 접시닦이, 컵닦이 할 때 요리장갑 끼고 했음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렇게 해도 될지는 잘 모르겠네요.
직장을 갖는 것도 고려하고는 있는데... 나이가 할만한 일도 없고, 또 안하다 하게 되면 생활이 얼마나 바뀌게 될지 좀 염려되는 부분이 적잖이 있기에 결단하기가 쉽지는 않지만요.
그래도 제가 이 나이 들어서 직장이고 아르바이트고 찾게 되는 이유가, 제가 좀 자유로와져서겠죠. 딸 아이 독립시키고, 아들 군대 가 있고..
혹 82 회원분들 중 아르바이트 뭐 하시는 지 알 수 있을까요? 제가 기능성 깔창 사서 다시 도전해보려고 하는데 이전보담은 그래도 괜찮게 일할 수 있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