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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요양원에서 첫 추석을 맞이하는 엄마^^

해피 추석 조회수 : 4,321
작성일 : 2025-10-03 11:37:46

치매 걸리신 엄마가 요양원 들어가신지 벌써 세달이 되었어요 

5년 동안 모시다 제가 잠도 못자고 힘들어서 옮겨드렸는데 오히려 거기서 집에 계실 때는 못해본 혹은 안해본 것들을 하며 지내시네요 

 

집에 계실 때는 밤에 안주무신다고 고집 부리셔서 저랑 밤마다 실랑이하다 심하면 싸우다 12시 넘겨 겨우 주무시고 (그냥 두면 방바닥 아님 책상 밑에서 잠드시곤 해서 꼭 침대에 들어가 누우신걸 확인해야 했거든요) 씻는 것도 알아서 하신다며 잔소리 그만하라고 하시고 (하지만 실상은 알아서 못하시니..) 데이케어 가실 때 옷도 계절에 안 맞게 입으셔서 매번 확인해서 입혀드려야 하고... 

그러다보니 의식주 챙겨드리고 병원 모시고 가기 바빠 다른건 신경도 못썼는데 요양원 가시니 꽃분홍 매니큐어도 발라주셔서 좋아하시고 꽃꽃이도 하시고 캘리그라피도 하신다고 (인지는 안 좋으셔도 워낙 손으로 뭔가를 하시는걸 좋아하고 잘하심) 좋아하시네요

 

추석이나 설명절도 송편에 떡국 대충 사먹고 지냈는데 어제는 요양원에서 추석맞이 한다고 한쪽에 과일 그득한 추석상 차려놓고 할머니 힐아버지들 삼삼오오 모여 직접 송편 만들고 전도 부치고 하셨어요 

저도 보호자로 가서 엄마계신 테이블 할머님들과 인사도 하고 같이 송편 빚으며 이 얘기 저얘기 하고 녹두전 부쳐서 따끈따끈한거 바로 꺼내 같이 먹으니 맛있더라고요 

집에서도 안한지 십년도 넘은 송편빚기와 전부치기를 요양원에서 하고 옴 ㅎㅎ

 

한가지 인상적이었던건 그 테이블의 한 할머님이 소녀처럼 말씀도 차분 조곤조곤 하시고 다소곳 여리여리한 인상이시길래 "소녀같으세요"라고 말씀드렸더니 그게 무슨 뜻이냐고 하셔서 속으로 '앗 잘못 말했나?'하며 소녀처럼 순수하고 이쁘시다, 말씀도 조곤조곤 이쁘게 하신다고 말씀드렸더니 사람들은 나보고 말도 어눌하고 바보같다도 하는데.. 라며 그런 칭찬하는 사람이 제가 처음이라고...고맙다고 하시는거예요 

순간 가슴이 툭 내려앉으며 그냥 느낀대로 말씀드렸을 뿐인데 그걸 그리 고마워하시다니.. 하는 생각에 부침개도 하나 더 드리고 챙겨드렸더니 그분도 그때부터 저에게 친화력이 너무 좋으시다, 이렇게 시간내서 봉사도 하고 너무 고맙다고, 엄마가 따님 덕분에 든든하시겠다,..라고 하시네요

저는 엄마가 계셔서 왔을 뿐인데.. 

 

나중에 인사드리고 가려고 하니 그분 몫의 과일도시락을 안 드시고 저에게 쥐어주시며 가서 먹으라고, 수고많았다며 손잡아 주시더라고요 

저도 거기 갈 때에는 살짝 귀찮은 맘이 있었는데 직접 가서 전 부치며 고소한 냄새 맡으며 할머님들과 수다떨며 송편빚고 하니 기분이 아주 좋아졌어요 

그리고 별 생각없이 한 한마디에 어떤 사람은 마음이 환해질 수도 있구나 새삼스레 경험하니 이쁜 말을 좀더 많이 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모두들 힘들지 않고 맘편하고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시기를~ 

 

 

 

 

 

IP : 118.235.xxx.220
1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좋은 요양원
    '25.10.3 11:39 AM (59.6.xxx.211) - 삭제된댓글

    이라고 생각 됩니다.
    바음이 편하시겠어요

  • 2. 세상에나
    '25.10.3 11:41 AM (1.227.xxx.55)

    어느 요양원이 그렇게 분위기가 좋나요
    좀 가르쳐 주세요

  • 3. 요양원
    '25.10.3 11:41 AM (59.22.xxx.136)

    할머니들 진짜 바빠요 하루 종일 쪼물쪼물 프로그램 하시더라고요
    와상환자 아니면 괜찮아보여요

  • 4. 따스한
    '25.10.3 11:42 AM (110.70.xxx.227)

    소식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양원에서 즐겁게 지내시는 어르신들 소식이 안심이 되네요. 우리도 언젠가 가야할 곳이니까요. 어머님 건강하고 즐거운 일상 보내시길 바랄게요.

  • 5. ..
    '25.10.3 11:46 AM (218.49.xxx.99)

    글에서 이쁘고 긍정적인
    원글님 마음이 느껴지네요
    저는 엄마가 병원입원 3개월 케어도
    너무 힘들었는데
    5년이나 케어하신 원글님 효녀네요
    거기서 어머니가 잘지내실겁니다
    그동안 고생하셨으니
    당분간 잠도 푹자고
    하고픈일도 다하시길 ᆢ

  • 6. 나무木
    '25.10.3 11:47 AM (14.32.xxx.34)

    장면이 눈에 보는 것처럼 그려지네요
    님 어머니도 그 소녀같으신 할머니도
    건강하시길요
    늘 전문가가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아이들 어린이집 처음 보낼 때도
    걱정 많았지만 결국 더 나았다고 생각해요

    5년이나 애 많이 쓰셨어요
    몸도 마음도 편안한 연휴 보내세요

  • 7. ....
    '25.10.3 11:50 AM (221.150.xxx.20)

    요양원도 돈 있어야 간다는 걸 알았어요
    그냥 모든 사람의 수순이라고 생각했는데
    요양원도 좋은 곳은 비싸더라구요
    요양원 들어가면 더 오래 사세요
    프로그램도 많고 적적하지 않고

  • 8. .....
    '25.10.3 11:55 AM (220.125.xxx.67) - 삭제된댓글

    저도 요양원에 모신지 한달째인데.
    프로그램도 다양하고 다른분들과 금방 친해지고 괜찮네요.

  • 9. ....
    '25.10.3 11:57 AM (116.38.xxx.45)

    어머님 그곳에서 행복한 생활하시니 가족으로서 맘이 편안하시겠어요.
    저도 요양원 정보 궁금합니다~

  • 10. 거기
    '25.10.3 11:59 AM (106.102.xxx.88)

    궁금합니다.

  • 11. . .
    '25.10.3 12:12 PM (221.143.xxx.118)

    거기 어느 동네인가요?

  • 12. ..
    '25.10.3 12:14 PM (27.125.xxx.215)

    요양원 얘기가 다 슬픈데 원글님 얘기는 처연하면서 따뜻해서 좋네요

    원글님도 어머님도 아프신 모든 나이드신 분들도 마음 편한 연휴되시길 빌어요.

  • 13. ...
    '25.10.3 12:39 PM (118.42.xxx.95)

    우리엄마도 그런데 가서 재미있게 지내시구 잘 드시면 좋겠구만
    외롭다고 심심하다고 입맛없다고만 하시니

  • 14. 그아마
    '25.10.3 12:59 PM (122.34.xxx.60) - 삭제된댓글

    원글님 모친 계신 곳은 월 3백 이상일 겁니다. 일단 돌봄 인력이 많아야 프로그램을 할 수 있으니 요양원도 유지비용이 많이 들거든요

  • 15. 허클집 감귤
    '25.10.3 1:17 PM (116.37.xxx.161)

    마음이 편안하고 따뜻해지는 글입니다.
    이 글과 함께 하는 모든 분의 추석이 따뜻하고 평안하시길 바랍니다.

  • 16. 따뜻한 댓글들
    '25.10.3 1:44 PM (220.117.xxx.100)

    감사합니다
    살다보니 너무 힘든 시간도 지나가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도 지나가고 그러네요
    지금은 힘든 시간이 지나가고 쉼과 여유가 있는 시간이라 순간순간 감사하며 지내는 중입니다^^
    모두들 평안하셔요

  • 17.
    '25.10.3 1:44 PM (58.140.xxx.182)

    윈윈이란 이런건가봉가.
    원글님 행복하세요

  • 18. 짜짜로닝
    '25.10.3 1:51 PM (106.101.xxx.57)

    아이고 눈물나 ㅠㅠ 그나마 거동 잘하시고 젊으신 분들은 노치원처럼 재밌게 지내시는군요.. 우리 할머니 90세에 들어가셔서 거동불편하고 너무 할머니니 너무 안쓰러웠거든요.. 비싼 곳 아니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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