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직장 다니며 고등학생 아들 둘 키우고 가정적이고 성실한 남편과 평범하게 살던 사람인데요. 남편이 3억 5천이 넘는 코인 거래소 사기를 당했어요.
남편은 저보다 생활력도 강하고 철이 든 사람이라 이런 사고를 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금감위 신고, 경찰서 신고는 했고 여기저기 알아본 결과 돈 다시 찾는건 불가능한 일이라고 해요. 3억 5천이라는 어마어마 한 돈을 잃고 나니 세상이 허무해요.
남편이 한 달 동안 사기꾼이 만든 그래프에 속아서 있는 돈 다 끌어다 넣고 빚지고 제2금융권에서도 대출을 받았어요. 그게 모두 합쳐 3억 5천. 이 돈 모으려면 아끼고 아껴서 하고 싶은거 못하고 10년이 넘는 세월 모아야 모을까 말까 하는 돈이거든요.
저한테는 짠~ 하고 자기가 투자한 돈 보여주고 싶었대요. 이상한 낌새는 있었어요. 평소답지 않게 사람이 붕 뜬 것 같기도 하고 어떤 차 사면 좋겠냐고 묻기도 하고 제가 사고 싶다는 가방 이야기 하면 꼭 사줄 것처럼 잘 들어 줬거든요. 사기 당한거 모르고 자기 돈 벌었다고 저한테 오픈한 순간 저도 처음에는 사기인 줄 모르고 너무 좋았어요. 수익을 찾으려면 세금 8천을 당장 내야한다며 조바심 내는 남편을 두고 검색해 봤어요. 예전부터 있던 고전적 사기에 걸렸더라고요. 사기라고 말해줘도 처음에 남편은 믿지 않았어요. 그리고 인정하게 됐고.
너무 충격 받았지만 남편이 무서운 선택을 할까봐 이성적인 척 했어요. 사람이 괜찮으면 됐다, 당신이 더 중요하다. 우리 벌어서 갚으면 된다 라고 말했는데 속 마음은 미치겠는 거예요. 3억 5천이 장난인가요? 이렇게 사기 당할 줄 알았으면 펑펑쓰고 사고 싶은거 사고 하고 싶은거 하고 살걸 그랬네요.
사기당한 거 안 다음날 후원하던 곳에 전화해서 후원을 못하게 됐다 미안하다라고 말했어요. 시민 센터 같은 곳에서 3개월에 8만원 내고 배우던 악기도 그만 배운다고 연락했어요. 나가려던 마라톤 대회도 안 나가기로 했어요. 너무 보고 싶었던 연주회도 취소하고 환불 받았어요. 일상이, 소소한 기쁨이 사라졌어요.
지금 남편은 껍데기만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저한테 걱정 말라고 자기 잘못된 선택 안 한다고 당신이 너무 태연한 척하는게 더 걱정이라고 말하더군요. 생각보다 저는 강하더라고요. 어쨌든 아이 둘이 있으니 살아내야겠죠? 그런데 직장에서든 집에서든 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을 누르고 있어요. 몸무게는 일주일이 아직 안 된 것 같은데 엄청 빠졌어요. 밥이 안 넘어가요. 혼자 있으면 울어요. 내가 아끼고 산 시간이 허무해요. 이럴줄 알았으면 막 써볼걸.
제가 가진 금현물 계좌, 주식, 적금 탈탈 털어도 몇 천 만원이더라고요. 지금 살고 있는 집도 내놨어요.
가족이 있으니 살아내야겠죠?
저에게 할 수 있다, 이겨낼 수 있다 용기를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