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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부 영어 강사입니다.

선생님허탈 조회수 : 3,420
작성일 : 2025-09-22 23:14:51

원장겸 강사에요.

중고등 학원이데 고등부는 제가 직강을 합니다.

올해 고1이 되면서부터 다니기 시작한 남학생이 있어요.

 

중학교 때 과목 중에 유일하게 영어만

중상위권 정도 유지되는 아이였는데, 기초가 부실하니

고등학교 와서 영어마저도 어려워 다 포기하려던 아이를

다독이고 이끌어 첫 중간고사에서 2등급 문을 닫았어요.

3등급 문을 열까 싶었는데 학교에서 성적이 나오자

쌤 저 2등급이에요! 라고 본인도 정말 기뻤던지

다른 학원을 마치고 오밤중에 집에 돌아간 늦은 시간에

카톡으로 알려줘서 저도 정말 뛸듯이 기뻤죠 ㅎㅎ 

 

그랬던 아이가 이제 영어에 자신감이 좀 생겼는지

숙제를 부실하게 해오고 수업에도 늦게 오거나 빠지고 

그래도 기말고사는 2등급 유지하다가 

여름방학 때도 공부를 하는둥 마는둥 

내키면 엄청 정확하고 꼼꼼하게 하고

자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타부타 말도 없이

수업을 빠지거나 숙제를 일부분만 하더니

9월 모의고사에서 50점대가 나왔어요.

 

그리고 이제 다음주가 중간고사인데 

시험 자료가 필요하니 지난주 지지난주 잘 나오다가 

지난 주말에 또 말없이 수업에 빠져

아이 어머니와 통화를 해보니

아이가 수업 진도가 너무 느리다,

시험범위 문제를 다 풀어주지도 않는다며

다른 학원에 가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중이라네요.

이 어머니는 저희 학원을 믿고 의지하시는 편이라서

이 학원이 아니면 다른 학원은 없다고 대치하시는 중이라고. 에휴. 

 

기초가 부실하고 거의 매일 불러 공부시켜야 

어법을 조금씩 다져가고 독해 시간이 줄어드는 아이에요. 

시험범위가 모의고사 기출 9개인데 

애가 학원을 꼬박꼬박 와도 다 해줄까 말까 하는걸

진도가 느려 불만이라니.. 아 그냥 허탈하더라구요. 

 

하루하루가 소중한 고등학생이라

어머님께는 저와 안 맞아서 그럴 수도 있다,

시험이 곧이라 다른 학원에서 받아주지 않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우선 최대한 알아는 보시고

일단 지금 시험범위 자료는 혼자라도 공부하도록 줄테니

아이가 들리든 어머님이 오셔서 받아가시라 했어요. 

 

학생이야 또 새로 오면 그만이지만

몇달간 마음 쓰고 정도 주고 어르고 달래며

여기까지 끌어왔는데,

학원 경력 15년차에 유난히 허탈한 날이라

그냥 주절주절 적어봅니다.. 

IP : 222.102.xxx.75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25.9.22 11:25 PM (58.228.xxx.36)

    좋은선생님이시네요
    사춘기애들 진짜 남탓 진짜 많이하고 자기반성없어요
    아직어려서그렇겠지만..
    애가 학원별로라고 바꿀꺼라고하면 안들어줄수가없어요
    그래서 이제 갈학원이 없을정도에요..

  • 2.
    '25.9.22 11:27 PM (59.7.xxx.113)

    마음이 어떠실지 너무나 이해가서 덧글 남겨봅니다.
    저는 그래서 중고등부 때려치고 석사하고 성인영어 했어요. 애들 내신 챙기고 이런거 너무 피곤해서요. 뭐.. 그것도 때려친지 한참 되었네요.

    요즘은 내신 챙기는거 엄청 힘드시죠.. 나쁜시키.. 성적 올려주면 그 공을 모르고 지가 잘난줄 알고..

    그래도 훌훌 털어버리시고 다른 이쁜 놈들 얼굴 보시고 힘내시길..

  • 3. 모의가
    '25.9.22 11:31 PM (210.99.xxx.140)

    50점대면 내신도 더 이상 유지가 힘든데.. 본인이 알아서 끝내주니까 선생님은 홀가분하게 잊으시고 다른 학생에 집중하시면 되죠. 싸가지 없고 노력도 안하는 학생은 아무리 열심히 가르쳐도 힘들어요.

  • 4. ....
    '25.9.22 11:36 PM (140.248.xxx.3)

    요즘 아이들 남탓하는거 정말 큰 문제같아요
    부모들도 문제 많은 사람들 많구요
    저는 학부모인데...요즘 아이들 가정교육 나만 이렇게 시키나 심각하게 고민중입니다ㅠㅠ
    너의 기분과 감정이 중요하듯 다른 사람의 감정 또한 중요하다..라고 가르치는데 제가 만나 본 아이 친구의 부모님들은 너의 기분이 중요하고 너의 감정이 소중해..이렇게만 가르치네요
    그래서 아이들이 타협을 할 줄 몰라요
    양보를 강요하거나 문제가 생겼을 때 풀지 않고 그냥 가버려요..회피죠 회피
    크면 나아질까 싶었는데 더 이상한 애들이
    많아지네요ㅠㅠ
    안 그런 아이들 찾기 정말 어렵네요

    에휴 원글님같은 선생님 만나는거 쉽지 않은건데...그 아이가 멀리 내다볼 줄 몰라서 기회를 놓치네요

  • 5. ㅇㅇ
    '25.9.22 11:40 PM (122.153.xxx.250)

    그나마 그 엄마가 알아주니 다행이긴 하네요.
    아이는 다른 학원 갔다가 다시 리턴할 확률이 높긴한데,
    한번 나간 학생은 다시 안받는다고 원칙을 얘기해주세요.

  • 6. .....
    '25.9.22 11:50 PM (1.241.xxx.216)

    그나마 붙잡고 해주셨으니 2등급 한 번이라도
    받아 본 것일 테지요...
    아마 공부 자체가 버겁고 하기 힘든 학생 같네요
    아쉽고 안타까운 선생님 마음을 그 어리고 미숙한
    학생이 알 수 있겠나요
    엄마한테 어쩌고 한 건 그냥 자기변명일 뿐이니
    크게 마음에 두지 마세요
    어차피 열을 줘도 받아먹는 양이 다 다르다고 하잖아요
    솔직히 서로를 놔줘야 학생도 선생님도 편해지는 길이네요
    고생 많으셨어요ㅜ
    저도 애 둘을 입시까지 치르고 보니
    학교 샘 이상으로 정말 학원 샘들께서 마음 써주시고
    열과 성을 다해 가르쳐 주신 게 두고두고 감사하더라고요
    다 고마운 분들이고 귀인이셨다 생각합니다

  • 7. 25년 강사
    '25.9.23 1:42 AM (118.235.xxx.50)

    인연은 여기까지에요.
    소중한 내 학생이었고 허탈한 샘의 마음도 이해가지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아이를 위해서도 빨리 헤어지는 것이 좋습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어요

  • 8. 수도없이
    '25.9.23 2:12 AM (117.52.xxx.96)

    겪은 이야기에요.
    현재도 겪구요.
    4등급이하 아이들 받아서 올려주는 재미로 살았는데
    요즘은 정말....
    그냥 학습계획만 보여줘도 그만둬버립니다.
    그렇게까지 힘들 자신이 없대요.
    엄마도 아이가 원한다면... 이러시고.
    아니 ....
    공부를 안해도 실력이 오르나요?

    그리고 제발... 문법 모르는 선생들은 가르치지 말았으면...
    제대로 문장구조도 모르는 애들이 어마어마합니다.
    지금까지 쉬지않고 학원을 다녔다는데
    전혀 모르고
    그냥 통암기 하는 죽을 고생을 하고 등급은 4,5등급...
    아이는 열심히 하는데 왜 성적이 안나오나요
    이렇게 말하는 어머님들 뵈면
    하아....
    근데 여튼 열심히 공부시켜서 할 수 있단 걸 증명해주면
    저리 되는 애들이 또 태반입니다.
    아무리 정신교육을 시키려해도 안되요.

    저도 25년했는데
    이젠 정많이 안주려합니다.

  • 9. 내신때
    '25.9.23 5:38 AM (59.7.xxx.113)

    제일 힘든 과목이 영어일거예요. 아이들 학교마다 준비할게 다 다르니...

  • 10.
    '25.9.23 8:52 AM (217.149.xxx.205)

    진짜 배은망덕이네요.

    그나마 엄마가 정신 제대로 박혀서 다행이네요.

    너무 속상하시겠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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