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대단히 행복한 인생은 아니지만서도.
아침에 눈 뜨면 해가 뜨고 차 한잔 마시면서 오늘 뭐 해야하는지 곱씹어보고.
아이 깨워서 학교 보내고 저도 씻고 일하러 나가고.
그다지 중요한 직업은 아니지만 저 할일 실수없이 하고 퇴근하고.
아이랑 저녁밥 만들어 먹고. 오늘 있었던 일 드문드문 서로 얘기하고.
애 아빠 집에 늦게라도 잘 들어오는지 기다렸다 보고 자면.
그렇게 하루가 가고 한 계절이 가고요. 30대가 가고 40대가 가네요.
한 때는 우울증으로 약도 먹었지만 그것도 지나가고.
지금은
양가 부모님들 차례로 가시고 이제 다음은 내 차례겠구나 생각하니
앞으로 아이 학교 다 졸업할 때까지만 잘 버티다가
조용히 정리해야지 싶어요.
그래도 사는 게 죽는 것 보단 나은 것 같아요, 아직은.
고양이 밥도 줄 수 있고 친구랑 오랜만에 통화할 수도 있고 맛있는 거 만들어 주면 맛있다고 박수쳐 주는 아이도 있고요.
그냥 그렇다고요. 90살 못 채우고 돌아가신 우리 아버지, 그렇게 고생만 하고 사신 인생 뭐가 좋았냐고 여쭸더니, 매일 매일 살아있어서 좋았다고 하셨어요. 이번 주말 기일인데 마침 주말이니 이번엔 제사상 좀 힘줘서 차려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