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 이야기는 여기..
그렇게 그 부동산에 전화를 돌렸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매물은 팔렸더라구요. 그럼그렇지 싶었네요. 또 놓쳤구나. 싶었어요. 그리고 역시나 거기서 1억 이상 오른 매물 그것도 우리가 찍은 동들이 아닌 다른 마음에 들지 않은 다른 매물을 언급..싫어요 하고 끊었어요.
그런데...
얼마후 다시 전화가 왔어요.
우리가 찍은 그 동들 중 한 곳이긴 한데 나름 악성매물이 하나 있었나봐요.
자세히 풀면 좀 그렇고요..매도가 좀 골치 아픈 집...
악성인 만큼 가격은 가장 저렴했어요.
그런데 그 집을 찾아보니 ( 우리 관점으로는 )우리가 찍은 동들 중 가장 매음에 든 동이었고
층수랑 뷰도 정말 마음에 들었어요!! 또다시 남편과 의견일치. 무엇보다 남편 얼굴은 여기서 살고 싶다는 간절함이 가득...
그리고 나서 이제 본격적으로 분석해보니 그 골치 아픈것도 충분히 감당 가능하겠더라구요
왜냐면 나름 서울살이 20년 넘게 하고, 남편도 회사생활과 사업하면서 둘다 산전수전 다 겪어서 그런가 고작 이런게 골치가 아파???? 이런 느낌이랄까.
저희가 단 며칠만에 전화로 사겠다고 답을 주니 오히려 부동산 사장님이 놀라더라구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부동산에서 중개를 시작..
그런데 갑자기 집주인이 가격을 올리려고 하는거에요. 사장님이 꼬치꼬치 물어보니
다른 부동산에서 소위 말해 장난질(?)중이더라구요. 제가 그 장난질의 내막을 잘 알거든요.
왜냐면 그 당시 그 악성매물을 소개해 준 부동산이 한 곳 더 있었어요. 저도 산전수전 다 겪다 보니 목소리만 들어다 그 사람 성격이 보이던데 처음 통화할때부터 안 좋았어요. 이 사람은 충분히 장난질 칠 사람이었어요. 그러니까 그 악성매물 저한테 소개해놓고 마치 제가 또다른 사람인 것처럼 즉, 매수자 두 명이 붙은 것처럼 장난질을 한거죠.
저도 이제 나이도 먹을대로 먹고 세상물정 모르는 나이도 아니고. 억센 k아줌마가 되어 있었죠. 곧장 그 장난질의 내막에 대해서 자세히 말해주고 그대로 그 집주인에게 전달해주라고 했어요.
부동산 사장님도 이대로 말해도 되나?? 하다가 어짜피 이대로 가면 깨질 계약이니...
제가 한 말을 그대로 전달하겠다고 했고
얼마 후 흥분된 목소리로 전화가 왔어요. 지금 계좌 줬다고요. 내 추측이 정확히 맞았던거에요! 그 집주인이 내말 듣고 장난질인거 알아차렸고 이러다가 나까지 놓치면 또 못 팔까봐 계좌 준거였어요! 부동산 사장님은 흥분해서 맘 변하기 전에 빨리 가계약금 두둑하 넣으라고 재촉했고요. 남편이 신속하게 가계약금 넣었죠. 그렇게 그 집을 매수하게 됩니다!!
그렇지만 악성인만큼 이사를 곧장 하기도 힘들었고 어쩔수 없이 강남 두 채로 당분간 유지해야 했어요. 그리고 그때 대체적 분위기는 앞으로 떨어질거라고 했어요. 그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고요. 우리가 매수한 아파트는 신축도 아니고 이제 구축에 들어가기도 해서 그 당시 처음 가입한 부동산 카페에 우리 아파트 검색하면 안 좋은 말들만 주르륵....
하지만 개의치 않았어요. 그저 평생 살고 싶은 집을 찾았고 그 집에서 살 수 있게 되었으니 하락도 신경 쓰이지 않을 정도로 맘에 들었어요. 그리고 지금 돌이켜 보니 우리 부부는 둘다 부동산이나 주식으로 돈 벌려는 마음은 원래 없던 사람들이기도 했고 무엇보다 예전 강남집 사고 노도강 팔 때 큰 손해를 봤던 트라우마 때문에 난 부동산으로 돈 벌 팔자는 못 된다는게 강하게 인식에 박히기도 했고요. 그래서 오히려 더 고민없이 단순하게 밀어 부쳤던 것 같아요. 그저 살고 싶은 집을 매수해서 살게 되었다는 기쁨 그것만 누리고 싶어서요.
그런데 곧 탄핵정국이 끝나고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됩니다.
이후 두 집 모두 예상대로 많이 올라요. 우리 부부는 전혀 의도치 않았던 일이에요.
그리고 얼마후 한 채를 어느정도 수익을 보고 팝니다.
물론 이후 팔아버린 집이 많이 올라서 저도 속상한건 있어요.
사실 그 사이 남편 사업이 더 잘 되어가서 굳이 안 팔고 두 채로 들고 가도 되었는데
제가 세금 무섭다고 팔자고 한거에요.
그런데요...
지난날들 되돌아보니
전 남편을 안 믿어서 안 해도 되는 괜한 고생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저만 고생한게 아니고 남편에게 불필요한 빚을 지게 만든 것도 미안하고요.
2000년대 중반 때 제가 처음 강남집 사자고 할 때 남편이 전세 살다가 돈 모아 사면 된다고 한 걸 제가 매매를 고집하다 남편 수억 더 빚지게 만든 거부터요..
그 당시 수억이면 정말 큰돈이에요.
그리고 회사 나와 독립한다고 할 때 정말 철이 없다고 격렬하게 반대를 했는데 남편은 나름대로 다 큰 계획이나 그림이 있었고 그걸 차근차근 현실화시켜 나가는 사람이었어요. 그런 남편을 못 믿고 안달복달한 것도요.
그 사이 남편 사업은 안정권에 들어갔고 현금이 꽤(?) 많이 쌓였어요. . 그런데 인터넷만 들어가면 현금이 휴지가 된다고 하고 서울 아파트 더 사라 주식을 사라 난리잖아요.
그러니 저도 불안해서 남편에게 말을 하는데
남편은 단호해요. 이 집보다 더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아오면 그때 매수한대요. 그런 집이 있으면 가격이 아무리 비싸도 매수하겠지만 단지 더 많이 오를 것 같아서 매수하고 이런 건 절대 안 한 대요.
살아보니 남편은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에 연연하는 타입이 전혀 아니라
뭐든 본질에 집중하는 타입이더라구요. .지금도 어떻게 하면 사업을 더 안정적으로 확장시킬까만 고민..
물론 남편도 쌓아놓고만 있는 현금에 대한 고민을 하긴 해요.
지금 사무실 근처에 괜찮은 상업용 물건 나오면 매수할까 고민하는데 하필 그곳도 강남이라..
매물이 쉽게 안 나와요.
코로나 직전 급등할 때 내가 좀 더 부지런을 떨며 알아볼걸 후회도 되지만 만약 그때
당장 돈에 급급해 서울외곽이나 경기나 지방 건물 샀으면 또 고민 많았겠죠
사실 제가 코로나때 돈 많이 풀릴 때 남편한테 경기도라도 좋은 건물 풀대출로 사자고 졸랐는데 남편이 단호히 싫다고 했었는데 요새 급 공실 많아지고 서울인기 지역외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 하는거 보니 남편 말이 맞았다 싶어요.
그래서 쌓여 있는 현금보면 답답하지만 이젠 무조건 남편의견 따르며 살자 합니다.
그리고 남편이야기 나와서...더 쓰자면..
가끔 남편이 예전 회사 선배나 후배들 만나고 하잖아요.
그럼 요새 놀라더라구요. 우리남편 포함 50대들은 그래도 사업으로 뭔가를 일으켜 세우려고 하는 본능이 있는데 그 아래 40대초반 30대들은...사업으로 뭘 일으켜 보려는게 아니고 정말
아파트 이야기만 한 대요. 어디사서 얼마 올랐냐 이런 이야기만요..
그리고 잠재력 있어서 관심가는 콘텐츠에 대해 설명하면 그 본질보다는 (그러니까 그 과정에 집중하는게 아니라 ) 그래서 결론적으로 돈을 얼마나 그것도 빠르게 벌 수 있느냐를 묻는다고 해요.
우리남편이 시류를 못 따라가는 건지는 나중에 보면 알겠죠. 시류를 못 따라가면 여기까지가 우리 부부 복이다 하려구요.
이상 마칩니다.
저도 이렇게 길게 그리고 사실상 제 인생을 쓰게 될지는 상상도 못했어요.
그래도 재밌게 읽어주신 분들, 제가 더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