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24살 되어서야 철이 든거 같아요.
철이 들었다는 표현이 맞을까 싶긴 하네요.
현실을 돌아보고,
이제 나 정신차리고 밥벌이에 몰두하고 내 인생 책임져야 하는구나 하는 자각이요.
그 전엔 왜 그리도 철이 없었을까요?
고3때 사춘기 극심하게 와서 상상도 못했던 대학엘 가고
대학에 가서도 부적응에 현실도피에, 형이상학적인 가치에만 관심을 조금 가지고 책이나 좀 읽었을까...
그러다가 취업준비는 하나도 안하고 졸업하고
시대적 상황으로 취업이 너무 잘되던 그 시기에
여차저차 대기업에 특채로 들어갔는데
겉에서 보기엔 취업 성공한 대기업이었지만
하는일이 너무나 부서내에서 허접한 업무인거예요.
같은 직급 다른 직원을 보조해주는 업무인..
살면서 누구한테 무시당해본적이 없었는데 (특히나 중고등때는 공부만 잘하면 우쭈쭈 인정받는 대한민국 현실상^^)
제가 누구한테 무시당하는 위치에 있다는게 너무 자존심 상하더라구요.
이렇게 살다간 평생 남들한테 하대나 당하고 살겠구나, 내가 도대체 지금까지 뭘하고 산거지?
정신이 퍼뜩 났어요.
그리고는 회사 그만두고 3년동안 정말 죽어라 하고 전문직 시험 준비를 해서 붙었고
지금까지 생활인으로 잘 살고 있어요.
그런데 아직도 누가 뭐라고 하지도 않지만 학벌 컴플렉스가 좀 있어요. ^^;;;
누가봐도 서울대는 기본으로 갈거라 기대를 받던 학생이었기때문에 ㅎㅎㅎㅎ(죄송)
결국 저는 제가 아주 낮은데 처해보고 나서야 철이 들었다고나 할까요?
조금 더 일찍 철 들고 성실한 학생이었으면 참 좋았겠구나 가끔 생각합니다.
너무도 어처구니 없이 나 자신의 삶에 대해 무책임했던 기간이 길었어요.
집안에서 밀어주거나 비빌 언덕이 되지도 못하는 환경이었고
제 자신이 제 스스로 빨리 자립해서 살았어야 할 환경이었는데도
어쩜 그리 철딱서니가 없었을까..
나중에 두고두고 나라는 사람이 이해가 안가더라구요.ㅎㅎㅎ
그게 결국 제 자신의 그릇인거겠죠.
아직 그때의 저처럼 철이 들기엔 한참 멀어보이는 딸을 보면서
너무 한숨이 나오면서도
그래 너도 너의 때가 오겠지
하면서 참고 숨고르기 하고 있습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