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글 읽고 저도 제 경험 써 봐요. 생각만 해도 다시 분통이 터지네요.
때는 2017년 12월 크리스마스 이브(도람푸가 대통령이던 때),
남편은 회사에서 보내주는 프로그램으로 미국 워싱턴 D.C. 근처 대학에서 연구 교수로 등록을 하고(교수 아닌 다른 전문직), 혼자 아이와 함께 버지니아주 한국인 많은 동네에 살고 있었어요.
교수인 저는 여름에 함게 가서 아이 학교 입학이며, 집, 가스, 전기, 통신 등 여러 가지를 세팅하고
한국에서 한 학기를 보낸 후, 뉴욕에서 크리스마스와 해피뉴이어를 보내자 하고
뉴욕으로 갔어요.
저는 미쿡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지난 여름 입국 때나 그 이전 어느 때에도 미국 입국에 문제가 있었던 적이 없었기에(심지어 911 테러가 유학 중에 일어나 살벌했을 때 조차도 아무 문제 없었어요)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가는데
입국 심사하던 자가 돌아가는 비행기표를 보여달라기에 보여줬는데(대한항공)
갑자기 저를 다른 데로 가라고 하더니, 어떤 남자가 와서는
저를 소위 그 세컨더리 룸이라는 곳으로 데려가더라구요.
다른 공항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뉴욕 공항 세컨더리 룸에서 심사하는 자는
우리나라 법정보다 훨씬 높은, 제가 그 책상 위에 뭐가 있는지 절대 보이지 않는
1.5m 이상 되는 단상에 자리잡고 있어요.
세컨더리 룸도 여러 개더군요.
전화기, 소지품 싹 다 빼앗긴 상태에서 위압적인 영어로(당연하지만) 질문을 해요.
불행한 건 제가 그걸 다 알아들었다는 거... 그래서 더 굴욕감을 느꼈지요.
심지어, 너는 혼자 왔으니 다른 목적이 있는 거 아니냐? (가족이 다 미국에 있으니 만나러 혼자 왔지, 내가 무슨 다른 목적이 있겠냐)
남편이 워싱턴 D.C.에 있다면서 왜 뉴욕으로 입국하냐? (크리스마스라서 가족도 여행 중이라니까)
영어는 왜케 잘 해?(박사학위 미국에서 받았어. 4년 동안 미국에 살았어)
미국에 살았다고? 범죄 저지른 적은 없어? (당연히 없었지)
너 진짜 가족 만나러 온 거 맞아? 네 남편 한국 직업은 뭐야? 어느 대학이야?
박사를 받았다고? 그러면 어느 대학이고 무슨 전공이야? 살던 곳은 어디야?
연락처는 어떻게 돼? 주소는? 다른 아는 사람은 없어?
뉴욕에서 할 일은 뭐였어? 왜 이렇게 돌아가는 비행기가 두 달이나 넘게 남았어?
중간중간 그 자의 입장에서는 쉬면서, 저는 서 있으면서 숨막히게 불안함을 조성하면서.
차라리 못 알아들었더라면 더 나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많은 질문을 하더군요.
그러기를 1시간여 하더니,
너 절대로 여기 불체하면 안 된다, 이 귀국 항공권에 있는 날에 나가야 돼
하면서 도장 찍어주고 나가라 하더군요...
태어나서 그런 굴욕을 당해 본 게 처음이어서
대답은 다 하면서도 얼굴이 시뻘게지고 숨을 잘 못 쉬겠더라구요.
공항 밖으로 나오니 기다리고 있던 남편이, 비행기 도착한지 3시간 넘게 지났는데도 안 나오는데
연락할 방법이 없어서(당시에는 자동 로밍 안 했거든요) 무슨 일이 생겼는지는 상상도 안 되고
넘 걱정했다고 하더라구요...
이후 미국 입국에 완전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당시 가족과 함께 나이아가라를 보러 가는 캐나다 육로 여행과 멕시코 칸쿤 비행기 여행도 계획에 있었는데
또 그런 굴욕을 당할까봐 나가기가 무섭더라구요.
그러나 계획은 실천해야 하기에 일단 나갔거든요.
못 들어가게 하면 나만 거기서 바로 집으로 가야지 하는 각오로요.
그런데 왠 걸, 들어올 때마다 느무느무 친절하게 Welcome back! 하는 거예요.
그 이후 도대체 왜 나는 그렇게 세컨더리 룸으로 들어가게 된 것일까? 생각을 해 봤는데요
당시 40대 초반이었던 제가 그자들이 보기에는 좀 더 젊어 보였을 수도 있고
그자들이 일반적으로 보아오던 동양 여자들에 비해 영어를 너무 잘 했기에
오히려 제가 교환교수인 남편과 가족을 만나러 왔다는 말이 꾸며낸 말로 들렸을 수도 있고
불법체류를 하기 쉬운 조건이라는 느낌을 줬을 수도 있겠다는 것 말고는 다른 이유가 생각이 안 나더라구요.
아무튼 너무 기분 나쁜 경험이었고,
그 이후 다시는 미국에는 가고 싶지도 않고 미국 좋다는 소리 절대 찬성할 수 없어요.
지금 다시 도람푸가 대통령인 세상이 되어 우리 국민을 저렇게 맘대로 체포하는 걸 보자니
또 그 때 생각이 나면서 울분을 토하게 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