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갑작스런 폭우를 쫄딱 맞고 들어와서 샤워하고 나서 널부러져 있다보니 비오는 날이라 밀가루 음식이 먹고 싶었어요
문제는 하필 국수도 없고 라면도 없고 감자도, 애호박도, 버섯도 없고 뭐가 다 똑 떨어졌더라는 거죠
그래서 뒤적뒤적 뭐가 있나 뒤져보니 양파 하나, 건미역 한봉다리만 나왔다는...
이걸로 뭐가 되려나 싶어서 그냥 대충 아무거나 해보자 싶어서 일단 밀가루 반죽을 해서 덩어리를 만들어 놓고, 멸치 다시마 육수를 내기 시작했어요
칼국수 밀기는 귀찮아서 들깨 수제비나 해야지 하다가 무슨 생각인지 된장으로 선회했어요
다른 집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집은 된장과 미역, 된장과 수제비 조합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매우 실험적인 도전이었습니다
된장, 국간장, 액젓 약간으로 간하고 마늘만 다져넣었습니다
오, 미역된장수제비 제법 그럴싸하고 맛있었습니다
폭우 내리는 저녁에 아주 잘 어울렸고요
제가 워낙 미역을 좋아해서 미역국, 미역 냉국, 미역초무침도 좋아하고 비빔국수 고명으로도 많이 써먹기는 했었지만, 된장수제비에도 어울릴 줄은 예상 못했는데, 우리 제법 잘 어울려요 ㅋㅋㅋ
먹다보니 청양고추 하나 썰어 넣을 걸 그랬나 싶기도 했지만, 다진 마늘만 넣어도 충분히 괜찮더라구요
역시, 뭔가 부족할 때 창의력이 뿜뿜 솟아나나 봐요
없는 재료로 이정도 훌륭한 음식 만든 나, 칭찬해 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