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여름이 지나가네요

오늘 조회수 : 2,936
작성일 : 2025-09-01 17:12:36

여름이 이제 서서히 끝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갑자기 소나기가 퍼붓더니, 지금은 비가 그치고 공기가 눅눅하게 차올라 있어요. 그런데 신기한 건, 습기가 가득한데도 여름 한창처럼 숨 막히게 뜨겁진 않다는 거예요. 열기는 빠지고 대신 비 냄새랑 젖은 흙냄새가 공기 속에 섞여서, 뭔가 한 계절이 지나간 자리에 남는 여운 같은 게 느껴져요.

저는 숲이 보이는 창 앞에 앉아 책을 읽고 있었어요. 근데 이 책이 재미있는 건지 없는 건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한 페이지 한 페이지는 넘기는데, 마음이 푹 빠져드는 건 아니고, 그냥 시간 따라 흘러가는 기분이랄까. 그러다가 배가 고파져서 고구마를 하나 구워 먹었습니다.

집에 함께 사는 고양이가 있는데, 사람 나이로 치면 이제 딱 20대 중반쯤 되는 숙녀예요. 제가 먹다 남긴 고구마를 킁킁거리며 조금 맛을 보더니, 기대와는 달랐는지 금세 흥미를 접고는 창밖을 구경합니다. 제 고양이의 눈빛은 참 신비해요. 밝은 데서는 몰디브 바다 같은 옅은 민트빛이 도는 데다 흰빛이 섞여 있는데, 어두운 데서는 녹색으로 빛나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몰디브 바다빛 같은 그 옅은 민트색이 더 마음에 들어요.

열린 창으로 까마귀 소리가 들리고, 이름 모를 작은 새들의 소리도 섞여 들려요. 매미도 아직 울긴 하는데, 한창 더위 속에서 요란하게 울던 그때랑은 달라요. 힘찬 기세는 사라지고 이제는 조금 서글프게 들리네요. 7년이나 땅속에서 버티다가 나와서 며칠 울고 생을 마감한다니, 그 짧고도 치열한 삶이 떠올라서 더 안쓰럽게 들리는지도 모르겠어요.

여름의 비 냄새와 습기가 남은 공기 속에서, 열기는 사라졌지만 계절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괜히 마음도 나른하고, 이 한적함이 뭐라 말할수없는 충족감을 주네요.

IP : 59.12.xxx.33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감사해요
    '25.9.1 5:35 PM (223.39.xxx.186)

    한편의 수필같은 글 잘 읽었어요
    힐링되네요
    가끔 글 남겨주세요 ^^

  • 2. 내일은 사장님
    '25.9.1 5:48 PM (61.79.xxx.182)

    그림같아요.
    언제나 저런 평화로움을 느껴볼 수 있을까 싶네요.

  • 3. 현실과마법
    '25.9.1 6:01 PM (112.167.xxx.79)

    제 맘도 편해지는 글이네요. 자주 올려주세요.

  • 4. 체리망고
    '25.9.1 6:06 PM (39.125.xxx.46)

    고양이 눈 묘사가 일품이에요

  • 5. 고양이는
    '25.9.1 6:50 PM (221.146.xxx.9)

    참 신비로운 생명체죠
    신이 정성들여 빚은게 티가 나요
    보고있으면 묘하게 빨려들어요

  • 6. 고양이는
    '25.9.2 10:23 AM (118.218.xxx.85)

    모습뿐 아니라 야옹하는 울음소리도 신비롭답니다.
    어떻게 저런 이쁜 소리를 내는지

  • 7. ...
    '25.9.2 5:02 PM (49.239.xxx.30)

    글 잘 쓰는 것도 재능인거죠?^^
    너무 편하게 잘 읽었습니다.
    자주 글 올려 주세요.

  • 8. 82
    '25.9.2 5:22 PM (118.221.xxx.11) - 삭제된댓글

    좋아요! 구독! 하트모양 꾹 누르고 싶은 마음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47452 우리도 이참에 국회의원들 혜택과 정치인들 부동산현황 공개했음하네.. 3 .. 2025/09/14 1,109
1747451 남편이랑 냉전하느라 하루가 다 갔네요 20 ... 2025/09/14 6,459
1747450 나무도마 곰팡이 12 ..... 2025/09/14 3,017
1747449 치과의사 vs 수의사 vs 약사 11 ㅇㅇ 2025/09/14 3,518
1747448 재래시장을 꼭 살려야 하나요? 26 .. 2025/09/14 4,686
1747447 추석 ktx예매 본인이 안타도 가능한가요? 7 ㅡㅡ 2025/09/14 1,968
1747446 중딩 아이가 정신과 진료 받아보고 싶대요. 14 ... 2025/09/14 3,669
1747445 세워 놓고 옷 거는 옷걸이 1 나무로 된 .. 2025/09/14 1,628
1747444 문프 모르게 사진을 찍었나요? 32 실맘 2025/09/14 5,757
1747443 배낭 사이즈 잘 아시는 분요~ 4 .. 2025/09/14 780
1747442 여리여리한데 등만 넓은 체형 25 ... 2025/09/14 3,201
1747441 사기꾼은 자기 자식도 파는 말종이에요 8 ........ 2025/09/14 2,470
1747440 몇 키로 걸었나 알 수 있는 무료앱이 있을까요? 9 페이스도 나.. 2025/09/14 1,765
1747439 포트메리온 4 .... 2025/09/14 2,588
1747438 지금 보수 언론이 젤 원하는게 민주당 갈라치기입니다 24 2025/09/14 1,817
1747437 중딩이 주말에 온통 핸드폰 붙잡고있는거 잘못된거죠? 8 .. 2025/09/14 1,465
1747436 서울시가 전세 사기 브로커 - 청년안심주택 2 .. 2025/09/14 2,220
1747435 손톱이 잘 부러질땐 어떤 비타민을 먹어야하죠? 18 영양소 2025/09/14 2,983
1747434 “美 이민세관단속국, 200명 체포 목표 채우려 한국인 구금” 6 하..진짜양.. 2025/09/14 3,281
1747433 조국혁신당, 9명 체제로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5 호ㅓ이팅 2025/09/14 1,631
1747432 은중과상연, 너무…… 24 오호 2025/09/14 16,872
1747431 퀼팅자켓은 유행안타나요? 8 .. 2025/09/14 3,019
1747430 예탁결제원 금융권 2025/09/14 908
1747429 오! 비밀의 숲 이런 내용이었어요? 7 드라마시작 2025/09/14 3,102
1747428 디올 향수 추천 부탁드립니다. 4 디올 2025/09/14 1,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