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에요.
아빠하고는 연을 끊은 지 20년 정도 되었지요.
집안 사정이야 모질고 모진 세월이었어서 여기 다 풀 지는 못하고...
다 잊고, 부모는 없다... 생각하고 긴시간 투쟁하듯
남편과 아이하나 낳고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저와 남편만의 힘으로 이룬 가정이기에 더 애착도 갔고
더 바라지도 않았지마는
때로 가슴이 시린 건 어쩔 수 없더라구요.
사실 아빠쪽 집안이 워낙 좋았고, 아빠가 워낙 좋은 분이었기에
아빠와 그리 헤어지기 전까지는 정말 풍족하게 잘 살았습니다.
그러다 아빠와 집안의 보호가 없어지고
얼마나 마음 힘들게 살았는지는 ... 차라리 몰랐으면 세상이 원래 그런갑다 생각했겠지마
정말 잔인하구나 현실은... 그러면서 살아왔더랬습니다.
모친은.... 진짜 잔인하고 계산적인 성정의 여자라.
그도 끊고 살았습니다
아이를 낳을 때도 제 옆엔 친정붙이는 한명도 없었고
지금껏 키우면서도 그랬죠.
그러던 어느날 아빠가 연락이 온거에요.
펑펑 울면서 보고싶다고 하시는데
그냥.. 저도 울다가 ... 아이 데리고 한달음에 달려갔어요.
아빠도 그동안 부침이 많으셨는지
사업은 접고 충북 어디 산 속에서 농사를 짓고 계신댔어요.
제 아이를 바라보며 따뜻한 말투로 이런 저런 말씀을 해주시는데
아이가 어리둥절해할 정도였습니다.
저렇게 좋은 할아버지인데 왜 안봤어?
사업이 안되어 어쩔 수 없이 시작한 농사인가, 생각하기엔
농원 규모도 제법 되고
잘 정돈되어있었어요.
유기농으로 블루베리랑 샤인머스캣이랑 주력으로 하신다는데
평생 도시에서만 자랐고... 아빠도 그런 걸로 알고 있는데
너무나 신기했습니다.. 그동안 정말 엄청나게 고생은 하셨겠다 싶고...
아이는 난생처음, 나무에서 직접 열매도 따먹고, 풀벌레며 잠자리며 보면서 신기해하고
오매불망 원하던 큰 개들이랑 놀고 따뜻한 할아버지 사랑도 받고
정신을 못차리더군요.
살아보니 이런 날도 있구나... 하는 날이었습니다.
다음에 갈 땐 아빠 좋아하시던 참소라를 한번 삶아 가져갈까 해요.
한번도 삶아 본 적없는데 -_-;;;; 먹기나 좋아했으나.
아빠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셨는지 잘 기억이 안나네요....
제가 해드린 김치비빔국수랑 김치볶음밥은 기억이 나는데...
자꾸 그 농원이 눈에 밟힙니다.
빨리 또 가고 싶지만
이제 살아온 경험이 있어 .... 그런 지
서두르지말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하자.. 싶은 마음도 들고.
여튼 연락주셔서... 큰 용기 내주셔서 감사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