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요즘 몸도 안좋고 만성위염으로 식욕을 잃었어요.
직장에서 점심도 그냥 굶는게 차라리 속이 편해서 굶고요.
집에 오면 허기는 느끼니까 빵같은거 꺼내서 그냥 먹어요.
삶은계란있으면 그거 먹고, 빵있으면 그거 먹고
맛의 재미는 모르고 산지 몇달 되었어요.
근데 저녁밥은 차려야 하는데
저 자체가 입맛이 없으니 뭘 먹어야 할지 빨리빨리 떠오르지도 않고
남편, 아이는 입맛도 엄청 까다로워서 뭘 해야 할지를 모르겠는거에요.
거기다 아이는 아직 초딩애라 매운것, 질긴것도 못먹고
둘다 일반 한식 반찬 (호박나물, 무나물, 가지나물, 콩나물 이런것)은 먹지도 않으려고 해요.
아참. 남편은 지금 고지혈증에 심각한 당뇨증세 있어서 간단히 라면먹고 이런것도 못하고
중화요리도 배달 못하고, 꼭 현미밥에 야채 따로 챙겨줘야 해요.
항상 국물있는 찌개, 국이나 메인 요리 (닭도리탕 같은거)
이런거에 삼삼한거 (계란말이, 각종 전이나, 두부부침 같은거)
밑반찬 한두가지 (멸치나 젓갈이나 )
김치 종류
뭐 살림 고수분들은 이게 뭐가 힘드냐 하시겠지만
밑반찬 빼고는 냉장고에 들어간건 절대 안먹으려고 해요.
새벽에 일어나서 남편 아침을 준비해요.
(닭가슴살, 계란삶은거나 수란 같은거 + 샐러드, 토마토 이런것)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 깨워서 아침밥 간단히 먹이고요.
점심에 아이 혼자 먹을 도시락 싸놓고요.
저녁때 식구들 먹을 음식 일부를 미리 준비해요. 안그러면 저녁때 너무 마음이 급하고 힘들어서요.
찌개같은건 오전에 미리 끓여놔요.
남편 현미밥이나 남편먹을 양배추 손질, 계란 삶기, 닭가슴살 삶기 등의 노동도 들어갑니다.
이러고 제가 8시 반에 출근을 해요.
일은 일찍 끝나서 5시 반이면 집에 올수가 있는데요.
저녁밥 차려서 식구들 차려주고 나면 진짜 파김치가 되서 아무것도 하기가 싫고
주방은 폭탄이 떨어진 것처럼 너무너무 정신없고 지저분해요.
식세기도 이용하고 음쓰기도 이용하지만 그래도 힘들어요.
차리고 치우는 노동은 하겠다 이거에요.
근데 매일 뭘 해야 하지? 하는 걱정을 하는게 너무 짜증나요.
퇴근하고 힘든데 장까지 보고 오는것도 힘들고,
쿠팡으로 시키자니 그때까지 뭘 먹을지 고민을 못 끝내서 꼭 놓쳐요.
어제는 너무 힘들고 제가 스팸 따다가 손까지 며칠전에 다친게 욱신거려 그냥 나가서 먹자 했더니
남편이 우울한 얼굴로 "현미밥 들고갈까?"
나 오늘 일찍 자야하는데.. 하니깐 그냥 집에서 먹자하고 또 감자조림, 계란말이, 고등어조림 하고
반찬가게에서 아이 며칠동안 도시락쌀거 밑반찬 주문했더니
애가 "엄마 왜 요즘 자꾸 반찬가게에서 배달을 시켜?" 그러길래 저도 모르게 버럭 화를 했네요
그냥 애가 궁금해서 물어본건데
아직까지 엄마라는 존재는 먹는 걸 책임지는 존재인데
저는 결혼 15년차인데도 아직도 아직도 저게 받아들여지지가 않아요.
물론 제가 바쁘면 남편이 아이랑 알아서 차려먹기도 하고
주말에 시댁에서 항상 먹거리, 반찬 많이 보내주셔서 감사한데
남편하고 박터지게 한판 붙어보고 싶은데
하필 지금 남편이 어머니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도 않았고
몸도 많이 아파요.
자기 몸도 아파서 지금 일을 그만둘까말까 하는 사람한테 집안일하라고 버럭질 해봤자 싸움만 날 것 같고.
저희 회사 동료 언니나 다른 기혼 직원들은요.
저처럼 이렇게 짜증 안내고 그냥 자기 일인양? 당연한 듯 너무 잘하시더라고요.
저처럼 아이 도시락싸주고 나오는 집은 아침에 애들 햄버거 만들어먹이질 않나, 과일까지 예쁘게 썰어 넣고 나오고요.
퇴근하면서 기분좋게 장 보고 집에서 하하호호 식구들하고 잘 차려먹는다던데 저는 왜 이리 짜증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