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릴 때 편식이 심했거든요.
바싹 구운 삼겹살을 5학년 정도 되어서야 먹기 시작했던 거 같아요.
생선, 고기 특유의 냄새에 민감 했던 거 같아요.
방학 때마다 이모네 집에 며칠씩 있다 오곤 했는데,
6학년 여름방학이었던 것 같아요.
이모네는 저보다 두살 네살 어린 사촌동생들이 있었고, 이모네 아이들과 동갑 터울인 이모의 시조카 애들도 둘이 와 있었어요.
그 때 이모는 갓 서른을 넘긴 나이였어요. 욕심도 많고 바지런하고 거칠지만 조카들 품어줄 줄도 알았지요.
저는 엄마 음식보다 이모 음식이 좋았어요. 굵은 고추가루가 듬성 묻은 알타리무가 어찌나 아삭하고 달큰하던지요.
어린 저는 예민하고 까탈스러워서 같이 있는 시간엔 이모랑 자주 부딪혔어요.
가내 공장일을 하면서 다섯명의 애들 밥까지 차리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였을텐데 이모는 후딱후딱 몇가지 반찬을 내어서 기다란 상이 허전하지 않게 차려주었던 것 같아요.
돼지고기 장조림이 상에 올라왔는데, 물에 빠진 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상상도 해본 적이 없던 제가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한 점 입에 넣었어요. 단짠하면서도 고소한 참기름의 뒷맛이 너무 환상적인거에요.
순식간에 장조림이 비워지자 이모는 장조림이 담겨진 맥심병을 들고와서 한 번 더 덜어주고는 병에 얼마나 장조림이 남았는지 확인하고는 가져갔어요. 그 남은 장조림, 아직 먹지 않은 남은 장조림이 너무 적게 느껴졌어요.
엊그제 돼지고기 장조림을 만들었거든요. 여전히 물에 빠진 고기를 좋아하진 않기에 자주 만들지는 않지만,
돼지고기 장조림을 만들때마다 젊었던 이모 생각이 나요. 맥심병에 들어있던 그 장조림도요.
그나저나 장조림 고소하게 만드는 비법 있으시면 풀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