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언니요.
맨날 전교 꼴등하고 엄마말 죽어도 안 듣고 사고만 치고 참 바람 잘 날 없었거든요. 전 자랄 때 이 집을 떠나는 게 꿈이었어요. 엄마랑 언니가 싸우는 소리 듣는 게 지겨워서요.
결국 저는 집만 나간 게 아니고 나라를 훌훌 떠나 외국에 자리잡고 살게 되었는데요. 언니는, 딱 50살쯤 되니 사람이 바뀌더라고요. 모든 면에서요. 공자왈 50이면 지천명이라고 했던가요. 예전엔 자기만 알고 누구 뭐 하나 챙겨주는 거 몰랐던 이기적인 인간이었는데, 아버지 암걸려 돌아가실때까지도 왠지 애틋한 느낌, 낯설다 싶었는데 돌아가시고 혼자되신 엄마 치매신데도 그렇게 지극정성이네요. 다른 건 몰라도 엄마 씻기는 건 간병인들 안 맡기고 직접 와서 해줘요. 사람이 너무 변하면 죽을 때가 된 거라는데 너무 그러지 말라고 해도. 저도 그렇게 때리고 못살게 굴었는데 어제는 강원도 놀러갔다 왔다고 감자랑 생선을 사왔네요. 제가 좋아한다고 오징어 순대도요.
사람은 변하네요. 우리 모두 죽을때까지 변하는 것 같아요. 브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