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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세 아빠의 우주

... 조회수 : 3,297
작성일 : 2025-07-07 12:01:06

아빠의 우주에는 내가 없었어요. 

첫째딸인 언니는 엄청 예뻐하셨지만 둘째딸인 나는 아빠의 다정한 말 한마디 들어본 적이 없었어요.

아들 낳으려고 마지막으로 낳은 아이가 또 딸이었지만 막내는 또 어느정도 나이가 들은 아빠의 귀여움을 독차지 했었어요. 

어릴때를 기억해보면 집에서 늘 신문을 펴놓고 읽으시는 아빠가 기억나요. 

옆에서 뭐라고 말하려고 하면 "저리 가. 네 엄마한테 가서 말해" 하는 아빠였어요. 

가족끼리 외출을 해도 늘 한참 앞에서 일행이 없는 사람인 양 앞장서서 가는 아빠였어요. 

아빠의 등을 보며 아빠도 우리 옆에서 손잡고 가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만 했었어요. 

 

요 몇주 사이 급격히 쇠약해지셔서 병원에 입원하신 84세 아빠와 이제 헤어짐을 눈앞에 두고 있는것 같아요. 

밤새 간병하면서 실컷 아빠 손을 잡고 있어요. 

이제 목소리도 잘 안나오는 연약한 아빠가 저리 가라고 한번도 안하시고 간호사가 와서 옆에 있는 사람 누구예요? 하고 물어보는데 "귀여운 딸"하고 들릴락말락한 소리로 대답 하시네요.

아빠.. 어릴때 좀 귀여워해주시지 그러셨어요.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에 엄마가 애들 좀 교문앞까지 태워다주고 일나가요 해도 들은척도 안하시던 딸천재 아빠. 

평생 성실함으로 엄마에게 번 돈을 모두 주고 집 명의도 엄마 이름으로 해주신 가난한 아빠.

아빠가 이제 지구에서의 숙제를 끝내시려나봐요. 

부디 마지막까지 평안하게 이별하게되길 바랍니다. 

지금까지 큰 통증은 없으셨는데 부디 떠나실때까지 그러기를... 

 

 

IP : 39.115.xxx.236
1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같은
    '25.7.7 12:04 PM (220.85.xxx.165)

    상황이라 더 와닿네요. 원글님도 저도 아버님과 잘 이별할 수 엤기를 바랍니다. ㅜㅜ

  • 2. ㄱㄴㄷ
    '25.7.7 12:09 PM (73.253.xxx.48)

    먹먹한 글이네요. 저도 4개월 전에 아빠를 보내드렸어요. 아빠는 마지막 3년을 아무 것도 못하고 말도 못하고 누워만 계시다 가셨어요. 말을 알아들으시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모호한 상태로 살다 가셔서 아쉬움이 큽니다. 서로 상호작용이 될때 많은 추억을 쌓을 걸.. 무슨 말을 해도 저의 일방적인 뜻이라 아빠의 반응이 없어서 슬펐어요.
    원글님은 많이 얘기하시고 대답도 들으시고 옛날 좋았던 시절 얘기 많이 꺼내서 함께 감정도 공유하세요.
    마지막까지 이쁘고 착한 딸이시길요. 말 안해도 그러시겠지만.

  • 3. ...
    '25.7.7 12:13 PM (118.221.xxx.158)

    저도 원글님같은 둘째딸 포지션...평생 아빠를 남처럼 대했어요...마지막 가실때는 아빠 자존심이 너무 강하셔서 절대 아픈모습 안 보여주셨어요. 집에도 못오게 하시고...가시고 나니 후회가 되네요...좀 더 친해져볼걸....

  • 4. xx
    '25.7.7 12:40 PM (106.102.xxx.64)

    열손가락 깨물어 안아픈 손가락 없다는게
    우리 아버지 버릇처럼 하시던 말씀이었지만
    자라면서 알고 있었어요.
    더 아픈 손가락도 있고 덜 아픈 손가락도 있음을.
    6남매중 제가 다섯째. 언니 둘 있고 밑으로 막내 여동생인데 그 여동생을 그리 예뻐하셨어요.
    퇴근해 돌아오시면 끌어안고 쪽쪽.
    들쳐 업고 집 앞뒤를 뛰어 다니셨는데 저한텐
    한번도 머리조차 안쓰다듬어 주셨지요.
    그래도 늙으셔서는 티나게 편애하는건 없었어요.

  • 5. ㅜㅜㅜㅜㅜㅜ
    '25.7.7 12:43 PM (219.255.xxx.160)

    눈물 나요. 작년 6월 86세로 생을 마감하신 아버지 생각나요. 마지막 삼개월을 병상에 누워 근육 소실되고 말라만 가던 아버지….. 마지막 가시는 길은 평안하셨길…. 원글님 아버님도 큰 고통 없으시고 평안하시길.

  • 6.
    '25.7.7 12:45 PM (58.140.xxx.182)

    부모가 할수있는 제~~~~일 나쁜일이 편애.

  • 7. ...
    '25.7.7 12:46 PM (106.101.xxx.190)

    아버지도 그냥 한 인간이니 서운한 마음은 이제 보내시는게 어떨까요

  • 8. ..
    '25.7.7 2:30 PM (122.36.xxx.94)

    돌아가실때쯤 되면 서운함이 사라지고 그저 한 사람의 고단했던 인생이 보이겠죠?
    큰아빠 돌아가셨을때 아빠 모시고 발인까지 함께 했는데 장례식장 근거리 사는 딸자랑만 하더라고요. 회사끝나고 와서 자기밥차려줬다고.. 동생은 매일 술약속에 늦게 집에 오는 일이 대다수였고 어쩌다 한번 일찍 들어오면 아빠 저녁밥 챙긴게 다인데..내가 고사리손부터 더 많이 차려준거 같은데.한번 차별은 영원한 차별이구나 싶어서 아빠라는 사람은 죽어도 안슬프겠다 생각했어요. 그때쯤 되면 서운한 마음이 사라지면 좋겠네요. 나의 평안을 위해서.
    원글님도 평안하기를 바랄게요.

  • 9. 글만봐도
    '25.7.7 3:18 PM (182.226.xxx.161)

    원글님은 참 사랑스러운 사람인것 같아요.. 얼마남지 않은 지구에서의 아빠의 삶의 중심에는 원글님이 있기를...

  • 10. 아버님...
    '25.7.7 7:12 PM (121.178.xxx.58)

    회복하셔서 시간을 더 같이 보낼 수 있다면 좋겠고
    그럴 시간이 안 남았다면 아버님의 남은 시간에 고통은 없기를..
    마지막 얼마간 한껏 잡아본 아버지 손의 온기로
    원글님도 남은 생애동안 따뜻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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