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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대학생 아들이 본 우리 부부의 대화..

ㅇㅇ 조회수 : 4,969
작성일 : 2025-07-04 07:30:39

제가 중3 겨울방학 때(1984년) 클랙식 기타를 배웠어요

신촌에 있는 낡은 건물 옥상에 건물보다 더 허름하게 생긴, 가정집이자 공방인 곳이 있었어요

클래식 기타를 가르쳐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거주하시는 곳이었죠.

할아버지는 그곳에서 기타를 만들기도 했고 가르치기도

했어요. 대학생, 직장인들이 간간히 배우러 왔어요.

 

그날의 레슨 내용을 한 쪽에서 연습하고 있으면

두 분이 얘기 나누는 걸 들을 수 있었는데

너무도 웃긴 게 두 분은 각자 얘기를 해요.

할아버지 A1를 얘기.

할머니 잠시 침묵. B1을 이야기

할아버지 짧은 침묵. A1에 이어서 A2를 이야기.

할머니 침묵 없이 B2 이야기

할아버지 침묵없이 A3 이야기.

(상대방 이야기를 안 듣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집에 가서 이 얘기를 했어요.

우리 기타 선생님 부부는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해..

어쩌고 저쩌고 종알종알..

당시 대학생이었던 오빠는

 와 그거 되게 신박(요즘 말로)하다. 

동시에 두 얘기를 하는 거잖아. 시간도 절약되고 좋은데!!

 

그런데

우리 아들이 얼마 전에 엄마랑 아빠는

서로 자기 얘기만 한다는 거예요.

엄마는 엄마 얘기만 하고

아빠는 아빠 얘기만 하고 있다고..

뭔가 지적의 느낌을 담아서요.

좀 부끄럽더군요.

애 앞에서는 경청하는 척이라도 해야겠어요.

 

 

 

IP : 125.130.xxx.146
1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ㅅㅅ
    '25.7.4 7:32 AM (218.234.xxx.212)

    글 정말 잘 쓰심^^

  • 2. 서로
    '25.7.4 7:44 AM (182.211.xxx.204)

    하는 얘기에 흥미가 없거나 궁금한게 없을 뿐
    듣고는 있고 각자 자기 하고싶은 이야기를 하면서
    대화하는 중인거죠. ㅋㅋ
    제3자가 보기엔 서로 자기 이야기만 하는 걸로
    보이는거구요.

  • 3. ㅇㅇ
    '25.7.4 7:48 AM (125.130.xxx.146)

    연합고사 끝나고 방학 전부터 클래식 기타를 배우기 시작해서
    고등 입학 전까지 4개월을 배웠는데
    계이름, 로망스뿐이 못쳤어요.
    지금은 그마저도 잊었구요.
    제가 얼마나 음악에 소질이 없는지 알게 된 에피소드 중
    하나입니다.

    음악에 소질이 너무도 없는 저는 음악시간이 정말 싫었어요.
    음치였던 제가 그래도 열심히 해보자 하는 마음으로
    입만 벌리지 않고 진짜로 노래를 부르면 앞자리 아이가
    꼭 뒤를 돌아봐요. 아 소리내 부르면 안되는구나..ㅠ

    이런 저도 살면서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가 있어서
    저도 모르게 노래를 부를 때가 있어요.
    남편은 제 노래에 너무도 즐거워해요. 개그보다 더 재밌대요.

  • 4. ..
    '25.7.4 7:50 AM (1.235.xxx.154)

    사실 대화라고보기 어렵지않나요
    가끔 남의 말 안듣는 사람들이 있다고 느껴져요
    말하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나싶을정도로
    저는 너무집중했나 말했던 사람이 놀랄만큼 기억을 잘하구요

  • 5. ㅇㅇ
    '25.7.4 7:56 AM (125.130.xxx.146)

    그죠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넘 편하다보니 예의를 건너뛰게 되네요
    조심해야겠어요

  • 6. ㅌㅂㄹ
    '25.7.4 7:57 AM (121.136.xxx.229)

    굉장히 재미있네요
    집단적 독백

  • 7. ..
    '25.7.4 8:12 AM (211.208.xxx.199)

    나이든 분 대화 잘 들어보세요.
    거의 그렇게 자기 얘기만 하고 있어요. ㅎㅎ
    시이모가 다섯인데 모이면 시어머니까지
    여섯가지 에피소드를 늘어놔요.
    듣고있던 조카 며느리들은 일일이 대꾸해야해서
    듣다가 다 도망나옴. ㅋㅋ

  • 8. ㅇㅇ
    '25.7.4 8:16 AM (125.130.xxx.146)

    50대인데 벌써 본인 얘기만 한다고
    아들한테 들으니 솔직히 충격이었어요.
    정신 꽉 붙들어야겠어요

  • 9. 짜짜로닝
    '25.7.4 8:41 AM (182.218.xxx.142)

    그래도 같은 자리에서 서로에게 말을 하긴 한다는 거잖아요
    금슬 좋은 거죠 ㅋㅋㅋㅋ

  • 10. 딴소리
    '25.7.4 9:19 AM (210.223.xxx.132)

    30대 였을 때요 너댓명 친구들이 잘 모여서 애들ㄷ도 같이 놀았어요. 똑똑한 친구아들이 어느날 아줌마들은 다 다른얘기하는데 또 다들 알아듣는다고 정확히 얘기해서 우리친구들 다 웃었어요. 그 때는 정말 동시다발 얘기도 다 알아들었어요. 지금은 1대일 톡하면서 드라마 봐도 흐름을 놓쳐요.

  • 11. 서로
    '25.7.4 10:01 AM (211.206.xxx.191)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괜찮네요.
    원글님 오빠 말대로 긍정의 느낌입니다.
    왜냐 하면 오랜 세월 함께 한 사람들만 가능한 대화법 같아요.
    이모들 얘기도 그렇고.
    상대방 얘기 들어 주고
    나도 하고 싶은 이야기 하고.ㅎㅎ

  • 12. 동시 스피커
    '25.7.4 11:03 AM (116.41.xxx.141)

    ㅎㅎ
    우째 나이드니 남의일이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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