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다달이 꽃놀이

... 조회수 : 533
작성일 : 2025-06-30 13:36:21

꽃 좋아지면 늙은 거라는데, 이젠 저항하지 않고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넵, 저 늙고 있는 거 맞나 봅니다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이라 꽃놀이고 단풍놀이고 유명한 곳은 다 한수 접고 살았더니, 뭐 가본 곳도 해본 것도 없이 세월만 지나가길래 사람이 많아도 다녀야겠다 작정한지 몇년 됐습니다

 

저 멀리 유명한 유명한 벚꽃 명소, 단풍 명소 다니기는 하지만 사실 정말로 큰맘 먹고 힘 빡 주고 작정해야 하는 일이라, 생각보다 힘들더라구요

그런데 요즘 지방자치단체에서 자기 동네마다 좋은 곳을 많이 만들어서 소소하게 다닐 맛이 나더라구요

다행히 가까이에 꽃놀이 쿵짝이 맞는 친구가 살아서 올 봄부터 둘이서 다달이 꽃놀이 다닙니다

 

벚꽃 철에 주말마다 내리는 비에 첫 꽃놀이 망치고 나서 기어이 철쭉철에 불암산 철쭉동산에 갔었습니다

이 친구랑 강화도 고려산 진달래 축제도 같이 다녀왔지만, 새벽부터 극성을 떨고 그렇게까지 멀리 가지 않아도 슬렁슬렁 가까운 곳에서 비교적 작은 규모라도 꽃보는 거 좋다구 둘이 박수를 짝짝짝...

슬렁슬렁 철쭉보고 불암산 둘레길 잠깐 걷고 근처에 유명하다는 돈까스집 가서 돈까스 사먹고 당현천 산책로 걷다가 근처 공원가서 노닥노닥...

 

그 다음에는 중랑구 장미축제에 갔었습니다

이때도 주말에 폭우가 내려 송가인이 온다던 행사도 다 취소되고 난리였는데, 우리가 간 날은 흐리긴 했어도 비교적 산책하기 좋은 날이었습니다

중랑천변 자투리땅에 생각보다 규모가 제법 큰 장미공원과 산책로를 만들어 놓아서 꽤 긴 시간 즐거운 산책을 했었습니다

애들 데리고 에버랜드 장미축제, 튤립축제 기를 쓰고 힘들게 다니던 과거를 떠올리며, 그렇게 멀게 힘들게 안 다녀도 제법 다닐만해서 좋더라구요

근처 유명한 콩국수 집에서 점심 먹고 경춘선 숲길 좀 걷다가 서울 과기대도 한바퀴 돌고 연못가에서 노닥노닥...

 

지난 주에는 월계동 초안산 수국 동산에 갔었습니다

아주 크지는 않지만, 그래도 제법 산책로도, 작지만 주차장도 조성도 잘 해놓고 수국 조경도 잘 해놓아서 산책도 사진도 아주 만족스러웠습니다.

수국이 그렇게 종류가 많은지도 처음 알았네요

수국이 토양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할만큼 토양의 산성도에 따라 꽃 색이 달라진다고 알고 있었는데, 새로 개량해서 만든 수국 종류는 꽃 모양도 크기도 피는 시기도 색상도 가지가지인 모양이더군요

너른 공원에 개화시기와 꽃 색을 잘 섞어서 심어 놓아서 이미 활짝 핀 꽃도 있고 이제 피기 시작해서 봉우리와 활짝 핀 꽃이 섞인 것도 있고, 아직 필 생각도 없는, 7-8월이나 되어야 피는 종류도 있어서 한여름에 또 한번 와볼만 하겠다 싶더라구요

예전에는 절에나 가야 수국을 볼 수 있었는데, 일부러 적극적으로 조경에 쓰는 곳들이 많아졌는데, 지자체에서 자투리땅이나 산기슭에 이런 특화공원을 만들어 사람들 찾게 하는 거 좋더라구요

초안산이 낮은 산이라 수국 동산 뒤로 정상까지 가는 등산로, 둘레길 다 연결되서 숲길 산책도 가능하고요

그러나 우리는 근처 맛있다는 막국수집에서 막국수랑 들깨수제비 먹고 북서울 꿈의 숲 둘레길 한바퀴 산책하고 공원 안 카페에서 노닥노닥...

그 카페 창가자리에서 보이는 공원 풍경이 비현실적으로 그림같아서 노닥거리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르게 좋았다는...

 

여름이라 이젠 꽃놀이는 끝났나 했더니 연꽃이 이제 피기 시작하나보더군요 하하하

다음 달 약속에는 연꽃 보러 갈까 합니다

이젠 경춘선 전철 덕분에 양수리까지도 전철타고 갈 수 있다는게 얼마나 좋은지...

전철 없을 때 양수리는 지옥같은 교통 체증 때문에 엄두도 못 내던 곳이었는데, 전철타고 가볍게 다녀올랍니다

연꽃은 저녁 어스름 무렵에 봐도 좋다니, 땡볕의 더위를 피해서 이번에는 오후 늦게 가볼라구요

 

우리 나잇대에는 폰 사진첩에 꽃사진만 잔뜩이고 프로필 사진이 다 꽃이라고 꽃사진이 나이 인증하는 거란 거, 저도 압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 꽃사진은 꽁꽁 숨겨두고 제가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 사진으로 도배를 해서 늙은 티 안낼라고 꼼수를 쓰고 있습니다 ㅎㅎㅎ

 

멀리 안가도 꽃놀이 하는 거 좋더라구요.

여의도 벚꽃이 암만 유명해도 다들 사는 동네 근처에 여의도 안 부러운 벚꽃 명소 있잖아요

요즘은 벚꽃 명소 말고도 꽃구경할만한 곳이 점점 많아져서 참 좋네요

가을되면 또 나만 아는 단풍 코스를 찾아내고 말겠어요

내장산까지 가지 않아도 충분히 만족스러울 그런 곳...

한군데 찜해둔 곳이 있긴 하지만, 거기도 이미 알음알음 아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새 코스를 발굴할 필요가 있거든요.

 

여러분들도 너무 먼 곳에서 꽃밭 찾지 마시고 가까운 꽃밭에서 즐거움을 느껴보시길...

 

IP : 58.145.xxx.130
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야옹냐옹
    '25.7.5 9:50 PM (58.29.xxx.131)

    단풍 코스 찾아내시면 귀띔 좀 부탁드립니다.

    이 좋은 글에 돼 댓글이 하나도 없는지 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734407 저 같은 경우는 1 2025/07/08 456
1734406 윤석열 588조 물 쓰듯이 낭비 19 ... 2025/07/08 4,123
1734405 김수현 사건 화나네요 17 .. 2025/07/08 6,160
1734404 일본과 스페인 중 어느 나라가 더 선진국인가요? 8 ..... 2025/07/08 1,497
1734403 제주땅은 언제부터 중국인들이 많이 사게 된건가요? 7 ... 2025/07/08 828
1734402 역시 만나면 힘들다 시전하는 우리엄마 2 ㅠㅠ 2025/07/08 1,632
1734401 줄 서도 소용없다는 미국 비자 "SNS 공개 돌리고 음.. 7 .... 2025/07/08 2,699
1734400 시스템 에어컨은 어떻게 사용해야 하나요? 8 .. 2025/07/08 1,661
1734399 습기 잘차는 집은 창문열어놓고 나가야겠죠? 1 ........ 2025/07/08 1,166
1734398 피신하세요, 도서관으로 7 코발트 2025/07/08 4,165
1734397 우롱차 좋아하시는분 1 11 2025/07/08 1,005
1734396 양가 통털어 의사 법조인 한명 없는집 있으세요? 22 ... 2025/07/08 4,844
1734395 우와 서울 지금 38도네요 12 2025/07/08 3,081
1734394 판새가족과 쥴리 어머니의 관계.jpg/펌 2 역시나 2025/07/08 2,795
1734393 윤 옥에 in하면요 4 2025/07/08 1,326
1734392 외국인 부동산 규제 발의에 펨코 반응 7 애잔하네 2025/07/08 1,392
1734391 강아지 엉덩이쪽에 원형탈모가 생겼어요 3 강아지 2025/07/08 557
1734390 요즘은 결혼식에 세 커플이 입장하는 경우도 있네요 14 @@ 2025/07/08 3,902
1734389 급)건조기 앞베란다나 옷방 등 실내에 설치하신분 조언 부탁드립니.. 6 ... 2025/07/08 912
1734388 중국 상해여행 이 패키지 상품 어떤가요? 8 상해여행 2025/07/08 1,123
1734387 오이반찬 맛있을거 같아서 공유해드려요 9 ..... 2025/07/08 3,422
1734386 제가 진짜 똑똑하다 봤던 친구 재테크 케이스가요 25 ㅇㅇ 2025/07/08 17,444
1734385 완전한 내란종식을 위해 특별법 발의 3 플랜 2025/07/08 784
1734384 기후위기에 실천할수있는게 뭐가 있을까요 12 ㅗㄹㄹ 2025/07/08 1,031
1734383 숙대 "김건희 교원자격증 취소 공문 발송" 4 ... 2025/07/08 1,98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