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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 소개된 칼럼 귀한 아들 증후근

측면승부 조회수 : 3,307
작성일 : 2025-06-13 18:40:38

https://www.khan.co.kr/article/202506102100015

 

병원은 대학 캠퍼스와 붙어 있고, 마침 축제 기간이었다. 건널목에 함께 서 있던 20대 남성의 말이 들렸다. “축제에 재학생만 갈 수 있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봐. 지역 주민들도 마음대로 즐길 수 있어야지.”

“자기들 행사니 당사자들이 결정하는 게 맞지 않니?” 옆에 있던 어머니가 대꾸했지만, 그는 바로 제 주장을 펼쳤다. 그 주장의 논리보다 내 귀에 박힌 건 반론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단호하고 명료한 의지를 담은 남성의 태도였다. 응답하는 어머니 말투에는 우리 아들이 이렇게 참신한 생각을 했다는 기특한 마음이 커 보였다. 슬쩍 돌아보니 아들 손을 잡은 스킨십과 눈빛에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들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최근 진료실에서 자주 보는 관계였기 때문이다. 먼저, 어머니와 아들 사이가 무척 친밀하다. 멀끔한 인상의 남자는 말을 잘 하지 않고, 같이 온 어머니가 과거를 설명한다. 보통 5~6년을 거슬러서 “우리 아들이 ○학년 때까지는 참 잘했어요. 특목고도 생각했죠”라고 말하는 영광의 시절이 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내리막을 타서 공부나 사회활동에서 손을 놓았다. 열심히 학교나 직장은 다니지만 어디든 만족을 못한다. 이건 우울증 때문이라고 자가 진단을 하고 정신건강의학과까지 오게 된다.

본인과 면담을 하다 두 번째 특성을 만난다. 대체로 수동적이면서 저항의 선이 분명하다. “어서 나를 고쳐보시죠”라는 태도로 앉아 있다가 고치면 좋았을 부분을 지적하면 바로 반박한다. “그건 아닌데요. 선생님 생각이 틀렸어요. 제가 한 말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이어 얇지만 단단한 자기애의 갑옷으로 자신을 보호하며 주변을 원망한다. 가족들의 지원이 모자란 것, 부모가 이해해주지 못하는 것, 운이 없던 것, 학교나 친구들도 수준에 맞지 않는 것 등을 아주 세세하게 기억하고 있다. 뭔가 문제가 있고 삶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자기 문제는 없고 오직 피해자라 여긴다. 무엇보다, 억울한 것이 참 많다.

자기애적 논리로 무장해 감정을 섞어 온 힘을 당해 방어를 한다. 자신의 잘못일 수 있고, 노력이 부족했을 가능성은 단호하게 부정한다. 끼어들 여지가 없으니 치료는 교착 상태로 이어진다. 애써 실천해볼 만한 것을 권하나 생활의 변화는 없다. 우울증이라 오고 있지만, 실은 기대만큼 이루지 못해 생긴 우울한 심리 상태라 치료 약물의 반응도 적다.

여기에 ‘아버지의 무관심’도 한몫한다. 아이는 자라는 과정에서 권위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 고개 숙이고, 이해되지 않아도 따르는 경험이다. 언제부터인가 부모 모두 친구 같은 사이가 되기를 선택했고 사랑을 담은 정서만 과잉공급됐다. 결국 자아는 비대해지고, 스트레스 감내력은 허약해진 비대칭 발달이 일어났다. 결국 ‘나는 대단한 사람이어야 해’라는 환상을 안은 채 성인이 됐고, 어떤 성취에도 현실의 나는 ‘여기에 있을 사람’이 아니라는 마음이 존재하니 내면엔 분노가 있다.

그 환상을 본인도, 부모도 깨고 싶지 않다. 엄마는 간절히 아이의 독립을 바란다고 하지만 막상 갈림길이 오면 보호를 선택한다. 해결책은 현재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하는데 뼈 때리는 아픔이 오니 강한 반발만 온다.

세상을 자기중심적으로 해석하고, 내가 틀릴 수 있다는 걸 부인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며 허세 같아 보이는 희망을 말하나 근거는 빈약하고 실천은 없다. 힘들다고 말하지만 진심이 느껴지지 않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기를 원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개인적 경험이지만 이런 현상은 같은 20대지만 여성보다 남성에서 두드러지고, 어머니와의 친밀한 관계를 보면 확신이 선다. 그래서 나는 ‘귀한 아들 증후군’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동질감이 느껴지는 이를 보면 호감이 가기 마련이다. 이번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37.2%가 이준석 후보를 지지했다.

IP : 119.69.xxx.20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무릎을 치는 탁견.
    '25.6.13 7:00 PM (218.152.xxx.161)

    아이는 자라는 과정에서 권위를 경험할 필요가 있다. 고개 숙이고, 이해되지 않아도 따르는 경험이다. 언제부터인가 부모 모두 친구 같은 사이가 되기를 선택했고 사랑을 담은 정서만 과잉공급됐다. 결국 자아는 비대해지고, 스트레스 감내력은 허약해진 비대칭 발달이 일어났다. 22



    어디서나 만나는 자아비대증 환자들.

    너무 피곤해요.
    누군 뭐 지만 못한 줄 아나.

  • 2. .....
    '25.6.13 7:02 PM (220.118.xxx.37)

    아들에게만 있지 않아요.
    갈라치기 넘치는 [비전문적인 전문가]의 글

  • 3. ㅇㅇㅇ
    '25.6.13 7:07 PM (220.70.xxx.74) - 삭제된댓글

    글 어디에도 아들에게만 있다는 문구는 없는데요
    보다 두드러진다고 써있지...

  • 4. ..
    '25.6.13 7:09 PM (211.36.xxx.159)

    분석잘했네요
    가정뿐만이니라 한국사회도 마찬가지죠
    그런데도 자기연민이 제일심한 아드리들이죠

  • 5. ..
    '25.6.13 7:11 PM (172.225.xxx.237)

    예리하고 정확하네요

  • 6. ...
    '25.6.13 7:11 PM (1.241.xxx.220)

    요즘 자녀들은 다 귀하죠.
    자신과 다른 성의 자녀들에게 특히 애틋한 그런게 있는듯요.
    귀한 아들 증후군이 꼭 남자에게만 나오는게 아니죠. 자칭인지 뭔지 페미라고 우기는 그녀들도 비슷하게 자랐을듯.

  • 7. ㅇㅇ
    '25.6.13 7:20 PM (211.235.xxx.66)

    남혐하는 종자들 입맛에 딱 맞게 썼네요
    바꿔 딸바보증후군 쓰면 발작할글을

  • 8. ...
    '25.6.13 7:43 PM (14.45.xxx.213)

    저 의사가 딸바보아빠같음

  • 9. ..
    '25.6.13 8:43 PM (39.118.xxx.220)

    자기 환자를 저런 식으로 규정지으며 글감으로 삼는 의사는 좀 꺼려지네요.

  • 10. ...
    '25.6.13 9:21 PM (180.68.xxx.204)

    딸이든 아들이든 비슷할거같아요
    아들이 더 많이 보여서 그럴수도있구요

  • 11. ..
    '25.6.13 10:06 PM (121.134.xxx.22)

    공감가는 얘기예요

  • 12. 현실을 인정
    '25.6.13 11:17 PM (211.208.xxx.87)

    못하는 건

    자기 얘기라서겠죠 ㅋ

    한심해요...

  • 13. 참나
    '25.6.14 7:44 AM (115.88.xxx.186)

    딸들도 기가 차는 애들 많아요
    고민 많지 않은 청춘이 있나요?
    저 나이때 이상은 높고 허세도 있고 그런 거죠
    딸은 엄마랑 친해도 되고 아들은 친하면 안되나요?
    우울증이라고 찾아간 병원 의사가 환자를 저 따위 시선으로 보면 과연 치료가 될까요?
    환자들이 불쌍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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