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김오매 - 라는 분 글입니다.
장제원 사건에 여성단체 입장 뭐냐 닥달하는 글을 봤습니다. 여성단체 잡는 게 중요하기 보다, 장제원 사건 피해자가 정당하게 피해 인정받고 회복되고 장제원 처벌하는 게 중요합니다. 관심을 이어가주세요.
장제원이 고소된 죄명은 ‘준강간치상’으로 기사에 나옵니다. 준강간은 형법 299조에 있습니다. 구성요건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의 상태를 이용하여’입니다. 술자리 후 숙박업소에서 성폭력을 겪는 피해자는 부지기수이고, 강간상담 약 30%가 술/약물의심 상황입니다. 그런데 법은 피해자 심신이 완전히 상실되었나, 항거가 완전히 불능했나를 보는 요건입니다. 피해자가 기억이 전혀 없으면, 신고 엄두도 못내고, 괴로워 신고를 하고 난 후에는 가해자(거짓)진술, 정황조작에 수사가 좌우되기도 합니다. 피해자가 기억이 조각 조각이나마 있으면? 심신상실 항거불능이 인정 안됩니다.
술/약물의심과 관련된 준강간은 피-가해자 관계 중 아는 관계, 즉 직장상사, 동료, 이웃일 때 더 높아지는 것으로 집계됩니다. 폭행 협박 대신에 술/술자리/약물을 이용하는 걸까요. 그런데 술/술자리/약물의심 상태 사건을 두고 수사기관은 응, 숙박업소? 하며 여성을 이상하게 보고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가해자가 가져오는 날조된 숙박업소/술가게 직원 확인서 같은 것을 참고 삼습니다. 피해자는 자기 몸이 얼마나 고꾸라졌는지, 몇 명이 자기를 실어왔는지 CCTV가 있어도 확인도 못합니다. (수사기관이 안 알려주고 안 보여줍니다) 몸을 완전히 접은 채 남성 4명에게 질질 끌려 차에 태워졌던 ‘가장 보통의 준강간’ 사건도 피해자가 자신이 그런 모습이었음을 2심 때에야 알게 됐습니다. 6년 넘은 재판 후 무죄로 끝났습니다. 약물상황으로 보인다는 전문가 소견까지 어렵게 받은 또 다른 사건도 연이은 불기소로 재정신청 중에 서명을 받고 있습니다.
너무나 흔한 성폭력 사건유형에 대해, 너무나 무능력하고 부당하고 모순되기 짝이 없습니다.
2023년, 일본은 형법을 개정했습니다. 한국이 그대로 따라서 1953년 만들어서 똑같이 생겼던 형법 말입니다. 준강간 조항을 삭제했습니다. 그리고 강간죄에 통합했습니다. 그것이 바로 부동의성교죄입니다. 한국에서는 ‘비동의강간죄’로 불리는 것이죠.
일본 부동의성교죄는 동의 의사를 형성, 표명, 완수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거나 그런 상태에 있음에 편승하여 성교를 한 경우를 처벌합니다. 구체적인 8개 상황을 나열했고, 알코올, 약물, 수면, 의식 불명확, 심신의 장해 등은 그 중 하나로 체계가 마련됐습니다.
일본 형법 제177조(부동의성교 등)
① 전조 제1항 각 호의 행위 또는 사유 및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 또는 사유로 동의하지 않는 의사를 형성, 표명 또는 완수하기 곤란한 상태가 되게 하거나 그 상태에 있는 것에 편승하여 성교, 항문성교, 구강성교, 질 또는 항문에 신체의 일부(음경 제외)나 물건을 삽입하는 행위로서 음란한 것(이하 이 조 및 제179조 제2항에 있어서 “성교 등”이라 한다)을 한 자는 혼인관계의 유무에 관계없이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1. 폭행 또는 협박을 이용하는 것 또는 이를 당한 것
2. 심신의 장해를 일으키는 것 또는 그것이 있는 것
3. 알코올 또는 약물을 섭취하게 하는 것 또는 그 영향이 있는 것
4. 수면 기타 의식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로 만드는 것 또는 그 상태에 있는 것
5. 동의하지 않는 의사를 형성, 표명 또는 완수할 틈이 없는 것
6. 예상과 다른 사태에 직면하게 하여 외포시키거나 경악시키는 것 또는 그 사태에 직면하여 공포하거나 경악하고 있는 것
7. 학대에 기인하는 심리적 반응을 일으키는 것 또는 그것이 있는 것
8. 경제적 또는 사회적 관계상의 지위에 따른 영향력으로 인하여 받게 될 불이익을 우려하게 하는 것 또는 그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항거불능과 심신상실을 별도로 요구하는 한국의 준강간 조항은, 동의없는 성폭력 조항의 일부 내용으로 포함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피해자가 내가 얼마나 심신상실인지, 얼마나 항거불능인지 하나하나 쪼개서 불송치, 불기소, 무죄가 나는 사태를 달리하게 되죠. (법이 이렇게 생긴 줄을 아는 피해자도 거의 없습니다) 내가 조금이라도 기억나는 게 잘못인가? 조금이라도 기억 안나는 게 잘못인가? 자책하며 시간을 수년 보내지 않고 신고하고 용기를 내고 일상으로 돌아가려면요.
동의없는 성폭력은 다른 게 아닙니다. 일본 형법에서 나열한 8개의 상황을 읽어봅시다. 그런데 이 법은 한국에서는 완전 불통 상태에 막혀 있습니다. 정치권은 귀를 막고 있습니다. 왜 일까요? 저도 모르겠고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여성단체가 어떻게 하나 매의 눈으로 잡을 시간에 피해자를 지지하고 응원 같이 하고 싶습니다. 더 필요한 것은 성폭력 제대로 신고, 수사, 판단, 처벌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강간죄 개정, 동의여부로 변경에 함께 해주세요. 마침 어제 3월 5일 정혜경 국회의원이 강간죄개정 발의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오늘 3월 6일 동의없는 성폭력 세부 유형 분석 통계보고서를 냈습니다. 2월에 경향신문에서 연속 특집 보도도 했습니다. 읽어봐주세요.
장제원 사건은 구체적으로 어떤 자료와 정황인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다뤄질 것입니다. 직접 피해자와 자료를 만나지 않은 사건은 코멘트하거나 이야기하는데 신중해야 합니다. 성폭력 상담소가 어떤 사건에 대해서 말할 때와 안할 때가 있는데 주로는 이와 관련한 것입니다.
반대로 말해, 성폭력상담소가 외부에 공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거나 자세히 의견을 피력하는 사건은 피해자와의 상세한 면담과 자료의 확인, 법률적인 검토가 전제된다는 뜻입니다.
피해자와 조력자에게 응원과 지지를 보냅니다. 장제원의 관할지로 사건이 옮겨가게 될 수 있는데, 해당 지역에서의 가해자 자원, 위력-카르텔이 피해자에게 압박이 되지 않아야 합니다. 그러려면 더욱 함께 마음 모으고, 지켜보고 연대합시다.
정치인의 위력은 정말이지, 피해자에게 너무나 큰 압박입니다. 자기 지역과 여의도와 언론을 자원삼고 있는 정치인들요. 특정 사건 뿐 아니라, 성폭력 문제에 깊이, 힘껏 알고, 대응, 같이,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