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예요.
대학원 동기 4명이 모인 단톡방인데, 최근에 한 친구가 단톡방에서 아무 말없이 나갔더라고요. 뒤늦게 알았어요.
졸업한 지 한참 됐지만 서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지라 자주는 못 보고 주로 단톡방으로 소식 전해요.
넷 다 결혼은 했는데 저 포함 셋은 아이없이 살고 젤 나이 어린 이 친구만 애가 둘 있어요.
넷이 정치성향이 비슷해서 시국이 이럴 때 단톡방에서 종종 서로 답답함을 토로하곤 했거든요.
근데 여러 명 어울리는 곳에서도 유독 친한 사이가 있고 좀 마음이 덜 가는 사람이 있기 마련인데, 저는 이 친구가 너무 예민한 편이라 늘 조심스럽고 썩 편하지가 않아요.
대학원 마치고 일 년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하고 온 후로는 맨날 우리나라 너무 싫다고, 호주 가서 살고 싶다고 노래를 불러대길래 제가 갈 수 있으면 가라고, 너 간호사 공부도 했으니 호주 간호사 자격증 따면 나가서 사는 데 별 지장도 없고 좋잖냐고 말했거든요.
12.3 계엄 후에 처음 탄핵안 부결됐을 때 단톡방에 모여 내란범과 그 동조세력들 욕하던 중에, 그 친구가 또 그러더라고요. 자기는 정말 이 나라가 너무 싫다고. 오죽했으면 자기 큰 아들이 엄마는 우리나라가 정말 그렇게 싫어? 라고 심각하게 묻더라고..
솔직히 제가 듣기 싫어서 한마디 했어요.
"이 나라가 싫은 건 아니지, 이 정부가 싫은 거지. 그건 분명히 해야..." (제 정확한 워딩입니다) 그랬더니,
"나는 정부를 넘어 나라가 싫은 듯.. 이러고선 또 다 국민의 힘 찍어줄 사람들. 답도 없고.." 하더니만 뒤늦게
"언니.. ㅋㅋ T같은 발언 ㅠㅠㅠ"
이러고 톡을 썼더라고요.
제가 이 친구와 20년간의 경험으로 미뤄보건대, 얘 이거 또 상처받았다는 뜻이구나, 딱 감이 오더라고요. ㅎ 그래서 안 그래도 속상한 애한테 내가 좀 너무 뭉툭했나, 은근 맘이 쓰이길래 마음을 풀어주려고 한참을 주절주절 얘기를 했어요.
근데 아무 말도, 아무 반응도 없더라고요. 그냥 읽씹.
걍 그런가보다 했는데, 며칠 지나 그 단톡방의 다른 친구가, "언니, **이 단톡방 나갔어???" 그러길래 확인해보니 그룹채팅 인원이 셋 뿐인 거예요 ㅎㅎㅎ
단톡방을 말없이 나간 건 이번이 처음인데, 제가 그 정도로 잘못한 건가요?? 다른 두 친구도 아니 이게 그럴 일이냐며 황당해하는데, 누구보다 당황스러운 건 저예요.
말없이 단톡방을 나간다는 건 그러니까 인연을 끊자는 말인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