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끝나고 3월 첫 출근날 눈을 보니 옛날 생각이 나네요.
맞벌이 주말부부로 남편도 없이 시댁 가까이 살면서 큰 아이 낳아 돌까지 동냥 육아 했어요.
그러다 돌 조금 지나 구립 어린이집을 신청해 보냈네요. 시설도 낡고 좁은 이 어린이집을 선택한 이유는 딱 하나 이른 제 출근 시간 맞춰 아이를 받아주시고 제가 도시락 준비해 보내면 다른 아이들 등원전 먹게 해주신다는 방침 때문이었어요.
드디어 3월 등원 첫날
아이 낮잠 이불이랑 기타 준비물이 있더라고요.
아이는 쿨쿨 자고 있고요.
아침에 아이 손 잡고 재잘재잘 이야기하며 어린이집 앞에서 빠이빠이 손 흔들 상상을 했는데 아이는 전혀 일어날 생각이 없었어요.
마침 창밖에는 눈이 펑펑 쏟아지고 있었구요.
요즘 습설습설 하시는데 그날도 주먹만한 눈송이가 소담지고도 무겁게 내렸어요.
아이를 깨우다 어쩔수 없이 업었어요.
제가 평소에 아이를 거의 안업어서 업는 장비가 포대기 밖에 없어 포대기로 없었네요.
저는 정장에 힐을 신고 가방들고
아이를 포대기에 업고 어린이집 가방이랑 낮잠 이불 보따리를 들고
눈이 너무 와서 우산도 가장 큰 우산을 들고 어린이집으로 갔어요.
어린이집이 저희 집부터 걸어서15분~20분 거리인데요 그날은 느낌상 1시간은 걸은것 같아요.
구두는 눈에 푹푹 빠지고
조그만 아기 이불보따리가 왜 이렇게 크고 무거운지
바람까지 불어 눈보라가 날리는데 등에 아이 젖을까봐 우산 아이한테 바싹 받쳐들고
양 손에 가방 두개 이불 우산들고 가는데
집에서 나서자마자 포대기가 줄줄 흘러내리는데 아이 받칠 손이 없는거에요.
어찌어찌 기다시피 해서 어린이집에 아이 넣고 나니 출근용 정장은 다 젖고 구겨지고 머리 얼굴도 다 젖은데다 추위와 땀이 범벅이 된 얼굴은 벌겋게 부었어요.
나중에 생각해보니 그렇게 눈이 오는데
이불은 다음에 갖다드리고
아이도 유모차에 커버 씌워 데리고 가면 서로 좋았을걸 제가 그 미련을 떨었어요.
겨울이면 난방도 안된 어린이집에 1등으로 문열고 등원하던 큰아이가 오늘 대학원 첫 수업 들으러 갔습니다.
기억이라는게 참 신기한게 그날 자는채로 차가운 어린이집 마루에 눕히고 나오던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너무 생생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