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평소 좋으신 부모님들이 노후에도 깔끔하신듯.

참. 조회수 : 2,499
작성일 : 2025-02-23 10:56:54

옆에 예단 문제 이야기가 나와서;;

 

저는 깡시골 출신의 80년 생인데, 결혼할 때 말그대도 상향결혼이었죠.

전 홀어머니의 깡시골에 동생들이 줄줄줄 장녀.

그나마 공부잘해서 서울 대기업에 취업한.. 월세 천에 십만원짜리 방에서 출퇴근했던;;

동생들 네명 모두 뒷바라지 하면서 만난,, 같은 회사 동기 남편.

근데 희안하게 자존감이 높았는지 남편에게 늘 당당했던 것 같아요..

시대가 그래서 그랬는지..

 

결혼과정에서 남편이 많이 마음고생했고 헤어지자하니,,

어머님이 회사로 찾아오셔서 호구조사 하시고(전 서울 엄마들은 모두 여친을 만나보는 줄 알았어요. 서울와서 연애 많이 해봤는데 다 만나자고 하셔셔) 어찌어찌 결혼하면서,,

예단으로 2천 수표로 준비해서 드렸는데 (엄마가 도움을 주실 수 없는 상황이었고 현금으로 준비해야 하는걸 몰랐어요. 수표가 그냥 좋은건줄 알고;; 인터넷에서 검색해서) 

 

수표라서 반을 돌려줄수가 없다고,

혼자 몸으로 서울올라와서 이렇게나 고생해서 모은돈을 내가 예단비로 받아가서 뭐하겠냐고;

하셨던.....

(물론 뒤에 억울하셨는지 샤넬백을 요구하셔서,, 기분좋게 사드리긴했어요..)

뭐 결혼시켜보니 생각보다 제가 더 맘에 안들었는지 시집살이도 많이 시키시긴 하셨는데,

돌이켜보면 그나마 상식적으로 행동하시려고 많이 애쓰셨구나 싶어요.

사실 마음은 그렇게 크지 못하신 분인데 그렇게 하시려고 얼마나 애쓰셨을까 싶은거죠.

그게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아니었으면 못하셨을 것이라는걸 이 나이에 알게되네요.

노후에도 아들이 혹여나 힘들까봐, 정말 철저하게 본인 혼자서 생활하세요.

병원도 식사도 친구들과의 만남도 모두... 본인이 알아서...

그리고 사후의 모든 문제까지,, 당신께서 혼자 알아서.. 물론 주변에 친구분들이 모두 똑똑하신 분들이고 투자도 잘하고 해서 조언도 많이 받으시겠지만, 그렇다고 그러기 쉽지 않죠.

가끔 어머님 보면 그런생각이 들어요.

너무 사랑하니까 어떠한 수고도 하게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사랑이 아니구나.....

사랑하면 더 많이 보고싶고 더 많이 안아주고싶고 더 많이 의지하고 불러대고 싶을텐데도,,

그 마음을 다 참고 오로지 너만 잘살면되.. ..

 

성정이 그러하니 살면서 내내 자식을 편하게 해주시는 것 같아요.

물론 저는 남의자식이니 마음고생도 하고 미움도 받고 했지만,

내 자식은 편하게 .... 

큰 마음인거죠..

 

허나...

 

나는 못그럴듯.

밴댕이 소갈딱지라.

 

IP : 211.253.xxx.160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25.2.23 11:20 AM (211.234.xxx.104)

    님도 굉장히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이해 잘 하시는지라
    쿨 하게 잘 할거 같네요.

  • 2. 자기 객관화
    '25.2.23 11:26 AM (118.235.xxx.137)

    나이 들수록 중요한 능력인 것 같아요.
    내가 원하는 것보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도요.나이 먹어가면서 맘 다잡을 항목이 들어나네요.

  • 3. ..
    '25.2.23 11:30 AM (211.176.xxx.21)

    시댁어르신들 그러셨어요.
    웬만해선 스스로 해결 잘 부르시지도 전화도 안하셨어요.
    때 되어서 방문하면 세상 반가워하시구요.
    결혼내내 시잡살이 모르고 살았어요.
    아들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 높은 자존감에서 비롯된 행동이라 생각해요.

    하지만

    이제 치매전단계에 스스로 생활이 어려우시니
    전보다 자주 부르시네요.
    남편만 가요.
    많은 사랑 받아서(물질적인 건 거의 못 받았어요)
    저도 잘 해 드리고 싶어요.

    아들 하나인데, 제 시어머니같은 시어머니 되고 싶어요.

  • 4.
    '25.2.23 11:43 AM (58.140.xxx.20)

    그런마음을 며느리가 알아준다니 님 시어머니가 부럽네요.

  • 5. 원글님도
    '25.2.23 1:23 PM (211.206.xxx.191)

    반듯한 사람이니 시어머니의 좋은 점을 높이 사는 거죠.

    전 젊었을 때 하도 시가 방문하면 빨간 글씨 다 채우고 집에 오고
    시가 나서는 길이면 눈물바람 하시고
    섬이라서 교통 불편하고 가면 꼭 자고 와야 하는데
    아이들 둘 데리고 한 달에 한 번은 숙제하듯 가고 해서
    이제는 가기 싫습니다.
    시가도 섬이 아닌 육지로 이사 와서 왕복 3시간이면 가는데
    명절, 생신, 어버이날 아니면 안 가요.

  • 6. ditto
    '25.2.23 2:39 PM (114.202.xxx.60)

    글 읽으면서 자기 객관화가 저도 딱 떠올랐어요 원글님이 스스로를 잘 알고 인간에 대해 잘 통찰을 하시는 분이라(나이가 들면 통찰력이 생기기 마련인데 젊은 나이게 그러기가 쉽지 않죠) 어려울 수 있는 상황도 무던히 잘 넘어가시는 듯. 원글님도 시어머니 연세쯤 되시면 더 지혜롭게 잘 하실 듯

  • 7. 선맘
    '25.2.23 5:38 PM (118.44.xxx.51) - 삭제된댓글

    님 좀 쿨하시고 좋은분일듯~~^^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1689125 모임에서 자꾸 저의 약점을 드러내요. 37 모임에서 2025/02/23 5,734
1689124 일론머스크 13번째 아이 낳은 20대女 친자 확인 소송 1 ..... 2025/02/23 3,193
1689123 라스베가스 교민께 선물 2 ㄹㄹ 2025/02/23 327
1689122 붓기 뺀다고 호박즙 먹는 게 잘못됐대요 10 .. 2025/02/23 3,022
1689121 바로잡는 아이 어떡하죠? 29 이게 2025/02/23 3,088
1689120 강남 아파트 올라도 좋지도 않아요 38 강남아파트 2025/02/23 4,257
1689119 나중에 호박씨 깔 예정이에요 4 그냥 2025/02/23 1,187
1689118 외모의 영향력 8 2025/02/23 2,480
1689117 땅콩 샀는데 찝찝하고 맛있어요. 5 ... 2025/02/23 1,458
1689116 그니까 시댁엔 징징징 거려야 돼요 38 ㅇㅇ 2025/02/23 5,633
1689115 서부지법 난동 여의도 증권맨 친동생도 구속 11 2025/02/23 1,846
1689114 일요일에 심심하시면 곽종근 사령관 탄원서 4 대한민국 2025/02/23 440
1689113 요즘 나오는 키친핏 700리터대 나오면 좋을듯해요 1 냉장고 2025/02/23 759
1689112 왜 다시 검찰개혁인가ㅡ내란수괴 윤석열 검찰에서 권력의 맛 배워 .. 2 특집 2025/02/23 452
1689111 새민주 전병헌 “윤석열·이재명 동반청산이 시대정신” 26 사람 2025/02/23 937
1689110 분당에서 출발해요 3 윈윈윈 2025/02/23 1,195
1689109 청소기 추천 부탁드려요^^ 2 .. 2025/02/23 563
1689108 들깨가루 활용법 좀 알려주세요. 18 요리고수님 2025/02/23 1,632
1689107 뭐야 마약 추천 글 지웠네요? 9 ㅁㅁ 2025/02/23 1,340
1689106 오픈AI, 北·中 스파이 계정 대거 차단…"SNS 감시.. 1 .. 2025/02/23 332
1689105 사실상 윤가가 공산당 수장을 꿈꾼거네요 9 ㅇㅇ 2025/02/23 1,170
1689104 이사가는데 블라인드 28 ㄱㄱ 2025/02/23 2,083
1689103 티빙 광고형 광고형 보시는 분 1 .... 2025/02/23 231
1689102 국힘 한기호 "계엄군 예물시계 파손 보상은?".. 20 ㅇㅇ 2025/02/23 2,282
1689101 콩담백면 드시는 분? 2 추천 2025/02/23 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