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물을 무서워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강제로 빠뜨리는 것에는 큰 공포가 있어요. 20대 초반에 스노클링하다 힘이 빠져나가서 이러다 죽겠다 싶을 때 가이드가 구조한 일이 있는데, 그때부터 그런것 같기도 해요. 지금도 물놀이나 워터스포츠 빠지놀이 등 다 잘 합니다만...
특히 물놀이할 때 사람을 물속으로 푹 눌러버리는 장난들 치잖아요? 저는 그것에는 정말 죽음의 공포가 느껴지더라구요.
회사생활할 때 래프팅을 갈 일이 있었어요. 래프팅 중간에 그냥 물에 들어가서들 물놀이 하잖아요. 식사시간이나 휴식시간에도 재빨리들 먹고 물에 들어가서들 놀잖아요.
이러저러하게 놀고 있는데, 타부서 女선배 한명이 제 머리를 물속으로 푹 눌러버렸어요. 해맑게 웃으면서요(나중에 촬영된 영상 보고 아주 해맑은걸 봤어요).
사실 얼마 되지 않는 시간이었어요. 물속으로 푹 누르고는 더 시간을 지체하거나 하지는 않았던 듯...
그치만 저는 거의 패닉에 빠져 정신이 나간 상태로 올라왔고, 허우적대고 팔다리는 따로놀고 푹푹거리며 작은소리로 으억으억하고...
주변에서는 깔깔거리다가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나봐요. 男사원 넷이서 제 팔다리 하나씩 붙잡고 물가로 데리고 나와서 안정을 시켰고, 주변 사람들이 다 웅성웅성 구경왔던 기억이 나요.
저를 푹 눌렀던 사람은 걱정어린 시선으로 계속 괜찮냐고 물어보고, 그날 집에 갈 때까지 계속 괜찮냐고 걱정해주고요...
한 5-6년 전에는 빠지 놀러갔을 때가 있었는데, 빠지에서 또 아는 女동생이 난간에서 저를 밀어버렸어요. 그때는 공포는 없었구요, 물에 빠져서 "아씨 당했네 ㅋㅋ" 하면서 있었거든요. 그런데 빠지 난간이 자력으로 올라가기가 쉽지가 않잖아요.
그래서 무리에 男동생이 왔어요. 그런때 사람 끌어올리는 기술 아시죠? 물에 든 사람은 선채로 있고 어깨를 잡아서 내렸다 올렸다 내렸다 올렸다 하다가 반동으로 확 끌어올리는거요. 그 男동생은 빠지 알바도 하니까 그 기술에 능하거든요.
그 친구가 제 어깨를 붙들고 하나 둘 하나 둘 하다가 또 물속으로 푹~ 눌러서 빠트렸죠. 악의는 아니었겠죠. 조금 전까지 모터보트 타고 웨이크보드 타고 모터보트가 끄는 수상놀이기구 타고 하는 사람이 물에 대한 공포가 있을거란 생각을 했겠어요?
또 죽음의 공포가 엄습해왔지만, 이번에는 그리 크게 공포상태(패닉)에 빠지지는 않았고, 한번 장난으로 족했는지 저를 다시 끌어올렸죠. 물밖으로 나와서는 그냥 "오늘 20대 친구들에게 두 번이나 당하네 ㅋㅋ" 하고 말았죠. 나 빠트린 둘은 계속 깔깔대구요. 저는 휴식장소로 가서 대형타월 어깨에 두르고 한동안 움직이지를 못하고 숨을 골랐어요.
사람들은 다들 물속에 머리를 푹 눌러버리는 장난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더라구요. 사람들에게 일일히 "나는 그 장난에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고 설명할 수도 없는 일이어서, 아는 사람들과 물놀이 갈 때마다 이런 장난은 언제든 당하지 않을까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