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해서 지방 발령되어 근무한지 5개월 차입니다.
애들이 아직 어린데, 남편이 시간적 여유가 있고 남편과 친정부모님의 응원과 도움으로 고민하다가 지방 내려왔어요.
사는 곳도 40층 넘는 주상복합에 주변에 편의시설 영화관 등 없는게 없어요.
공공기관들 모여있는 혁신도시라 저같이 혼자 사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런지 주변에 취미생활 할만한 것들이 굉장히 많네요.
이왕 아이들 두고 내려온거 알차게 시간보내고 가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저녁시간을 활용해 이것저것 시작했어요. 필라테스 등록해서 다닌지 3달 되었고, 얼마전에 좀 더 몸매 라인을 다듬고 싶단 생각이 들어 성인발레도 등록했어요.
그리고 지난주부턴 피아노 다시 시작했어요. 초등학교까지 7년 정도 배웠었는데, 당시 6학년이 되면서 전공이냐 아니냐를 결정했어야 했어요. 전 계속 하고 싶었는데 부모님의 반대로 그만둘수 밖에 없었어요. 재능이 사실 어느정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부모가 되고 보니, 자식이 정말 세계적인 수준으로 갈수 없다 하더라도 정말 좋아하는 일이면 시켰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어요.
피아노에 미련이 너무 남아서 당시 중학교때 피아노 입시전문학원을 찾아가 보기도 하고 했지만 결국 포기했어요. 부모님은 취미로 그냥 치라고 했지만 그 이후 마음이 아파 피아노를 애써 멀리했어요. 20대까진 교회에서 간간히 반주요청을 받으면 하기도 했고, 친정엔 40년 가까이 된 피아노 아직 있는데 미련땜에 버리지도 못하고 치지도 못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지난주,
지방에 와서 우연히 저와 비슷한 처지의 옆부서 팀장이 피아노를 배우는 학원에 따라갔다가 운명처럼 다시 시작했어요. 처음 피아노를 치고 온 날은 집에 오는 길에 울었어요.ㅜㅜ 이제 나이도 먹을만큼 먹어도 무뎌진줄 알았는데 마음속 잊고 있던 미련이 올라온건지... 피아노 치는게 행복했었지.. 하고 옛생각도 나고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복잡미묘하더라고요.
손가락도 안움직이고 악보보는 것도 헷갈리고 손이 맘처럼 움직이질 않는데, 첫날부터 푹 빠져 퇴근하고 하루 3시간씩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일주일만에 한곡을 완성했더니 선생님이 놀라시더라고요. 40대에 이렇게 빨리 습득하신건 못봤다고요. 물론 전공까지 고려할만큼 피아노쳤었다곤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ㅎㅎ 그리고 초등학교 저학년도 칠만한 쉬운 곡이기도 했고요.
요새는 유튜브도 너무 잘 되어있어서 치다가 안되는건 찾아보기도 하고 너무 좋네요. 하루종일 피아노 생각만 나고, 아침에 일어나면 클래식 피아노연주 들으면서 준비합니다 ㅎ
쇼팽의 연주곡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빨리 연습해서 치고 싶단 생각만 드네요.
이번기회에 평생 취미로 가져가야겠단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