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파트 단지내 초등학교가 봄방학에 들어갔는지
1학년으로 보이는 작은 아이가
책가방을 메고 신발주머니를 한 손에 들고
학기를 마치고 교과서와 사물함을 비웠는지
양손에 천 보조가방을 각각 들었는데,
내용물이 꽉 차서 무거운지
눈이 녹아 질척인 길에
가방을 바닥에 끌고 가니 천가방이 흙물로 젖어서 흙범벅 난리.
제가 가는 길에 멈춰서 제가 사는 동 얘기하고
몇 동 사냐고 아이에게 물었어요.
아이는 단지내 동물병원에 엄마가 있다고 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줌마가 동물병원까지 가방 들어다 줄게" 했더니
아이가 놀라며 됐다고 됐다고.
그리고 끙끙대며 양손의 책이 가득 든 천가방을 바닥에 끌고 가길래
지나가는 대학생으로 보이는 남학생이 자기가 들어다 준다고 하는데
아이가 극도로 경계하더군요.
세상이 너무 무서운 세상이 돼서...
어떤 어른이 나쁜 사람인 줄 모르니 애들이 경계하는 게 당연하다 싶고요.
아파트 단지내 지나가다가 운동화 끈 풀려서 다니는 어린애들 보면
운동화 끈도 꼭 묶어주고 했는데 이젠 그냥 지나쳐야 하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