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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아이와 대화하다가 혼란스러워요

걱정 조회수 : 4,674
작성일 : 2025-02-09 22:13:26

아이가 친구들이랑 '집안 자랑 배틀'이 붙었대요. 중3 남자아이인데요.

주로 할아버지가 뭐 하셨고 집안에 재산이 어느정도 있나 그런 걸 자랑했나봐요.

얘도 아는 만큼, 우리 할아버지 뭐 하셨고 엄마 친정은 서울의 어느 동네였고 거기까진 얘기 했나봐요. 그런데 더 자세히 얘기해 달라고 해서요.

 

아빠쪽은 니가 아빠한테 직접 물어보고 엄마쪽은, 엄마의 친가쪽에는 서울대 나와서 직업적으로 성공하고 경제적으로 풍족하게 사신 삼촌들이 많은데 그거야 진부한 얘기고. 엄마의 외가가 독립운동 하던 집안이라서 좀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아. 엄마의 증조할아버지가 집안은 돌보지 않고 독립운동 하시느라 엄마의 할아버지는 굉장히 어렵게 자라셨는데 그래도 독립운동하시다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자긍심이 대단했어. 그 분은 광복을 못 보고 돌아가셨는데, 독립유공자 등록하라고 정부에서 연락이 왔더니 우리 할아버지가 거절하셨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는데 그런 거 등록해서 보상받을 이유 없다고. 자기 아버지가 독립운동 하시는 바람에 본인은 찢어지게 가난하게 자라셨는데 원망은 커녕. 그래도 고학으로 어찌저찌 학교 선생님이 되시고 대한민국 초기정부에 발탁되셨는데 어느날 정부에서 땅을 하사했대. 서울 시내에 일본인들이 버리고 떠난 노른자위 땅들이 많아서 공무원들이 먼저 나눠 가졌나봐. 종로인가 서울 중심부의 금싸라기 땅이었는데, 역시 우리 할아버지, 나는 이미 살고 있는 집이 있으니 땅이 필요 없소, 거절하시고 대신 할아버지가 부서장으로 있는 부서에 집이 없는 직원이 몇 명있나 조사해서 집 없는 부하직원 네 명한테 그 땅을 넷으로 나눠서 주셨대. 지금 애들이 좋아하는 북촌 서촌 아마 그 쪽이었나봐. 멋지지 않니? 

 

이 부분에서 아이가 폭발했어요. 그걸 갖고 있었으면 우리가 지금쯤 잘 살았을거 아냐? 글쎄, 모르는 일이지. 어떻게 그렇게 바보같을 수가 있냐고 그 중에 1/4만 갖고 있었어도 좋았잖아, 화를 내길래요. 우리 할아버지는 자본주의가 정착되기 전에 태어나 성장하신 분이라 그런지 돈은 갖고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강하셨어. 돈 욕심 부리는 거 제일 천박하다고 생각하셨고. 돈이 생기면 무조건 주위의 어려운 사람들한테 나눠 주셨어. 할아버지 덕분에 장학금으로 공부해서 집안을 일으킨 사람이 얼마나 많았는지 할아버지 장례식에 천여명이나 되는 인파가 모여서 가시는 길 손으로 흙을 고르면서 은혜를 갚고 싶다고 엉엉 우는 백발의 노인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몰라. 할아버지는 조의금 일절 받지 말라고 하셨는데 통장에 보니 본인 장례식 치를 비용 정확히 계산해서 딱 그 돈만 남겨놓고 가셨어. 그런 인생 훌륭하지 않니? 

 

이쯤 되니 아이가 거의 울다시피 하네요. 뭐 이런 집안이 다 있냐고. 기회가 그렇게 많았는데 왜 돈을 못 모았냐고요. 아이랑 진지하게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지만 저는 나름 물질적인 가치 말고도 다른 의미가 많다고, 잘먹고 잘 사는게 인생의 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른 가치를 추구하고 저와 비슷한 가치관, 세계관을 가진 아이를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peer pressure인가요. 점점 더 돈돈, 집이 무슨 동네고 차가 뭐고 얘도 그런 걸 따지네요. 낯설고 혼란스럽고 속상해요. 이것도 하나의 과정일까요, 이러다 말면 좋겠는데, 아님 아이가 그냥 일반적인 가치를 쫓아가는 게 자연스러운 걸까요. 제가 더 뭘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ㅠㅠ

IP : 74.75.xxx.126
2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00
    '25.2.9 10:20 PM (220.65.xxx.99)

    네 자연스럽습니다
    우리집 아이도 그래요
    솔직히 소시오패스인가 싶을 때도 있었는데
    우리때랑 지금 애들이랑은 달라요..
    근데 가만 생각해보면
    조선시대 때 정신적 가치만 중히 여기고 농사천하지대본이라며 상업을 천박하다 여기고 쇄국정책 고수하다 결국 일본한테 먹힌 우리 조상을 보는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보여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 2. 얘도
    '25.2.9 10:34 PM (74.75.xxx.126)

    친구 중 한 명이 할아버지가 군인이셨는데요, 계급이 뭐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옛날부터 그렇게 땅을 많이 사두셨대요. 애들이 다 부러워 하나 봐요. 20세기 후반 한국은 재산을 모으기 쉬운 기회의 땅이었는데 왜 그 때 안 그랬냐고 화를 내네요. 저보고 주식도 안 하고 코인도 안 한다고 뭐라고 그래서 엄마는 산수를 못해서 그런 거 못해. (그리고 난 고리타분하지만 내 힘으로 일해서 벌지 않은 쉬운 돈은 믿지를 않는다...)는 말까지 하면 집 나갈 분위기라 그건 참았네요.

  • 3. ...
    '25.2.9 10:37 PM (220.65.xxx.99)

    어쩌면 지금이 가장 고상한 시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4. ...
    '25.2.9 10:38 PM (220.65.xxx.99)

    좀 더 지나면 대놓고 돈과 권력이 선이요 진리가 될 지도요
    아니.. 이미..

  • 5. 그러게요
    '25.2.9 10:42 PM (74.75.xxx.126)

    민주주의의 표본이라는 미국은 이미 트럼프+머스크. 돈과 권력이 진리가 되어버렸네요 공공연하게.

  • 6. ㅇㅇ
    '25.2.9 10:44 PM (219.250.xxx.211) - 삭제된댓글

    원글님 글 일으면서 저도 좀 어질어질하네요
    아드님이 야무지고 영민하다 싶으면서도 한편 진짜 그렇게 생각하나
    요즘 10대들에게는 세상이 그렇게 보이나 싶어서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우리가 그 친구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보여 주고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걸까요

  • 7. ㅇㅇ
    '25.2.9 10:46 PM (219.250.xxx.211) - 삭제된댓글

    원글님 글 읽으면서 저도 좀 어질어질하네요
    각 장면마다 놓친 실리를 정확하게 계산해내는 아드님이 야무지고 영민하다 싶으면서도 한편 진짜 그렇게만 생각하나
    요즘 10대들에게는 세상이 그렇게 보이나 싶어서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우리가 그 친구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보여 주고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걸까요

  • 8. ㅇㅇ
    '25.2.9 10:47 PM (219.250.xxx.211)

    원글님 글 읽으면서 저도 좀 어질어질하네요
    각 장면마다 놓친 실리를 정확하게 계산해내는 아드님이 야무지고 영민하다 싶으면서도 한편 진짜 그렇게만 생각하나
    요즘 10대들에게는 세상이 그렇게만 보이나 싶어서 갑자기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우리가 그 친구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보여 주고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 걸까요

  • 9. ...
    '25.2.9 11:01 PM (122.202.xxx.178)

    아이들은 스펀치처럼 흡수하기 때문에, 애를 탓할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반성할 문제죠. 어른 세대의 대화를 듣고 배운 내용일테니...
    아이에게 물어보세요. 언재부터 그렇개 생각했는지. 친구들 부모님아 한 대화일 수도 있고요

  • 10. 요즘
    '25.2.9 11:03 PM (59.8.xxx.68)

    애들이 그래요
    그냥 잘살면된다

  • 11. 에휴
    '25.2.9 11:06 PM (104.162.xxx.201)

    씁쓸하네요
    제 아이들도 속마음이 어떨지 ㅠ
    제 아이들은 미국에서 사립다녀요 ㅠㅠ 겨우겨우

    크게 세부류로 나뉘는데 넘사벽 부자그룹
    전문직 중산그룹 재정보조 받는그룹
    사는 집부턱 몇백억에 살아요 몇십억이 아니라
    몇백억이에요--
    수십억 별장부터 전용기타고 다니고
    유럽 주말에 휙 다녀오고
    엘리자베스 여왕 장례식 초대받고

    아이들이니까... 그렇게 영향 안받고 잘 놀겠지
    그랬는데 아니더라구요- 학년 올라갈수록 더 끼리끼리
    뭉친다고 해야하나, 아무래도 환경이 비슷하니
    어쩔수 없죠-
    제 아이들도 어디선가 돈 없는 저를 원망? 할지도
    모르겠어요 흑 너무슬프네요

  • 12. //
    '25.2.9 11:11 PM (121.159.xxx.222)

    옛날에도 수신제가 치국 평천하 하랬는데
    집을 좀 윤택하게 먹고 살 만큼 만들어놓고 뭘 하던가
    아니면 영웅적으로 멋지게 살거면
    결혼하지 말고 자식 낳지 말고 혼자 살아야죠 솔직히.
    전 그렇게 생각해요
    남한테 주는거 좋죠 그래도 1/4정도는 자기 혼자 살고 자식 없는거 아니면 챙겨야죠
    장례식 비용만 달랑 남겨놓는 사람은 가족 이루지말고 혼자 살아야한다고 봅니다.

  • 13. 아마도
    '25.2.9 11:36 PM (74.75.xxx.126)

    일제 강점기에 수신제가 치국 평천하는 적용하기 힘든 분위기였던 모양이에요.
    나라가 망했는데 임금님이 돌아가셨는데 나 혼자 목구멍에 밥이 넘어가느냐 잘 먹고 잘 사는 건 치욕스럽다는 인식이 강했던 것 같아요. 제 아이가 생각하는 것처럼 재산의 1/4은 남겨서 가족들은 어느 정도 살게 하고, 이런 계산을 하는 거 자체가 용납이 안 되는 상황. 주위의 잘 살던 양반 가문들도 전 재산을 몽땅 팔아서 만주로 보내거나 나라를 뜨거나 하지 약간 남겨서 여기 식솔들은 관리하고 그런 잔 머리 굴리는 게 더 치욕스러웠던 것 같아요. 지금의 우리 상식으로 이해하기 힘들죠, 제 아이 세대는 말할 것도 없고요.

  • 14. ㅅㅈ
    '25.2.9 11:36 PM (118.216.xxx.117)

    너무 나가신듯
    아이는 그저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단순한 경쟁(?)의식 그런 순수한 마음 아닐까요?

  • 15.
    '25.2.10 12:07 AM (121.159.xxx.222)

    자꾸 양반양반 하시는데
    그럼 나라 망하기전에 진작에 개화도하고 잘좀해보든가
    그간은 뭐하다가 싶긴해요

  • 16. 그럼
    '25.2.10 12:20 AM (74.75.xxx.126)

    그간에 잘못 했으니 나라가 망해도 어쩔 수 없다 포기하고 친일하고 축재하고 그러는 게 맞았다는 말인가요. 누구의 잘못으로 그 지경에 이르렀든 어떻게든 바로 잡아보려는 사람들의 무수한 노력이 있었는데, 양반이든 아니든, 이제와서 그 후손은 떵떵거리고 부자로 살지 못한다고 그건 잘못된 선택이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는 없잖아요. 저 양반이라는 말 딱 한 번 했어요, 양반양반 하지 않고요. 이건 계급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가치를 어디다 두느냐의 문제였던 것 같은데 본인의 안위는 물론 전 가문이 멸문지화 할 것을 알면서도 국가라는 대의 명분을 믿고 많은 희생을 하신 분들 덕분에 그래도 지금 우리나라가 이 정도 유지된 거 아닌가 싶은데요. 돈 이외의 다른 가치가 있다는 걸 아이한테 강조하면 구시대적 사고로밖에 보이지 않을까봐, 아이와 대화와 소통이 불가능해질까봐 두려워요.

  • 17.
    '25.2.10 12:22 AM (106.101.xxx.208)

    너무 나가신듯
    아이는 그저 친구들과의 사이에서 단순한 경쟁(?)의식 그런 순수한 마음 아닐까요? 22222

    애들은 단순해요 쟤가 더커? 아구 졌네 이런 수준
    보통 어른들이 문제입니다

  • 18. ㅇㅇ
    '25.2.10 1:39 AM (118.235.xxx.180)

    모르시는 말씀
    아이들 머릿속엔 돈뿐이에요
    이미 초딩때부터 돈 많은 백수가 꿈인걸요
    돈 없는 부모 돈 못 모은 부모 얼마나 원망하는데요
    세상이 이미 너무나도 달라졌어요
    요즘 세상이 그래요 씁쓸하지만

  • 19. ㅇㅇ
    '25.2.10 1:41 AM (118.235.xxx.180)

    한껏 논쟁하다가 결론은, 그럼 니가 성공해서 집안 일으켜 세워라
    라는 부모로서 말 하지 못할 그런 유치한 말이
    턱끝까지 올라와요 요즘애들 얼마나 배금주의인지

  • 20. 결론
    '25.2.10 1:48 AM (59.12.xxx.33)

    그러니까 원글님은 독립운동가의 후손이신거네요. 혈관에 흐르는 떳떳한 피. 저는 많이 부럽고 존경스럽습니다.
    아이도 나중엔 정신적 가치로 높이 평가할거예요. 어려서 그렇죠^^

  • 21. ㅠㅠ
    '25.2.10 6:56 AM (61.82.xxx.210)

    댓글에서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별거 아니다 이런 생각들이 보이는거 보니
    더 씁쓸하네요

  • 22. 당연하죠
    '25.2.10 9:37 AM (39.117.xxx.171)

    요즘은 돈과 외모로 모든걸 평가하는 시대니까요
    원글님 할아버지한테 돈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말해도 이해하지 못하는것과 님아이가 받아들이지 못하는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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