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그 자리에서 오바 떨며 좋아합니다. 감사합니다, 아싸. 이러면서.
누가 우리 애들에게 용돈 준다 그러는 것도 절대 안말립니다. 다만 애들에게 감사합니다, 인사 꼭 시킵니다. 명절 용돈 정도면 모를까 애 입학이니 졸업이니 하는 명목이 붙어 돈이 좀 커질 때나 아예 옷 사입으라 백화점 상품권 같은 거 주시면 사후보고 꼭 합니다, 니가 준 그 돈으로 이 가방, 컴터, 신발, 옷 샀다, 하는 식으로.
이게.
어릴 때 일이 기억나서 그렇습니다.
외가에서 우리집이 가장 가난한 편이었는데
아빠가 이종 오빠들(아마 그때 고등학생-대학생 쯤 됐을 거 같아요. 저는 중학생쯤)에게 명절 용돈을 지갑에서 꺼내 주는데, 이종 오빠들이 너무 기를 쓰고 거절하는 겁니다. 그땐 오만원짜리가 없을 때라 만원짜리 서너장이 겹쳐진, 아마 2-3만원 정도씩이었던 것 같은데,
아마도 오빠들도 외가에 오기 전 엄마(제겐 이모)에게 철저히 교육을 받았겠죠. 막내 이모네는 가난하니 그 집에서 주는 용돈은 절대로 받지 말라고요.
몇번이나 실랑이 끝에 오빠들은 뜀박질로 달아나고, 아빠는 주지 못한 용돈을 손에 쥐고 있는데
어린 마음에도, 사람 무시하는 것도 아니고,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 아빠 얼굴이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그게 가난한 여동생에 대한 배려였을 거라는 사실 정도는 저도 압니다. 그때도 알았고요. 그러나 그때 아빠의 그 얼굴은 참.
그때부터였을 겁니다. 누가 뭘 준다 그러면 절대로 거절하지 말자. 뒤에서 다른 핑계로 돌려주는 한이 있어도 줄 땐 무조건 받자. 결심하게 된 게.
어른이 되었고, 돈을 벌고, 조카가 생기고, 주는 기쁨이라는 게 뭔지 알게 된 뒤로는 더욱 오바 떨며 받아요.
결혼을 했고, 시댁 친정 형제 통틀어 가장 넉넉한 형편으로 삽니다, 지금은. 시댁 생활비 대고 있고, 시어머니 살림이 정말 물로 씻은듯 금전의 흐름이 말갛게 들여다보이는 가난이라는 걸 알면서도 시어머니가 주시는 애들 용돈, 제 세뱃돈 거절해 본 적 한번도 없습니다. 과거보단 나아졌지만 여전히 저에 비해서는 가난한 울 엄마가 주는 애들 용돈 제 용돈도 저는 넙죽넙죽 잘 받아요. 그리고 1-2주 정도의 시간차를 두고 다른 핑계대며 얼마 더 얹어 돌려드립니다. 주는 즐거움 온전히 누리시라, 저도 받는 즐거움 온전히 누리겠다는 자세입니다.
저는 제가 잘못하는 것 같지 않은데, 뒷말을 들었습니다. 돈도 많으면서 그 가난한 노인네한테 돈 받아간다고. 물론 제가 시간차를 두고 다른 핑계로 돌려 드리는 걸 모르니 그렇게 말을 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서운합니다. 그리고 궁금합니다. 다른 분들은 적당히 거절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