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어찌 알게된 미국인 동성 친구있는데요.
한국에 건너와서 직장 다니며
저랑 몇번 만났어요.
매너도 좋고 말도 잘통하고 사람도 좋아요.
근데 계산할 때 느리다고 할까..
한번은 같이 등산 간었는데
초코바 하나 가져왔더라고요.
저는 사과, 고구마, 즙 그 친구꺼까지 가져가서 같이 나눠먹고
하산후에 파전 막걸리 먹었는데 화장실 가길래 제가 그냥 계산햇어요.
뒤늦게 나와서 반씩 나눌까? 하길래
좀 애매해서 다음에 사라고 하고 헤어졌죠.
한번은
그 친구 남편이 한국 와서 같이 한강 놀러간 적 있었는데
그때는 딱 정해줬어요.
내가 치킨 사올테니 너네는 술사와라 했더니
편의점에서 만얼마치 사더라고요.
얼마전에 미국 돌아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만났는데
저희 집에서 하루 자면서 근처 둘러보기로 했죠.
사실 고민 많이 했어요.
1박2일에 밥값 입장료 한두푼도 아닌데 대체 어떻게 계산해야 하나.
알아서 좀 눈치껏 해주면 좋겠는데
그저 해맑은 사람이라
돈때문에 머리속에 계산기 돌리고 있는 제가 너무 싫고
해맑은 그 친구도 좀 원망스럽고요.ㅎㅎ
게다가 이번에는 저희 남편이 계속 운전해줬거든요.
그래서 돈이라도 철저히 더치로 가야겠다고 맘먹고
커피 입장료 천원 한장까지도 따로 계산했고
식사 경우에는 제가 먼저 사면서 이번 내가 계산하니까
오늘 저녁은 니가 사라 그랬더니
해맑게 알았다 하더라고요.
집에서 아침 먹을때도 그냥 집에 있는거 꺼내서 차려줬어요.
그리고 어쩐지 역까지 데려다주기도 싫어서 택시타고 가라 그랬더니
문제없다고 카카오택시 능숙하게 불러서 슝 타고 갔어요.
미국 오면 언제라도 환영한다고 꼭 연락하라고 하던데
사실 전 뭘 바라고 어울린건 아니라서.
암튼 재밌게 놀고 갔는데
마음은 찝찝하네요.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도 걱정이고요.
하지만
살아오면서 외국인 여럿 상대해봐서요
한국인이 호구짓하는 건 싫더라고요.
근데 한편으로는
내가 좀 야박했나 하고 마음 찝찝한 것도 한국인이라서 그런거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