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facebook.com/share/1DSEPBNHGs/?mibextid=xfxF2i
서부지법이 폭도에 의해 테러를 당했다는 뉴스를 보고, 관련 동영상을 찾아보다가 문득...
동영상을 보기 전까지, 저 테러의 실행범들이 태극기와 성조기를 위아래로 이어 붙인 깃대를 휘두르던 노인들일 것이라는 점에 일말의 의구심같은 건 없었다. 그렇게 동영상을 보면서, 와 이건 뭐 노인네들 전투력이 국회 유리창 깨던 특수부대보다 더 막강하군, 이런 생각을 하다가 가만 보니 노인네들이 아니라 청년들이 대부분이었다.
머릿속의 어떤 고정관념이 완전 깨지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그 다음 바로 든 의문은 도대체 저들이 왜 저기서 저런 행동을 하는 것인가 였다.
만일 저들이 전광훈이나 극우 꼴통 유튜버 무리로부터 알바비를 받고 움직였다면, 그건 과거 철거촌에 나타났던 용역깡패와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면 그저 공권력의 매운 맛을 보여주면 그걸로 해결된다. 과거 철거촌 용역깡패들은 공권력의 비호를 받았기에 대체로 무탈했지만, 지금은 공권력에 도전한 것이니 차원이 다르므로 문제가 될 수 없을 거다.
하지만 저들이 자신의 의지로 저런 짓을 했다면? 오로지 정의감의 발로에서 우국충정의 의지로 저런 짓을 했다면? 물론 현행법의 테두리 안에서 저 행동은 그 의지의 정당성 여부와 관계 없이 처벌될 터이다. 문제는 그 의지가 왜곡된 가치관에서 출발했음을 저들이 깨달을 수 있게 해주는 사회적 공감대가 존재하는가이다.
저 적대감, 저 정의감은 어디서 출발했을까? 폭력이라는 최후의 수단을 촉발시킬 정도의 극단적 감정은 어떻게 조성된 것인가?
저들의 관점에서 폭력은 부정의한 국가폭력에 대한 마지막 저항수단일지도 모른다. 정당한 폭력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던 과거 운동권이라면, 입장을 바꿔 생각할 때 이게 무슨 말인지를 이해할 수 있을 거다.
저들의 관점에 한치의 동조도 할 수 없겠다만, 그 정신상태의 물리적 발현이 유발하는 효과는 과거 반민주적 반인권적 군부독재의 폭력에 폭력으로 저항할 수밖에 없지 않는가라던 문제의식을 다시 상기하기엔 충분했다.
적을 소거해야 적대가 사라진다는 철칙은 전쟁의 원리다. 서울지법에 테러를 감행한 저들의 심리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런 적대감의 조장은 일찌감치 시작되었었고, 나도 그렇지만 많은 사람들이 우려를 해왔다. 전쟁의 원리가 공론장을 장악하는 순간 정치는 소실된다.
저 난동의 장면을 보다가 떠오른 또다른 장면은 4년 전 조국 사태 당시 유튜브에 올랐던 "검찰개혁 동요 메들리"였다(동영상은 덧글로 링크하겠지만 굳이 볼 필요는 없다). 초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출연자들이 토착왜구, 적폐청산, 토실토실, 꿀꿀꿀, 윤석열... "자한당 조중동 다함께 잡아서 촛불국민 힘으로 모조리 없애자"
초등학생 출연진에게 이런 노래를 부르도록 시켰던 진영의 주요 정치인은 토착왜구 섬멸을 이야기하고 심지어 죽창가를 부른다고 기염을 토했다. 난 당시 가진 것 없는 민중의 최후 의지였던 '죽창'이 기득권 수호 의지의 상징으로 동원된 것에 기함을 했더랬다. 가질 것 다 가진 자가 지 안위를 위해 국가기관을 동원하면서 청송녹죽까지 가져가버린 것에 한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게 불과 4~5년 전의 일이다. 사회적 적대를 정치의 자양분으로 삼고, 풍성한 자양분을 조성하기 위해 사회적 적대를 조장하는 것이 노골적으로 심화된 건 노무현 탄핵 정국으로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겠다. 이명박 정권의 등장,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 이명박근혜로 이어지는 국힘계열의 정권연장, 박근혜의 탄핵, 시기를 거치면서 더 심화된 전 정권을 대상으로 하는 적폐청산, 적폐청산을 명목으로 검찰에 힘을 실어주다 토사구팽 과정에서 검찰에 목덜미가 잡혀버린 문재인 정권... 이 과정에서 사회적 적대는 갈수록 심화되었고, 적대를 생존수단으로 삼은 보수양당의 퇴행은 가속도를 내었다.
문제는 바로 이 양상이 보수양당에 의해 조장된다는 거다. 극우의 망동을 부추기며 그에 기생하는 국힘, 국힘보다 부드러운 보수성을 마치 진보적 가치인냥 내세우면서 국힘만 때려잡으면 만사형통이라는 식으로 달려가는 더불. 이들이 국가를 양분하면서, 보수양당의 퇴행에 신물이 난 대중들에게 그래도 둘 중에 하나밖에 없지 않은가, 그래서 너는 어느 편인가를 물으며 한 쪽에 서기를 강요한다. 이 악순환 속에서 보수양당이 만든 퇴행의 극단적 양상이 바로 서부지법 테러다. 보수양당은 전쟁의 원리를 정치의 원리처럼 작동시켜왔다. 그 결과 정치는 사라졌다.
이번 내란정국에서 광장을 메웠던 응원봉이 그대로 반국힘의 결집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만한 일이다. 어쩌면 이 현상은 보수양당이 획책했던 적대의 조장이 더 이상 먹혀들어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이어진다. 서울지법의 테러가 이 희망에 찬물을 끼얹는 계기가 될지, 아니면 더 철저하게 민중이 보수양당에게 끌려다니지 않아야 한다는 확신을 만드는 사건이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겠지만.